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서버관리비·기자재유지비·게임사용료 등 고정비
주말 낮 서울 소재 PC카페, 115석 가운데 17석만 사용
“벌써 빚만 4억인데...대출 상환 두려워 폐업도 못 한다”

모든 인류가 대응력을 갖추지 못한 채 처음 마주한 재난(災難). 전례 없는 재난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할수록 더 잔인하게 다가왔다. 개인의 노력이나 정부 정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제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 삶 전반의 균형이 깨진 채 고립돼 잊혀가는 사람들. <뉴스포스트>는 팬데믹 속 사회적 약자가 돼버린 그들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PC카페는 시장이 좁아서 사장들끼리 서로 잘 알죠. 그래서 이 바닥에선 파산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장님들이 남 일 같지 않아요. 최근에도 우리 조금만 더 버텨보자며 술잔 기울이던 형님이 극단적 선택을 하셨어요.”

이상태 사장이 사용이 끝난 좌석을 에탄올과 걸레로 소독하며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이상태 사장이 사용이 끝난 좌석을 에탄올과 걸레로 소독하며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서울 성동구 금호로에서 115석 규모의 PC카페를 운영하는 이상태(48) 사장은 지난 25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파산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장들이 늘었다”면서 “그렇다고 당장 사업을 정리하면 수억 원의 대출금을 갚아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적자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장관들이 나서 PC카페 죽이기 나서”


지난달 29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의 코로나19 방역수칙 브리핑 보도를 보고 있는 이상태 사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지난달 29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의 코로나19 방역수칙 브리핑 보도를 보고 있는 이상태 사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이날 취재진이 PC카페에 들어섰을 때 이상태 사장은 구석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100석이 넘는 PC가 대부분 이용자가 없어 전원이 꺼진 채였다. 취재진이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이 사장은 그제야 “이거 다시 본다고 온 줄도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눈이 붉게 충혈된 상태였다.

이 사장의 모니터엔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브리핑하는 모습이 보였다. 권 장관은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발표하면서 “방역수칙 위반이 반복되면 해당 지역 동일 업종 전체에 대해 운영제한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태 사장은 “이거야말로 현대판 연좌제”라면서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PC카페 이용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등 정부와 장관들이 나서 우리를 코로나 전염의 근거지로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근거도 없이 PC카페 죽이기에 혈안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PC 이용률 평균 15% 안팎...파트타임 3명에서 1명으로


PC카페 이용자가 가장 많은 주말 낮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15%가 되지 않는 좌석 점유율.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PC카페 이용자가 가장 많은 주말 낮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15%가 되지 않는 좌석 점유율.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인터뷰 내내 115석의 PC 가운데 전원이 들어온 PC는 17석에 불과했다. PC카페를 이용하는 사람이 몰리는 주말 오후 2시 기준 점유율이 15%가 채 안 되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2인 동반 등 단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3미터 이상 거리를 띄우거나, 서로 마주보고 반대편 PC를 사용하고 있었다. 또 PC마다 칸막이가 설치돼 있고, 이용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상태 사장은 이런 이유로 정부의 PC카페 방역수칙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평균 이용률이 15% 안팎인 PC카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방역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이상태 사장은 “정부는 PC카페가 20년 전 PC방으로 불릴 당시 사람이 붐비던 시절인 줄 아는 것 같다”면서 “요즘은 평균 점유률이 15%이고, 평균 사용시간 2시간이 안 되기 때문에 PC카페에 사람이 모인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PC카페를 관리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주며 지난달 평균 PC 점유율과 평균 사용시간을 보여줬다. 각각 15.6%와 1시간 30분으로 기록돼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파트타임을 3명에서 1명으로 줄였다는 이상태 사장. 이 사장은 자영업 전체적으로 파트타임 일자리의 60% 정도가 사라졌다고 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파트타임을 3명에서 1명으로 줄였다는 이상태 사장. 이 사장은 자영업 전체적으로 파트타임 일자리의 60% 정도가 사라졌다고 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인터뷰 도중 아이스커피 주문이 들어오자 이상태 사장이 벌떡 일어났다. 그는 주방으로 달려가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했다. 이 사장은 최근 경영난으로 3명이었던 파트타임 근무자를 1명으로 줄였다. 그 때문에 커피를 내리는 업무 등 직접 해야 하는 일이 늘었다. 이 사장은 “자영업 전체적으로 파트타임 일자리를 줄였다”면서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 친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서버관리비·게임사용료 등...고정비 지출 감당 안 돼


PC카페 좌석이 거의 비어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PC카페 좌석이 거의 비어있다. (사진·편집=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PC카페는 고정비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고정비로 지출하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에 더해 서버관리비와 게임사용료 등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게임사용료는 PC카페 업주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상태 사장은 “PC 한 시간 이용요금이 1,000원인데, 게임사용료를 300원을 내야 한다”면서 “PC에서 나오는 수익의 30%를 게임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여기에 임대료와 서버관리비 등을 합치면 평균적으로 PC카페는 한 달에 1,500만 원 수준의 고정비를 지출한다.

현재 코로나19 방역수칙은 PC카페 운영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이 사장에 따르면, 24시간 동안 운영했던 과거에 비해 매출이 40% 이상 줄었다. 최근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적용 이후에는 줄었던 매출에서 또 한 번 40% 정도 매출이 떨어졌다. 

이 사장은 “1,500만 원 고정비가 지난해부터 계속 적자로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나는 코로나19 이후 개인 신용대출까지 합해 4억 원을 받은 상태고, 그것도 부족해 아파트를 정리한 뒤 오피스텔 월세로 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당장 사업을 정리하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좁은 업역 특성상 PC카페 사장들은 서로 알고 지내는데, 최근 파산은 물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장들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남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상태 사장이 알고 지내던 PC카페 사장도 최근 감당할 수 없는 경영난에 부딪혀 극단적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인터뷰 말미에 이상태 사장은 “PC카페가 코로나19 전염 위험이 높은 곳이라는 오해가 빨리 불식됐으면 좋겠다”면서 “정부가 PC카페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가 불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방역수칙에 변화를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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