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한 달 전 음식점 오픈
지난해 12월, 거리두기 2.5단계 되면서 매출 반 토막
대출금으로 메꿨지만 운영 힘들어…4단계로 직격탄
버티려고 빚내 투자했다가 재난지원금 배제 당해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이렇게 가다간 적자만 늘어난다. 진지하게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한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종수(가명‧42) 씨는 지난 5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운영난에 대해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및 영업시간 제한으로 타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반 넘게 이어지면서 자영업자가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 반복되는 영업 제한과 사적 모임 금지 조치 탓이다. 지난 7월부터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6시 이후에는 3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자 자영업은 치명타를 맞았다.
이중 음식점업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2019~2020 개인 일반사업자 업종별 부가가치세 매출 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총 52개 업종 가운데 29개 업종에서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총 감소액은 19조 4,137억 원에 달한다. 이중 음식점업의 감소액은 5조 7,323억 원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가장 심각했다.
“매출 반 토막…무슨 정신으로 버티고 있는지 몰라”
이날 3시 박 씨의 음식점에 방문했을 때 한 팀의 손님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맞은편에 박 씨와 그의 아내가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는 사이 한 팀의 손님이 입장했다.
“원래는 브레이크 타임인데 요새는 그냥 쉬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 손님 하나라도 아쉬운 상황인데 어떻게 쉬겠나.”
박 씨는 2019년 12월 말, 하남시에 가게를 열었다. 송파구에서 계속 장사를 해오다 이곳으로 넘어왔다. 부푼 꿈을 안고 운영을 시작했지만, 오픈 한 달여 만에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예전 메르스 때처럼 한 석 달 버티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확산세가 엄청났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3월부터 홍보를 열심히 했고, 매출도 괜찮았다. 사실 그 당시에는 코로나가 크게 확산되지도 않았고, 사람들 소비 심리도 많이 위축되지도 않았었다. 9월에도 2.5단계가 되면서 단체손님을 못 받으니 매출이 빠지긴 했지만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2월 초부터 다시 2.5단계가 되면서 기존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실제 그가 보여준 월 매출 내역은 코로나 확산에 따라 자영업자의 피해를 고스란히 알려주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신용카드 매출 2,164만여 원은 12월이 되자 759만 원으로 떨어졌다.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000만 원의 적자가 났고, 대출받아놨던 돈으로 메꾸는 상황이 벌어졌다.
힘들었던 올해 초를 지나 조금씩 희망이 생겼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7월에는 거리두기 완화 등 영업 제한 지침이 풀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의 7월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4차 대유행으로 거리두기가 4단계로 올라갔고, 사적 모임 제한도 영업 지침도 이전보다 더 강화됐다.
“7월엔 되겠다 싶어 전부터 마케팅 세팅도 해놓은 상태였다.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런데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고, 6시 이후에 2명만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건 장사하지 말라는 이야기 아닌가. 인원 제한이 계속되니 너무 힘들다. 지금은 정부가 자영업자 다 정리하려고 그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4차 재난 지원금 못받아…폐업 고민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재난지원금인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을 4차례 지급했다. 그에게 정부 지원금이 도움이 됐는지 묻자 ‘받지 못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4차 버팀목 자금 플러스를 받지 못했다. 2019년 12월 오픈인데 그때 매출보다 2020년이 올랐다는 이유였다. 이것 때문에 이곳저곳 전화도 많이 하고, 저와 똑같이 못 받으신 분들과 함께 이 부분에 대응하고 있다. 내가 이 300만 원 받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 5차도 확정은 아니지만 또다시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 화병 날 것 같다. 나라에서 강제적으로 영업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인데 거기에 대한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 싶다. 내 돈 들여가며 가게 운영하고 있는데 힘들다고 손 놓고 있어야 하나? 자금 투자해서 매출을 높이긴 했지만 사실상 이익은 없는 상황이다. 배달 업체 광고비에도 돈을 꽤나 썼다. 최근에 누가 밀키트 작업을 해보자고 했었는데 못하겠더라. 그거 해서 매출 높아지면 또 배제 대상이 될까봐.”
월 660만 원의 임대료, 직원 두 명의 인건비 등 고정 비용도 이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부담이 됐다. 그는 7월부로 정직원과 아르바이트 직원을 내보냈다. 현재 아내와 함께 일하고 있다.
“매출이 올랐을 때가 손익분기점 약간 위다. 매출이 빠지기 시작하면 적자가 난다. 지금 상황에서 줄일 수 있는 건 인건비뿐이다. 식재료비를 줄일 수 없지 않나. 7월 초에 직원 내보내고, 아르바이트 직원이랑 좀 더 하다가 그 친구도 내보냈다. 아내와 둘이서 운영하는데 힘들고 지친다.”
현재 박 씨는 가게를 내놓은 상황이다. 적자 상황이 지속돼 가게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는 “진지하게 폐업을 고민 중이다. 이렇게 가면 매달 적자다. 코로나가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겠고, 나라에서 지원도 제대로 해주지도 않는다. 지금 가게를 팔면 1억 4,000만 원 정도 손해를 볼 것 같다. 가게 오픈 2년도 안 돼서 1억 넘게 까먹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적자를 안 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손해는 안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주는 폐업 지원금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박 씨는 “지금 폐업 고민하는 분들 많을 거다. 그런데 폐업도 그냥 할 수 없다. 원상복구하고 나가야 하는데 우리 가게만 해도 1,000만 원 이상이다. 근데 폐업 지원금은 50만 원이다. 이걸 누구 코에 붙이나. 폐업이 부러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방역 지침에 대해서 “국내 공항만 해도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대중교통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식당에만 칸막이 다 쳐놓고 2명으로 제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방역 협조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 같이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니까. 그런데 자영업자만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 인원 등 영업제한 지침을 풀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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