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에서 엔데믹(풍토병) 경향
거리두기와 개인방역 중 더 큰 방역 효과 실증 연구 필요
백신 2차접종률 71.3% 싱가포르, 치명률 0.07% 불과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중심의 방역정책 패러다임을 치명률 중심의 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과 거리두기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한때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지만,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방역정책 방향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것이다. 뉴스포스트는 네 차례에 걸친 기획 기사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정책 논란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역대책은 무엇일까. 뉴스포스트가 각 국가의 백신 접종과 거리두기 수준에 따른 코로나19 확진자와 치명률 변화 추이를 살펴봤다. 분석에는 영국 옥스퍼드대가 구축한 통계사이트 ‘Our World in Data’와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사이트 ‘World Health Organization’의 자료를 활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엔데믹(Endemic)으로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6월 14일 주간 평균 254만 4,416명으로 최저점을 찍은 뒤, 델타 변이 글로벌 확산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코로나19 전 세계 주간 평균 확진자는 444만 2,911명으로 전 주 대비 7만 5,262명 늘었다. 이에 따라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지만, 치명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자료=WHO Coronavirus (COVID-19) Dashboard)

북미와 아시아, 유럽연합 등 전 세계 코로나19 치명률(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수)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낮아졌다. 아시아는 지난해 3월 24일 평균 치명률 4.30%로 최고점을 찍은 뒤 점차 낮아져 지난 16일 기준 1.47%의 평균 치명률을 기록했다. 유럽연합도 지난해 5월 22일 11.12%로 치명률 고점을 찍은 뒤 16일 기준 2.11%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가 팬데믹에서 엔데믹(풍토병)화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치명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자료=Our World in Data, Case fatality rate of COVID-19)

 


확진자 수 폭증하면 엄격해지는 거리두기...효과 있나


앞선 기사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효과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델타 변이 등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과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상황.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방역대책일까. 이를 위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4개국과 코로나19 방역대책 모범국인 싱가포르의 방역대책 수준과 확진자 수 추이를 비교해봤다.

‘Our World in Data’의 ‘COVID-19: Stringency Index’는 국제 여행 제한과 학교 폐쇄, 국내이동 제한, 집합 제한, 확진자 동선파악 등 9가지 정책을 기준으로 각 국가의 코로나19 방역대책의 엄격함을 0~100까지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0이면 가장 낮은 수준의 방역이고, 100이면 가장 엄격한 방역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인도와 브라질, 미국, 싱가포르, 러시아 등의 코로나19 거리두기 정책 강도. (자료=Our World in Data, COVID-19: Stringency Index)
인도와 브라질, 미국, 싱가포르, 러시아 등 5개국의 코로나19 거리두기 정책 강도. 지난 1월 8일 미국에서 주간 평균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지만, 이날 미국의 방역대책은 5개국 중 가운데 가장 엄격했다. (자료=Our World in Data, COVID-19: Stringency Index)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2월 2일 기준 싱가포르는 25점으로 5개 국가 가운데 가장 엄격한 방역대책을 시행했다. 인도가 10.19점로 2위, 러시아가 8.33점으로 3위, 브라질과 미국이 5.56점으로 공동 4위였다. 당시 이들 국가의 코로나19 확진자는 0에 수렴하는 상황이었다.

올해 1월 8일은 미국에서 주간 평균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날이었다. 이날 미국 25만 1,084명, 브라질 4만 4,732명, 러시아 2만 3,886명, 인도 1만 2,513명, 싱가포르 29명 등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기간 미국의 방역대책 엄격함은 71.76점으로 5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인도(68.98), 브라질(61.57), 러시아(50.46), 싱가포르(45.37) 순으로 그 뒤를 따랐다. 미국의 방역대책이 가장 엄격했지만,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반면 싱가포르의 방역대책은 5개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지만, 확진자는 가장 적은 29명에 불과했다.

인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지난 5월 8일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이날 인도의 주간 평균 확진자 수는 39만 1,232명이었는데, 방역대책 엄격함 점수는 인도가 73.61점으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 브라질(56.94), 싱가포르(52.78), 미국(52.31), 러시아(36.57) 순이었다.

