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가구 중 1가구 한부모 가정
일자리 감소·돌봄 공백 속 고군분투
“애 핑계”…한부모 밝히면 취업 힘들어
‘결핍 아이’ 시선 만연...인식 개선 시급
모든 인류가 대응력을 갖추지 못한 채 처음 마주한 재난(災難). 전례 없는 재난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할수록 더 잔인하게 다가왔다. 개인의 노력이나 정부 정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제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 삶 전반의 균형이 깨진 채 고립돼 잊혀가는 사람들. <뉴스포스트>는 팬데믹 속 사회적 약자가 돼버린 그들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코로나로 아이들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비와 공과금은 훨씬 더 드는데, 일까지 줄어 부담이 배가 돼요…이런 시간이 계속되니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13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13, 17세 두 아들을 홀로 키우는 김소혜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보다 경제적 어려움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남편과 사별했을 당시 “혼자서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고 주변에 말했지만, 매일 밤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잠들어야 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린이집, 학교 등이 휴원·휴교를 반복하며 가정 내의 돌봄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한부모 가정은 자녀 돌봄의 큰 축인 보육·교육시설 운영이 중단될 경우, 돌봄 공백으로 인해 직장 근무에도 문제가 생겨 고충이 심화하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2일 경기도 김포시 마산동 대한한부모협회에서 김소혜(가명·42), 황혜정(가명·35), 조성엽(가명·38), 박민정 (가명·31) 씨를 만나 펜데믹 시국을 나는 한부모 가정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일자리 감소·돌봄 공백 등 생활 어려움
김 씨는 민간 어린이집에서 보조 교사로 근무하며 일당을 받는다. 코로나19로 휴원 기간이 늘고, 등원하는 아이들의 수가 줄자 자연스럽게 근무 기간이 줄어들었다. 지난달 근무 일수는 2주가 채 안 된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생활고를 겪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어린이집 휴원은 당연한 조치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은 일이 줄면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며 “고등학생의 경우 급식카드도 끊겨 세 끼를 집에서 해결해야 하니 식비 부담이 엄청나다”고 토로했다.
여러 협회에서 받은 나눔 물품으로 생활하고 있는 김 씨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몰라 두렵다. 아이들도 학원 한 번 못 보내주고, 체험학습이나 간단한 외식조차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니 속상하다”라고 전했다.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한부모는 자녀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 7개월이 지난 아이를 홀로 키우는 박민정 씨는 “아기용품은 다행히 나눔을 받았고, 서울시 장난감 도서관을 이용하지만 기저귀와 분유, 물티슈 등 생활제 구매 비용은 나라에서 주는 양육수당으로는 빠듯하다”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돈이 궁해도 일은 꿈도 못 꾼다. 아기를 혼자 돌봐야 하니 일도 못하고 미쳐버릴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애 핑계 대는 거 아니야?”… 일자리 배제
한부모는 고용시장의 약자였다. 부모나 주위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좋은 일자리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 문제가 주로 부각되다 보니, 한부모 가정의 일자리는 관심 밖의 일이 된 지 오래다. 이들을 위한 제도가 노동법에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한부모인데 애들 핑계 안 대고 고정시간 출퇴근 가능해요?, 한부모면 곧 방학인데 일할 수 있어요?, 한부모인데 주말 특근, 잔업 무조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12살, 8살 초등학생 남매를 키우는 황 씨는 올해 초 첫째 딸이 고학년에 들어서자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면접 시 한부모라는 것을 밝히면 분위기가 변한다고 말했다.
황 씨는 “‘애는 누가 봐주냐, 애가 아플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모든 주부에게 해당하는 말이지만 한부모라는 것을 콕 집어 강조하는 색안경 낀 대표들이 대부분이다”라며 “가난의 고리를 끊고 싶어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정부 차원의 돌봄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고 개인의 몫이라는 인식이 강해 한부모는 고용시장에서 배제된다”고 호소했다.
한부모 늘었지만... 편견 그대로
통계청이 지난 7월 29일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이혼이나 사별 또는 비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구는 153만 3,000가구로 1년 전보다 4,000가구(0.2%) 증가했다. 이는 전체 가구 수(21,48만 5,000)의 7.1%로, 10가구 중 1가구는 한부모 가족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과 제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많은 수의 한부모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과 자녀 양육의 어려움, 부모의 이중 역할로 인한 부담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되지만, 이날 모인 한부모들은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과 고립이 가장 힘들다고 밝혔다.
조 씨는 “이혼한다는 사실을 털어놨을 때 ‘애는 무슨 죄냐, 엄마가 중요한데 가정교육이 제대로 되겠냐’ 등 지인들의 걱정을 위장한 오지랖에 더 상처를 받았다”고 얘기했다.
김 씨는 “둘째 아이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어느 순간부터 어울리지 않아 이유를 물었더니 친구 엄마가 놀지 말라는 얘기를 했다고 들었을 때 억장이 무너졌다”며 “아빠의 부재를 티 내지 않으려고 바르고 키웠다고 자부했는데…며칠 밤을 못 잤다”고 전했다.
이날 한부모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부분과 돌봄을 큰 어려움으로 꼽았지만,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황 씨는 “여전히 한부모 가정의 아이가 문제나 결핍이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씁쓸하다”며 “코로나19 상황으로 국민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한부모 가정을 위한 돌봄 지원을 상황에 맞게 지원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가장 효과적인 지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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