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에서 학원 운영하는 30대 임수진 씨
코로나 확산 초기 기준 없는 휴원 권고에 우왕좌왕
임 씨 “현장 고려한 방역 지침 내려주길”
모든 인류가 대응력을 갖추지 못한 채 처음 마주한 재난(災難). 전례 없는 재난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할수록 더 잔인하게 다가왔다. 개인의 노력이나 정부 정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제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 삶 전반의 균형이 깨진 채 고립돼 잊혀가는 사람들. <뉴스포스트>는 팬데믹 속 사회적 약자가 돼버린 그들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휴원 권고는 기약 없는 무급휴가인 셈이에요...”
지난해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원도 큰 혼란을 겪었다. 정부가 학원을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로 보고 휴원을 권고한 것. 지난해 12월 말,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당시에는 집합금지 업종으로 분류돼 아예 운영조차 할 수 없었다.
학원업계는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코로나19 상황 속에 휴원과 등원을 반복하며 재정적 적자를 감내해야 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임수진 씨(35‧가명)는 “함께 근무하는 강사와 차량 기사, 등원을 바라는 학부모, 잠정적 집단감염 발원지로 보는 사회의 시선 등 다양한 이해관계의 중심에 서있었다”며 “학생들이 절반 가까이 빠져 나가는 상황에서도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뉴스포스트는 임 씨를 만나 팬데믹 속 학원업계의 고충을 들어봤다.
고통의 연속…그래도 안전이 우선
임 씨는 남편과 초‧중‧고등학생 대상 영어와 수학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학원 운영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무렵,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작년 2월, 코로나가 심상치 않아지고 정부에서 학원 휴원 권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 정말 패닉이었다. 학원에 전화가 그렇게 많이 올 수 있는지 처음 느꼈다. 우리 입장에서도 운영을 해야 하는지, 학부모 입장에서도 애를 학원을 보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었다. 내려온 지침이 없었으니까.”
확진자 증가에 따라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학원 운영도 차질을 빚었다. 코로나로 인해 학원을 그만두는 학생들이 생겨났고, 강사들도 하나둘 현장을 떠나갔다.
“코로나 이전보다 약 30% 인원이 줄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보통 180~190명의 학생이 다녔었다면 지금은 130~140명 정도다. 초반에 학교는 문 닫았고, 엄마들이 공부는 시켜야 하는데 학원도 보내지 말라고 하니 과외나 소규모 공부방으로 옮겨갔다. 그 인원이 회복이 안 되고 있다. 또한 강사가 그만두는 것도 학원 운영자 입장에서는 타격이 크다. 코로나 터지고 반복되는 휴원에 월급이 절반으로 줄어드니 그만두는 강사들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 학원은 학부모와 아이들이 학원 이름보다 선생님 보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니까 선생님이 나가면 아이들도 따라 나가는 거다. 고정비는 그대로 지출되는 상황에서 또 수입에 타격을 입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 씨는 학원 운영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함께 근무하는 강사, 차량 기사들도 있었기 때문. 임 씨는 정부에서 내려오는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학부모와의 신뢰 형성을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했을 때 교육비 70% 받았다. 정부의 권고 사항이 이었다. 주변에 100% 받는 학원들도 있었지만, 정부 지침들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했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 힘든 상황이었어서 장기적으로 가정과 신뢰를 가지고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비대면 수업이 학습 효과는 떨어지겠지만, 수업 환경 측면에서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는 이미지도 중요했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두려움
학원 전체 소독은 주기적으로 하고, 열 체크 및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했지만 학원생의 확진은 막지 못했다. 어머니에 의해 확진된 학생이 발생한 것. 그 아이는 학원에 하루 등원 했었다.
“눈앞이 깜깜했고, 학원이 망했구나 싶었다. 우선 그 아이랑 접촉한 선생님, 학생들 다 당일 연락해서 검사받게 했다. 다행히 모두 음성이었고, 추가 확진자도 없었다. 이 일을 겪으면서 우리도 학부모도 코로나 19에 좀 담대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잘하고 방역 잘하면 괜찮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경각심도 생겼다.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다면 무조건 보내지 말기로.”
곤란한 상황도 있었다. 열이 있는 아이를 계속 학원에 등원시키려고 하는 부모가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시험 기간에 있었던 일이다. 중 3인데 열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해열제 먹여서 보내려고 하더라. 우린 되돌려 보냈다. 다음날도 보내셨고 또 되돌려 보냈다. 우리가 데리고 있는 백여 명의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미열이 있는 아이들을 되돌려 보내는 것은 학부모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물론 이제는 대부분 아셔서 안 보내긴 한다.”
“방역 지침, 실효성 부족하다 생각”
정부는 코로나 확산 초기부터 학원을 소규모 집단 감염 위험이 있는 곳이라고 판단, 휴원과 비대면 수업을 권고했다. 임 씨는 이러한 방역 지침을 두고 현장을 세세히 파악하지 못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초기부터 정부는 학원을 굉장히 위험한 곳이라고 판단했다. 코로나가 어디는 위험하고, 어디는 위험하지 않은 곳이 있을까. 마스크 잘 착용하고 방역 수칙 잘 지키면 안전한 곳 아닐까. 힘든 건 마찬가지인데 학원은 다른 소상공인처럼 생각해 주지 않은 것 같다. 우리도 한 달 벌어 한 달 산다. 월세 내고, 월급 주고 먹고사는데 그냥 운영하지 말라고 한 건 너무 속상했다.”
“방역 수칙도 얼마 전까지는 강의실 내에 음용이 안 된다고 하더니 4단계 되니까 음료 마시는 건 괜찮다고 하더라. 초반에는 ‘몇 평당 한 명’이라는 지침이 있었다. 이 지침을 맞추려면 조그만 소형 학원은 거의 교사 한 명에 학생 한 명이어야 한다. 우리도 그 지침에 따르려니 교사 한 명에 아이들이 강의실 모서리 쪽에 한 명씩 앉아야 했다. 실효성 없는 방침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7월에 들어서며 수도권 지역에 확진자가 속출하고 전국 확진자 수가 1천여 명을 넘어가자 정부는 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올렸다. 강의실 내에서는 두 칸 띄어 앉아야 하는 등 방역 수칙의 변화는 있었지만 휴원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다. 현재 10시까지 운영이 가능하다.
“집합금지가 될까 걱정했는데 운영에는 제한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3학년 인원이 제일 많은데 이 아이들은 거리두기 때문에 세 반으로 나눠서 수업하고 있다. 나눠서 수업하는 만큼 힘들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 모두 안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임 씨는 정부 정책에 대해 “학원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보호책이 있으면 좋겠지만 코로나 시국에 누구나 어렵고, 모두의 입장을 생각하는 정책이 나올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나름의 최선이라 생각한다. 다만 앞으로 나올 방역 대책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기대한다. 그만큼 우리도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 안전을 위해 철저히 방역하고 운영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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