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하면, 북미와 인도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올해 1월 이후 방역대책의 엄격함이 확산을 막는 것보다, 확진자가 많아졌을 때 각 국가가 방역대책 수준을 높인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이에 따라 확진자 수가 폭증했을 때, 엄격한 거리두기보다 마스크를 더 철저히 작용하고 개인위생에 신경 쓰는 자발적인 개인 방역이 확진자 수를 줄이는지에 대한 실증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2차 접종(fully vaccinated) 70% 기준이 방역 성공 분기점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률 동향. 백신 2차 접종률이 70% 이상인 아랍에미리트와 싱가포르의 치명률은 0.28%, 0.07%로 매우 낮다. (자료=Our World in Data, Share of the population fully vaccinated against COVID-19, Aug 15, 2021)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률 동향. 백신 2차 접종률이 70% 이상인 아랍에미리트와 싱가포르의 치명률은 0.28%, 0.07%로 매우 낮다. (자료=Our World in Data, Share of the population fully vaccinated against COVID-19, Aug 15, 2021)

아랍에미리트와 싱가포르는 지난 15일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fully vaccinated) 비율이 70% 이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는 72.9%, 싱가포르는 71.3% 등이다.

2차 접종까지 마친 국민이 전체의 70% 이상인 이들 두 국가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6일 기준 아랍에미리트 1,228명, 싱가포르 55명 등이다. 치명률은 아랍에미리트 0.28%, 싱가포르 0.07% 수준으로 낮다. 

특히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1월 30일 하루 확진자가 3,755명으로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1월에 2.5%에 불과했던 백신 2차 접종률 높여 대응했다. 아랍에미리트는 2월 22.1%, 4월 38.8%, 7월 64% 등으로 2차 접종률을 점차 높여 확진자와 치명률을 꾸준히 줄였다. 싱가포르도 지난해 4월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백신 2차 접종률을 늘려 대응했고, 현재 싱가포르의 하루 평균 확진자는 50명 안팎으로 감소했다.

백신 2차 접종률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효과는 서로 이웃 국가인 프랑스와 독일을 비교하면 눈에 띄게 드러난다. 15일 기준으로 1차 백신 접종률은 프랑스가 67.8%, 독일이 62.8%다. 반면 2차 접종률은 독일이 56.8%로, 프랑스 51.8%보다 5%p 높다.

최근 주간 평균 코로나19 확진자는 프랑스가 1만 4,357명, 독일이 4,536명이다. 1차 접종율은 프랑스보다 낮지만, 2차 접종률이 더 높은 독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덜 나온 것이다.

인도와 브라질, 독일, 일본 등은 싱가포르 등 방역 모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2차 접종률이 낮다. (자료=Our World in Data, Number of people fully vaccinated against COVID-19, Aug 15, 2021)
인도와 브라질, 독일, 일본 등은 싱가포르 등 방역 모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2차 접종률이 낮다. (자료=Our World in Data, Number of people fully vaccinated against COVID-19, Aug 15, 2021)

한편 인도, 브라질, 독일, 일본 등은 2차 접종까지 마친 ‘국민의 절대 수’로는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는 1억 2,127만 명 △브라질은 4,963만 명 △독일 4,760만 명 △일본 4,723만 명 등으로 2차 접종까지 마쳤다.

하지만 15일 기준 △인도(3만 6,508명) △브라질(2만 8,346명) △일본(1만 6,666명) △독일(4,347명) 등으로 주간 평균 확진자가 발생했다. 치명률은 △브라질 2.79% △독일 2.4% △일본 1.34% △인도 1.34% 순이다. 

이들 국가의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률은 △인도 8.8% △브라질 23.4% △일본 37.4% △독일 56.8% 순이다. 2차 접종률이 낮을수록 주간 평균 확진자 수가 많은 것이다. 이는 백신 2차 접종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보여줌과 동시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선 백신 2차 접종의 절대 숫자보다 전 국민의 접종률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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