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신고 중 58.7%만 인과성 적격 판정
비공개 심의·복잡한 절차 등으로 유족 고통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 역시 늘고 있다. 건강했던 이들이 접종 후 이상 징후가 나타났지만, 인과성 심의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 정부로부터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통해 여론의 힘을 빌리고 있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인 18일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으로 의심돼 신고된 사례는 총 14만 5,013건이다. 하루 사이 4,158건의 의심 신고가 늘었다. 근육통이나 두통, 발열, 오한 메스꺼움 등 경미한 사례가 13만 8,366건으로 대다수인 95.4%를 차지한다는 게 질병관리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나필락시스와 신경계 이상 반응 등 중증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는 총 656건으로 이날에만 27건이 추가됐다. 신경계 이상 반응은 하루 새 113건이 추가돼 총 5,525건으로 나타났다. 사망 신고도 있었다. 이날에만 5건의 사망 사례가 나와 총 466건이 됐다.
백신 접종 건수가 날마다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작용 의심 신고 사례도 늘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접종자가 중증 이상 반응을 겪거나 사망할지라도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부작용 신고 사례 총 2,300건 중 58.7%인 1,351건에 대해서만 보상을 결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백신 부작용 인정을 받지 못한 이들의 사연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백신을 맞고 발생했다는 증상은 신경 이상과 백혈병, 사지 마비, 급성 뇌경색, 혼수상태, 혈액암, 뇌출혈 등 다양하다. 사망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청원인들의 사연은 제각각이었지만, 이들 모두 방역 당국의 태도를 지적하는 것은 같았다.
백신 부작용 보상 절차 문제 없나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발생할 경우 접종자 본인 혹은 그의 보호자가 주소지 관할 보건소에 신분증 등 방역 당국이 요구하는 서류를 구비하고 직접 보상 신청을 한다. 서류는 신분증에서 진료확인서, 진료비 영수증 및 세부산정내역서, 3개월 이내 의무기록 사본 등이다. 하지만 유족 및 환자 가족들에게는 복잡한 서류 구비 과정부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로 백신 접종 후 9일 만에 아버지를 잃었다는 A씨는 청와대 청원에서 “아빠가 힘겹게 버티시는 동안 저희는 아빠를 보살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의료비 지원을 위한 인과관계 증명자료를 알아보러 다녀야 했다”면서 “하지만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요청한 자료를 수령하지 못한 곳이 태반이었고, 결국 그 사이 아빠는 저희 곁을 떠났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서류들을 마련해 보건소에 제출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피해 기초조사를 하고, 질병관리청에 자료를 제출한다. 질병관리청은 보상 청구일부터 120일 이내에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를 열어 보상 여부를 결정한다. 보상 심의는 한 달에 2회로 수천 건에 달하는 부작용 신고 건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마저도 분기별 1회에서 월 2회로 늘린 것이다.
아버지가 백신 접종 후 길랭-바레 증후군을 진단받았다는 현직 간호사 청원인은 “증후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백신 접종이다. (인과성이 없다는) 판정이 납득되지 않아 이의를 제기했는데, 근거자료가 불충분하다고 한다”며 “추후 근거 자료로 삼을 만한 데이터가 확보되면 부작용 판정을 내려 줄 수도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저희 가족은 부작용 판정이 날지 안 날지 모르는 긴 시간을 기다릴 자신이 없다”고 호소했다.
심의 과정의 비공개성도 유족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백신 접종 후 가족이 6일 만에 사망했는데도 인과성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는 한 청원인은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해달라고 애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억울하게 돌아간 분 한이라도 풀게 이 정도도 요구할 수 없나”라며 “인과성 심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믿을만한 설명이라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현직 간호사 청원인의 사례처럼 의료인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에 정부는 인과성이 불충분하더라도 중증 환자의 경우 최대 1천만 원까지 지원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부작용 보상 절차를 보완하지 않는다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은 증가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