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효과 미미한 ‘오후 9시 영업제한’...이득보다 손실 커
‘락다운’식 거리두기 추진하면 경기 회복에 악영향
행정편의주의식 지침 개편해야...방역 수준별 규제 필요
韓銀 기준금리 0.5%→0.75%, 美 테이퍼링 대비 고육지책
전세대출 등 ‘급전’ 필요한 실수요자 위한 대책 마련해야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중심의 방역정책 패러다임을 치명률 중심의 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과 거리두기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한때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지만,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방역정책 방향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것이다. 뉴스포스트는 네 차례에 걸친 기획 기사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정책 논란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우리나라도 합리적인 방역 규제 패러다임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국민을 믿고 업장별 방역 수준에 따른 선별 규제를 해야 합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26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업장별 선별 규제’를 바탕으로 무너진 소상공인 생태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교수는 “이미 버티기 어려운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구조조정이 진행된 상황”이라면서 “더 늦기 전에 싱가포르 등을 모델로 백신 접종률을 늘리면서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은 이정희 교수를 만나 △코로나19가 초래한 경제적 피해 △글로벌 경기 회복과 국내 산업 생태계 변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문제점 △방역 대책 패러다임에 대한 제언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울시 동작구 흑석로 중앙대학교 소재 이정희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했다.
- 코로나19로 야기된 사회·경제적 피해 규모를 어떻게 분석하나. 일각에선 외환위기나 리먼 사태, 대공황 충격과 비교하기도 하는데.
기간과 전 국민적 충격이라는 점에서 그 이상으로 본다. 메르스나 사스 등 다른 전염병은 기간이 몇 달 정도로 아주 짧았다. 외환위기 당시는 금융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겪고 금리가 치솟았다. 대출을 받아 사업하던 기업들이 한꺼번에 도산했다. 그래도 외환위기는 1년 만에 회복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우는 이제 미국발이고, 그것도 미국 부동산과 금융 문제였다. 이게 우리나라 금융에 영향을 준 거고. 이때도 금방 ‘V자 회복’을 했다.
하지만 지금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는 지난해 초 시작해 1년 반이 지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현재진행형이다. 또 이건 전 국민, 더 나아가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생존의 문제’다. 아직 터널 끝이 잘 안 보이는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단순히 금융발 위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경제 활동이 제약되면서 이와 관련된 산업, 그리고 무엇보다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이 뿌리부터 무너지고 있다.
- OECD와 WB, IMF 등 유력 경제기관들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백신 접종 이후 ‘보복 소비’를 예상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지난해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우리나라도 올해 플러스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이른바 기저효과다. 워낙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백신 접종으로 올라갈 것으로 본다. 또 모든 산업군이 팬데믹 이전 상황으로 회귀하기는 어렵다. 회복이 일부 종목에 한정돼서 그렇다. 예를 들어 반도체는 지금도 호황이다. 코로나로 비대면 산업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서 그렇다. 통신과 비대면 유통산업도 성장이 기대된다.
-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회복은 어렵다고 보면 될지?
그렇다고 본다. 전염병 팬데믹 시국에 대면 활동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와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영향으로 이미 자영업자는 구조조정이 많이 일어난 상태다. 성벽으로 치자면, 허물어진 벽이 많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게 다시 튼튼하게 보수될 것 같지도 않다. 팬데믹 이후 우리의 소비 패턴이 바뀌어서 그렇다. 저녁 외식 대신 주문 배달을 하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대신 커피 한 잔도 배달해서 마시는 ‘마이크로 경제’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가 여기에 익숙해지면서 외식 문화와 유통 구조가 많이 바뀌었는데,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 고강도 거리두기로 자영업 생태계가 무너지는 등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큰데, 현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 어떻게 평가하나?
감염병 전문가들은 “부족하다”, “더 강하게 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뭐 물론 더 강하게 한다면, 그래서 외식은 물론 통행을 아예 제한해버리고, 시민 한 명 한 명이 집 밖으로 나오는 걸 규제한다면, 코로나19 확진자는 당연히 많이 줄어들 거다. 그런데, 우리가 그만큼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감내할 수 있을까?
현 수준의 우리나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락다운’ 되기 바로 전 단계다. 교통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고 도로의 차를 전부 다 없애지는 않는다. 방역은 사회와 경제, 문화 등 다른 여러 사회 가치들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의 ‘위험과 효용 사이 어디쯤’에서 사회적 합의를 봐야 한다.
- ‘위험과 효용 사이 어디쯤’의 예시를 든다면.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업장별 선별 규제를 말하고 싶다. 예를 들면 노래방 또는 노래연습장은 전염병 위험 장소라는 사회적 시선이 있다. 이건 주기적으로 소독을 하는 등 방역 수칙을 잘 준수하는 코인노래방 업주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또 노래연습장이 위치한 층수도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환기가 잘되지 않는 지하가 아니라, 지상에 위치해 주기적으로 환기를 하는 노래방은 방역 수준이 좀 더 높을 거다. 피씨방도 지상에 있거나, 지하에 있어도 업주가 투자를 해서 표준화되고 검증된 환기 시스템을 설치한 피씨방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걸 인정해서 수용 인원과 영업제한 시간 등의 규제 수준을 달리해야 한다.
