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100% 2차 접종 완료해도 거리두기 완화 위험
1차 접종만으론 효과 없어...변이 바이러스 출현 우려
치명률이 독감 수준? 코로나19 치명률 과소평가돼
청년층, 코로나19로 멈춘 꿈 지키려면 백신 접종해야
2022년 봄, 치료제 출시돼 마스크 벗는 일상생활 전망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중심의 방역정책 패러다임을 치명률 중심의 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과 거리두기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한때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지만,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방역정책 방향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것이다. 뉴스포스트는 네 차례에 걸친 기획 기사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정책 논란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지금 다시 저녁 모임을 8인까지 허용하거나 4인까지 허용하는 정도로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우리도 일본처럼 하루 확진자가 수만 명 나올 수도 있습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9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거리두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아직은 고려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델타 변이 등장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양상이 바뀌었다는 게 이유다.
정 교수는 “전 국민 70%가 2차 접종을 하는 11월쯤 거리두기를 완화해도 된다는 예상은 이미 틀렸다”면서 “델타 변이 등장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까닭에,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봄에나 거리두기 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소재 한림대학교성심병원에서 정기석 교수를 만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코로나19 백신 수급 정책 등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 ‘위드 코로나’를 받아들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한국도 일본처럼 확진자가 폭증할 거다. 기존 코로나19보다 감염재생산지수가 2.5배 이상 높은 델타 변이 특성상, 확진자가 수만 명 나올 가능성도 있다. 델타 변이 전에는 1차 접종만 하면 웬만큼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지구촌은 델타 등장 이후 다시 한 번 새로운 팬데믹에 돌입했다고 봐도 될 정도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치명률을 독감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일부 학자들도 있는데, 그건 잘못된 비교다. 코로나19 치명률엔 폐렴 등 2차 합병증이 빠져있다. 또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개인위생 관리 등이 철저해서 독감보다 치명률이 낮게 보일 뿐이다.
- ‘전 국민 70% 2차 접종’ 이후 일상 복귀의 꿈, 물 건너갔다고 봐도 되나?
전 국민 70%가 아니라, 100%가 접종을 완료해도 거리두기 완화는 못 한다. 전 국민 100%가 동시에 2차 접종을 완료하면 완화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불가능해졌다. 한국은 1차 접종과 2차 접종 간 차이가 25% 이상 나고 있다. 1차 접종은 50% 수준인데, 2차는 20%대다. 세계적으로 이렇게 1차과 2차 접종 간 괴리가 나는 나라가 없다. 개인별 2차 접종이 완료되는 시기가 다르면, 서로 항체 수준도 달라진다. 이런 상태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확진자를 폭증시킬 것이다.
- 1차와 2차의 접종률 괴리가 왜 생겼다고 보나?
정부의 백신 수급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 들여올 백신 수급량을 잘못 계산했다. 그래서 백신 돌려막기를 한 거고. 처음에 아스트라제네카를 들여와서 1차 접종분에 맞게 2차 접종분을 남겨놔야 했다. 그런데 9월 말까지 1차 접종 완료라는 정책 목표만을 위해 2차 접종분을 1차로 돌렸다. 그러다 보니 2차 접종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고.
- 1차·2차 접종률 차이가 가져올 부작용은 없나?
두 가지가 있다. 우선 1차 접종으로는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상당히 떨어진다. 영국 통계를 보면 1차 접종으로 델타 변이를 33% 정도 막는다고 하는데, 이건 무증상자를 제외한 수치다. 무증상자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1차 접종으로 20% 정도 막는다고 보면 된다. 10명 가운데 8명이 1차 접종만으로는 예방 효과가 없다는 건데, 이건 거의 못 막는다는 얘기다. 최소한 50%는 막아야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오히려 어중간하게 1차 접종만 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백신에 내성을 갖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을 높인다. 오히려 1차 접종이 변이 바이러스가 탄생할 토양을 제공하는 셈이다. 델타 변이보다 백신을 완벽하게 뚫는 변이가 발생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 방역당국은 기존 ‘화이자 3주, 모더나 4주’였던 mRNA 1·2차 접종 주기를 6주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는데, 우려되는 점은 없을지?
