비대면 시대의 그늘, 배달 노동자에 대한 분노 확산
플랫폼 시장 경쟁 격화 부작용...사회적 논의 필요

배달음식은 좋아하지만 라이더는 싫다. 빠르고 신속한 배달은 좋지만 도로와 인도를 넘나드는 오토바이는 적대감이 든다. 배달대행업체가 우후죽순 생기며, 집 앞까지 오토바이에 점령당한 시민과 거리가 일터인 라이더와의 간극이 너무 크게 벌어진 모습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편리가 이 같은 곡예 운전의 대가라는 것을 부정할 순 없을 것. 위험천만한 운전을 야기하는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고 라이더만을 질타한다면 배달시장은 노동자들의 핏빛 죽음으로 더욱 붉게 물들어 갈 것이다. 뉴스포스트는 한층 성숙하고 안전한 배달문화를 만들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배달 산업이 플랫폼화하며 온라인 배달 시장의 규모가 2015년 1조 5,000억 원에서 2020년 7조 6,000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급속한 성장으로 인한 부작용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특히 배달 노동자를 둘러싼 편견과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지선을 넘은 채 신호 대기 중인 배달원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정지선을 넘은 채 신호 대기 중인 배달원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주차장을 빠져나가던 한 SUV 차량 운전자가 주차돼 있던 배달 오토바이를 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오토바이는 넘어지면서 근처에 주차된 차량과 부딪혔으며, 오토바이에 실려 있던 음식들도 모두 쏟아졌다. 같은달 26일에는 배달원 A씨가 서울 강남구 선릉역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A씨가 정지선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지자 도넘은 악플이 달렸다. 

배달 노동자에 대한 적대감이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배달 음식 주문 및 배달 이륜차 운행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갈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륜차 절반 교통법규 위반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현황보고에 따르면 전국 이륜차(오토바이) 등록 대수는 230만 8,273대에 달한다. 전국 이륜차 등록 대수는 2018년 223만 6,895대, 2019년 228만 9,009대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륜차 면허시험 응시자도 13만 9,344명으로 전년(11만 9,772명)보다 16.3%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배달원(우편집배원, 택배원, 음식 배달원 등) 취업자 수는 39만 명으로 2019년 하반기보다 11.8% 증가했다. 이는 2013년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문제는 이륜차 10대 중 4~5대는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 7월 이륜차(오토바이) 교통법규 준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이륜차 통행이 잦은 서울 지역 교차로 15곳을 선정해 6월 22일 점심과 저녁 시간대 각각 90분씩 관측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3시간 동안 조사지점을 통과한 이륜차 9,633대 중 절반에 가까운 4,476(46.5%)대가 교통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정지선 위반이 2,971건(58.9%)으로 가장 많았고 신호위반과 중앙선 침범, 역주행 등 중대 교통법규 위반 1,388건(27.5%),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인도 침범도 410건(8.1%)에 달했다.

자연스럽게 사고 건수도 증가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는 3만 4,046건으로 전년보다 18.5% 증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사망자와 부상자도 각각 439명, 4만 830명으로 전년보다 3.9%, 17.6% 증가하는 등 최고치를 기록했다.

배달 노동자만의 탓일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배달 노동자들의 법규 위반 행태를 비판하는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이 배달원 시절 일삼았던 난폭운전과 배달 음식을 몰래 빼먹은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한 네티즌은 “배달 오토바이는 차도, 인도, 횡단보도 등 어디에서든 불쑥불쑥 튀어 나온다”며 “행인도 위협하고, 운전자들도 위협하는 배달 오토바이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6월 서울 거주 만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행 시 불편을 느끼는 원인(중복응답 가능)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0.2%)이 ‘배달원 등 이륜차’를 꼽기도 했다. 

반면 배달 산업 구조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플랫폼 간 과도한 경쟁이 이뤄지는 배달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배달 앱 자체가 배달원들에게 시간 압박을 엄청 주는 걸로 안다”며 “신호를 지키지도 않고 막나가는 것은 싫지만, 다 같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원인이 될 만한 요소는 개정돼야 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배달은 일상 생활로 자리 잡았다. 플랫폼 가운데 유독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아온 배달 산업이 그 진면목을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면 안 된다.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면서도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사회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뉴스포스트는 후속 기사로 배달 노동자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살펴보고, 배달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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