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수 70~80명에서 반토막…일 평균 10여 명 방문
“거리두기 2주 연장 계속…피 말라가는 상황”

모든 인류가 대응력을 갖추지 못한 채 처음 마주한 재난(災難). 전례 없는 재난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할수록 더 잔인하게 다가왔다. 개인의 노력이나 정부 정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제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 삶 전반의 균형이 깨진 채 고립돼 잊혀가는 사람들. <뉴스포스트>는 팬데믹 속 사회적 약자가 돼버린 그들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코로나 확산 1년 반…이제는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12년간 길게 쉬지도 않고 도장을 운영해왔는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이것도 버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서울 강남구에서 A검도장을 운영하는 장영훈(가명‧50)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도장 운영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도장을 정리하고 있는 장영훈(가명‧50)씨.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도장을 정리하고 있는 장영훈(가명‧50)씨.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지난해 2월 코로나 확산 이후 국내 실내‧외 체육시설들은 수용인원수 제한, 집합 금지 시설 등의 지침으로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었다. 참여연대와 코로나19실내체육시설 비상대책위원회가 올해 4월 27일부터 5월 17일까지 전국 실내체육시설 사업주 988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실내체육시설 99%가 매출이 감소하고 집합 금지 기간 동안 절반 이상은 4,000만 원 이상의 부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 씨의 상황도 비슷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라 영업 방침이 바뀌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70~80명 정도였던 회원 수는 현재 30~40명으로 줄었다. 

“작년 2월에 코로나 확진자가 하나둘씩 나오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2월 중순부터 조금씩 회원들이 그만두더니 3월 중순에 집합 금지 조치가 내려왔다. 그래서 거의 한 달간 문을 못 열었다. 이게 어떤 식으로 타격이 커지냐면, 학원 같은 회원제의 경우 3월 초에 재등록한 사람들을 4월로 이월시켜줘야 한다. 4월에 신규 회원도 없었고, 인원이 절반이 감소된 상황에서 아예 한 달 매출이 없어지게 되는 거다.”

그는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의 출석부를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출석부를 살펴보니 코로나 확산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었다. 집합 금지, 운영시간제한 등 강도 높은 방역 지침이 내려질 때마다 출석부는 깨끗했다. 

“월 회원제를 받는 곳 특징이 앞 주에 쉬어버리면 회원들이 그다음에 안 나온다. (작년) 9월에도 문 닫으라고 해서 쉬었고. 12월이 타격이 컸다. 첫 주 운영하고 1월 중순까지 문 못 열었다. 이때는 두 달 치 회비를 안 받았다. 받을 수가 없더라. 학원 없어지면 안 된다고 나 생각해서 오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그냥 버텼다. 이 시기, 배달하는 사람들 많아졌다는 기사 봤는데, 그중에 한 명이 나다.”

A검도관의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 출석부.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A검도관의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 출석부.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현재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한 실내체육시설 방역 지침은 ▲22시부터 익일 05시까지 운영 중단 ▲시설 면적 8㎡당 1명(체육도장은 6㎡당 1명) 인원 제한 ▲샤워실 운영 금지(수영장 제외) 등이다. 검도장 및 체육도장은 시설 내 머무는 시간은 최대 2시간이어야 하며 대련, 시합 등 상대방과 직접 접촉이 일어나는 운동은 금지됐다.

“코로나 시작되고 나서는 비말 방지 마스크라고 호구 앞쪽에 플라스틱을 덧대고 운동을 했다. 그 이후에 마스크를 쓰라고 지침이 내려와서 쓰고 운동한다. 지금은 샤워실 운영 안 하고 개인 연습만 가능해도 꼬박꼬박 오시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도 아쉽기는 하겠지만 도장 생각하는 마음에 나오신다. 현재 16명까지 들어올 수 있지만 사실 10명도 안 들어오는 상황이다. 같이 6~7명씩 서로 대련하는 재미가 있는데 한 명, 두 명씩 와서 개인 연습만 하고 가니 재미없을 거다.”

문 앞에 붙여진 방역 지침 안내문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문 앞에 붙여진 방역 지침 안내문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마지막으로 장 씨는 방역 지침을 세울 때 현장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양한 체육 종목이 있는 만큼 방역 지침이 세부적으로 나올 수 없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한테는 불합리한 게 있다. 지금까지 검도장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지도 않았고, 지금은 아예 개인 간 접촉조차 없다. 체육시설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어 위험 시설이라고 판단하지 말아달라. 그리고 2주, 2주씩 연장하면서 사람 병들게 하지 말고 확실한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차라리 셧다운 되면 마음이라도 편할 것 같다.”

코로나 확산 1년 8개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장 씨는 잠시 쉬어갈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3시부터 다섯 타임을 운영하는데, 아무도 없는 도장에서 누군가 오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정신적으로도 지쳐간다. 몇 분 오셔도 시끌시끌한 분위기도 아니고, 모두가 재미가 없는거다. 또 수업 마치고 끝나면 10시쯤 되는데 골목도 잠잠하다. 그런 부분도 우울하고 외롭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문 닫을 시간이 되면 불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코로나가 끝나긴 할까. 희망이 아니라 절망만 보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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