앞서 말했던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는 환경조성의 문제가 있다. 3주나, 4주나, 6주나 이게 몇 주 차이 없는 것 같아도, 그 2~3주 안에 1차 접종만 하고 뚫릴 수도 있다. 그러면 백신에 내성을 가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할 가능성을 높인다.
또 백신의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모른다고 하지만, 애초에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3주와 4주 접종 기간을 말한 건 나름대로 실험과 임상 결과를 토대로 나온 것이다. 백신 2차 접종은 우리 몸을 복습시켜주는 개념으로 보면 되는데, 만든 제약사도 확실히 모르는 마당에 그 기간 내에 몸이 전에 학습한 백신을 잊지 않을지 누가 장담하겠나.
- 백신 접종이 위험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도 이런 우려로 백신이 남는 상황인데.
일단 우리나라에 앞서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우리가 맞은 백신을 접종한 상태다. 앞선 나라들의 백신 접종 사례들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일부에서 혈전증 우려가 있지만,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 하다못해 감기약을 지어 먹어도 부작용으로 입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문제는 이게 중장기적으로는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거다. mRNA라는 백신은 우리가 생전 처음 보는 백신이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도 이제 멀쩡한 바이러스를 인체에 주입하는 건데, 이것들이 들어가서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는 사실 장기적으로 알 수 없다. 하지만 인체는 웬만한 독성 물질이 들어와도 자정기능으로 해결한다. 하루에 우리 몸에 암세포가 굉장히 많이 생기지만, 우리 면역 기능이 다 없애고 있는 게 그 사례다.
- 당뇨병 등 기저질환으로 백신 접종을 고민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질병관리청에서 잘못 설명해서 그렇다. 기저질환과 백신 부작용은 전혀 상관이 없다. 질병관리청이 백신 접종 이후 몇몇 사망 사례에 백신 때문에 사망한 게 아니라 기저질환 때문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래서 오해가 생겼다. 오히려 심장병이나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으면 코로나19에 취약하기 때문에 먼저 맞아야 한다.
- 50세 미만은 코로나19 치명률이 0에 수렴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백신 무용론’이 나오기도 한다.
굉장히 우려스럽다. 젊으면 치명률이 낮다고 백신을 맞지 않는 청년층에게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 싶다. 우선 백신을 맞지 않는 무증상자 청년들이 많아지면, 우리나라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청년층 치명률은 낮을지라도 함께 사는 부모님 등 보건의료 취약층에게 무증상 상태에서 바이러스를 옮길 우려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은 요원해진다.
마지막으로 백신 접종은 청년들의 꿈과 미래를 지키는 적극적인 의료 행위임을 말하고 싶다. 나 같은 기성세대야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든, 이어지든, 이제 정해진 틀에서 살다가 가면 그만이다. (웃음) 그런데 청년들은 꿈과 미래가 있지 않나? 지금 코로나19로 청년들 운신의 폭이 너무 협소해졌다. 삶은 온라인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자신의 삶을 꽃피워야 할 청년에게 가혹한 환경이다. 청년층을 포함해 모든 세대가 백신 접종으로 청년들에게 꿈과 미래를 다시 돌려줘야 할 시기다.
-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가 사라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코로나19의 먹는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미국 화이자와 머크사(MSD), 로슈 등 세 군데 회사에서 제대로 된 물질을 갖고, 진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내년 봄쯤이면 백신 접종하고, 치료제 먹고, 그래도 증상이 심해지면 입원 치료하고. 그러면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정기석 교수 약력
서울대학교 의학 학사/석사/박사
現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前 한림대학교의료원 의료원장
前 질병관리본부 본부장
前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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