- 개별 업장의 방역 수준별 거리두기 지침, 과도한 행정 비용이 우려되지는 않는지?
정부가 ‘행정편의주의식 방역 대책’을 버리면 된다. 그리고 실제 행정 비용이 추가로 들지도 않는다. 간단한 예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든 사람이 교통법규를 완벽하게 지키지는 않는다. 속도 제한 카메라가 있을 때만 속도를 늦추다가 다시 빨리 달리는 일부 운전자들도 있다. 하지만 경찰이 이걸 모두 다 잡지는 못 한다. 완벽하게 하려면 모든 곳에 다 카메라를 달거나 교통 경찰이 하루종일 상주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운전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교통 법규를 잘 지킨다. 왜냐면 벌금이 무서운 것도 있지만, 교통법규가 사회적 약속과 합의이기 때문에 그렇다. ‘보이지 않는 곳’의 규제는 결국 시민들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코로나19 방역 수칙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업종 전체를 일률적으로 규제하지 말고 △환기 시스템 설치 유무 △주기적 환기와 소독 횟수 △마스크 착용 준수 여부 등 구체적인 지침을 업장에 내려주면 된다. 이를 잘 준수하면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를 일부 완화해주고. 그러면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라도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소상공인들이 늘어날 거다. 만약 개별 업장이 거짓말로 속이면 벌금 부과 등으로 제도하면 된다.
- 델타 변이 확산 이후 정부는 기존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10시에서 9시로 줄였는데, 기회비용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이걸로 영업시간 제한을 말하면 이렇다. “나는 네가 오후 9시까지 한다면, 6시부터 가지 않을 거야”. (웃음)
영업시간 제한 10시와 9시는 소비자 입장에서 상당히 큰 차이다. 심리적으로 저녁에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1시간이 줄어든다는 건, 음식점을 찾을 유인을 상당히 낮춘다. 예를 들어 식당 영업을 오후 10시까지 제한했을 때, 원래 9시까지만 있을 소비자도 막상 9시로 영업시간이 딱 제한되면 아예 안 간다. 9시쯤 식당에서 나와서 커피도 한잔하고 그런 여유를 생각하지 못 해서다.
저녁 활동이 식사 한 끼로 끝나느냐, 아니면 실제로는 가지 않더라도 카페나 호프집에 간단히 한 번 더 ‘들릴 수 있느냐’의 소비심리적 차이는 크다. 개별 업장의 방역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영업시간을 10시에서 9시로 줄인 건 방역의 효용보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본다.
- 오늘(26일) 오전 한국은행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0.75%로 인상했다. 팬데믹 대비 유동성을 늘리기 위한 초저금리 기조를 바꾼 것인데, 적절했다고 보나?
고육지책이었다고 본다. 미국에서 테이퍼링 이야기가 솔솔 나온다. 백신 접종으로 글로벌 코로나19 팬데믹이 소강 상태에 들어설 것이라고 예상되면서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시중에 풀린 과도한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거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테이퍼링을 하고 금리를 높이면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면 그동안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달군 개미 투자자들이 엄청나게 피해를 보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의 초저금리는 팬데믹 시국에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기보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부채질한 측면도 있다. 한은이 지난해 1.25%였던 기준금리를 팬데믹 대응을 위해 0.5%까지 낮춰 통화량을 늘렸는데, 정작 통화속도는 느려졌다. 이 말은 자금 여력이 있고, 은행에서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소득층의 돈이 부동산과 주식으로 대표되는 특정 부문에 묶여서 증식했다는 걸 말한다.
문제는 전세대출과 내 집 마련을 위한 융자가 필요한 저소득층과 중산층이다. 이런 사람들은 지금 금리 인상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빚을 내서 생활을 꾸려나가는 상황이라면, 금리 인상은 실질 소득을 줄여나가는 고통스러운 조치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유동성을 좌시할 수는 없다. 벌써 인플레이션율이 2.2%, 가계부채가 1,800조 원을 넘어선 까닭이다. 다만 정부가 전세대출 등 꼭 필요한 ‘급전’이 필요한 실수요자와 폐업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 등을 위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 끝으로 코로나19 방역대책에 대해 제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이제 우리나라도 싱가포르 등과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률을 높이면서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업장별로 방역 규제를 달리 해야 한다. 정부의 방역지침을 잘 따르는 업체에는 인센티브식으로 규제도 조금 풀어주고.
정부는 생활방역에 있어서의 자율과 책임이라는 개념을 말로만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을 믿고 ‘위드 코로나’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일부 부작용도 있을 거다. 하지만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일부 업장 때문에 경제적 효용이 확실한 선별 규제를 포기하는 건 어리석다.
계속 일률적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다면, 우리 사회는 앞으로 너무 많은 과제를 떠안게 될 거다.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의 사회적 고립과 소외, 노인들의 고독사 증가 등 우리가 모두 다 계산할 수 없고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이 커질 우려가 크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약력
중앙대학교 경제학 학사/Oklahoma State University 응용경제학 석사 및 박사
現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現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
現 규제개혁위원회 경제분과 위원장
現 보건복지부 생활방역위원회 위원
現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포럼 위원장
前 중소기업학회 회장
前 동반성장위원회 공익위원겸 중소기업적합업종 실무위원회 위원장
前 공정거래조정원 대규모유통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 위원장
前 한국유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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