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위해 ‘투잡’·‘쓰리잡’하며 무대 준비하는 연극배우들
코로나19 팬데믹...‘소통의 중요성’ 알리는 무대 이어갈 것
특별한 ‘코다’ 이야기로 코로나19 극복 보편성 얘기하고파
“대학로 소극장 방역 철저...걱정 놓고 연극무대 찾아주시길”
모든 인류가 대응력을 갖추지 못한 채 처음 마주한 재난(災難). 전례 없는 재난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할수록 더 잔인하게 다가왔다. 개인의 노력이나 정부 정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제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 삶 전반의 균형이 깨진 채 고립돼 잊혀가는 사람들. <뉴스포스트>는 팬데믹 속 사회적 약자가 돼버린 그들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청춘과 낭만의 상징이었던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문화와 만남의 장소였던 대학로 연극판도 코로나19 팬데믹을 피해가지 못했다. 전염병을 우려한 ‘비대면’ 기조에 연극무대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것이다.
그럼에도 몇몇 극단은 연극무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팬데믹 시국에도 무대 위의 배우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삶’을 연기한다.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위해 이들은 ‘투잡’ 또는 ‘쓰리잡’의 생계활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온갖 어려움에도 이들이 연극을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지난 8일 뉴스포스트 취재진은 대학로를 찾았다. 주말 저녁 시간대였지만, 대학로는 소극장들을 중심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과거가 무색할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이날 취재진은 ‘극단 청사진’ 소속 배우들을 만나 팬데믹 시국 이들이 연극무대에 서는 이유를 들어봤다. 극단 청사진은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공연 예정인 연극 ‘코다’ 준비에 한창이었다.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 진행했다.
팬데믹에서도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극단 청사진 구성원들은 최근 연극무대를 준비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을 관객모집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염병 감염 우려 등으로 대학로 연극을 찾는 관객들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로 아동·청소년극을 하는 특성상, 가족 단위 관객모집을 해야 하는 극단 청사진의 사정은 더욱 어려운 형편이다.
김유정(39) 기획은 “전염병 우려로 초·중·고·대학생 등 단체 관람 프로모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코로나19 전에는 보조 좌석을 설치해야 할 정도로 관객이 몰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100석 가운데 7~8석만 채우고 연극을 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장지은(34) 연출은 “비대면 기조가 강해지면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와달라고 말해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예약된 수십 석이 4단계 거리두기 조치가 발표되자마자 한꺼번에 취소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연극무대를 이어가는 이유가 뭘까. 장지은 연출은 “전쟁 속 가장 필요한 것은 인간성이듯,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이라면서 “인간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소통을 가장 잘 구현하는 것은 바로 연극이라는 예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유정 기획도 “예술과 인간은 하나인데, 우리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연극을 멈추면 현장 예술의 가치와 함께 인간성도 쪼그라드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 팬데믹에도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얘기하는 연극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국, 영혼을 위로하는 연극무대 더 많아져야
극단 청사진의 연극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줄임말로, 청각장애를 가진 농인 부모 아래 태어난 청인 자녀를 의미한다. ‘코다’는 전 세계 공용어로, 매년 전 세계 코다들이 모이는 ‘코다국제컨퍼런스’가 개최되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국 ‘코다’라는 연극을 준비한 이유에 대해 장지은 연출은 “‘코다’라는 특수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코로나19가 낳은 ‘소통의 부재’라는 보편적 이슈를 풀어나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중 청각장애인 엄마 역할을 맡은 김연진(45) 배우는 “25년 연극무대에 서는 동안 코로나19 시국처럼 경제적, 정신적으로 힘든 적이 없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온기를 전하는 연극무대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로 소극장은 오전과 오후 정기 소독을 하고, 무대가 끝날 때마다 수시로 소독하는 등 철저한 방역을 하고 있다”면서 “또 거두리기 지침에 따라 관객석 사이사이를 의무적으로 비워두는 만큼, 코로나19 걱정 없이 현장에서 연극을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극중 남자주인공 역할을 맡은 김준영(27) 배우는 “코로나19 시국이라 연습실 대여 시간도 밤 10시까지로 제한되는 등 무대 준비에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많은 연극배우가 최근 무대가 줄어 아르바이트를 늘려가며 무대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코다 무대를 연습할 때마다 영혼이 맑아지는 것을 느끼는데, 관객분들에게도 이런 카타르시스를 전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극중 여자주인공 역할을 맡은 김지원(26) 배우는 “‘코다’인 주인공 하늘이가 처한 어려운 환경은 사실 청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할 때 모두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성장통”이라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하늘이의 성장을 보며 관객분들도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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