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이재인 씨
“거리두기 강화로 매출 60% 급감...저녁엔 대리 뛴다”
“정부의 일상 회복 지원 방안 결국 물거품, 상실감 커 ”
“일방적인 다중이용시설 금지조치, 현실과 거리 멀어”
모든 인류가 대응력을 갖추지 못한 채 처음 마주한 재난(災難). 전례 없는 재난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할수록 더 잔인하게 다가왔다. 개인의 노력이나 정부 정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제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 삶 전반의 균형이 깨진 채 고립돼 잊혀가는 사람들. <뉴스포스트>는 팬데믹 속 사회적 약자가 돼버린 그들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다중이용시설 업주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네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거리 두기 규제가 지속되면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근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집합 금지 업종으로 분류돼 5개월간 영업을 전혀 하지 못했던 여파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더군다나 올해 7월부터 시작된 ‘4단계 거리 두기’ 방침은 업주들을 더욱 옥죄고 있었다.
서울 동작구 숭실대입구역 근처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 중인 이재인 씨는 “코로나19 확진자 모두가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또한 확진자가 발생한 업종 모두를 묶어 운영을 중단시키는 것은 잘못된 방역”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뉴스포스트는 코인노래방 협회 이사인 이재인 씨를 만나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코인노래방 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급격한 수익 감소…정부 지원 ‘미미’
이재인 씨가 운영하는 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코인노래방은 무척 한산했다. 방학 시즌이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수업이 이어지면서 주변 상권들 역시 무척 한적한 모습이었다. 기자가 코인노래방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의 이용자가 코인노래방 한 칸을 사용하고 있을 뿐 대부분은 텅 비어있었다.
“보다시피 무척 한산하다. 소독, 환기 등은 물론 체온 측정, 일회용 마이크 커버 등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7월 거리 두기 4단계가 시작되면서 매출 역시 큰 폭으로 하락 중이다. 7월 매출은 6월 대비 40% 정도가 줄었고, 8월은(며칠 되지 않았지만) 6월 대비 60% 하락했다.”
이 씨가 보여준 월별 수익은 눈에 띄게 하락세를 그리고 있었다. 6월 940만 원이었던 총 수익은 7월 610만 원으로 급감했다. 월세, 음원비, 관리비 등 기본 유지비(약 550만 원)를 제외하면 수중에 건지는 돈은 10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거리 두기 강화가 급격한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 씨는 ‘심리적 상실감’도 컸다고 말한다. 정부는 앞서 지난 5월, 7월부터 영업시간이 12시로 늘어나고, 백신을 접종한 이들에게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리는 등의 인센티브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00명대를 이어갔고 정부가 예고한 일상 회복 지원 방안은 결국 물거품이 됐다. 이 씨는 “거리 두기 규제 등 방역이 더욱 강화되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상실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도움이 됐을까. 이 씨는 “입에 풀칠할 정도였다. 지금까지 총 4차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는데, 코인노래방 기준으로 약 1,200만 원 정도였다. 오는 17일 희망 회복자금을 지급한다고 하니 그것까지 하면 5차를 받는 셈이다. 4인 가족 기준 최저 생계비(약 300만 원) 정도를 받은 정도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운영 금지 기간(집합 금지 업종 분류로 인한 5개월 휴업) 동안 발생한 고정비(월세, 전기료, 관리비 등)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정된 희망 회복자금도 정부는 최대 2,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발표를 했지만, 그 정도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자영업자는 0.2%로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은 300~400만 원 정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핀셋 방역 필요해”
이 씨는 일부 지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지적했다. 일부의 일을 전체로 확대해 자영업자 모두가 연대책임을 지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100%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노래방, 미용실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발표한다. 실제로 교회, 직장 등에서 발생한 확진자에 대해서는 강조하지 않고,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 부분만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에 국민들의 시각에서는 다중이용시설은 ‘위험한 곳’이라고 인식되기 마련이다. 몰아가는 느낌이다.”
이 씨는 최근 수원지역 노래방에서 발생한 무더기 코로나19 확진에 대해서도 “해당 지점의 일로 수원시 모든 곳의 코인노래방이 모두 휴업을 하게 됐다”며 “단체 기합식의 대응이 아닌 핀셋 방역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거리 두기 연장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자영업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이 씨의 의견이다. 그는 “해당 설문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8명이 연장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하는데, 설문에 참여한 국민들의 직업이 무엇인지 전혀 나와 있지 않다. 그중에서 자영업자분들이 몇%나 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PC방을 운영하는 업주, 헬스장 업주 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자해를 했다는 등의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최근 통화를 했던 코인노래방 업주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부업으로 택시영업을 한다고 한다. 그런 얘기들이 너무 많이 들려온다”고 말했다.
이 씨가 정부에 바라는 것은 방역수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그는 “확진자 수가 아닌 치명률에 따라서 거리 두기 단계를 시행, 사망률 0명의 시대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또한 핀셋 방역을 위한 업종별 코로나19 발생률에 대한 통계를 분석해 업종별 방역 수칙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역수칙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도 언급했다. 이 씨는 “방역수칙을 위반한 업주에게는 벌금 300만 원이 부과된다. 반면 일반 이용자는 10만 원에 그친다. 개인에 대해서도 방역수칙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불법 영업 업장도 없어지고 방역도 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헌법 제23조에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국민의 재산권을 무시한 채 자영업자들을 규제하고 있다. 규제에 대한 보상이 시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 [팬데믹 줌인] 오늘도 도장에 우두커니...“코로나 끝나긴 할까요”
- [팬데믹 줌인] 하루 24시간 중 ‘한부모’의 시간은 없었다
- [팬데믹 줌인] PC카페 “고정비만 1500만원...아파트 팔았죠”
- [팬데믹 줌인] “월세는 그대로인데 학생은 뚝”...학원 ‘패닉’
- [팬데믹 줌인] 다산콜센터 전화벨은 쉼 없이 울렸다
- [팬데믹 줌인] “의료수어통역 골든타임 놓쳐 사망하기도...”
- [팬데믹 줌인] ‘컴컴한 인생’ 3평 고시원에 갇힌 사람들
- [코로나 그래픽] 신규 확진 1,500명대...화요일도 최다 기록
- [팬데믹 줌인] 100석 가운데 7~8석만...그래도 연극은 계속된다
- [팬데믹 줌인] “폐업이 부럽다”...철거비용 1000만원, 지원금은 50만원
- [소통광장-거리두기]① 변이의 시대...K방역을 흔들다
- [소통광장-거리두기]② 글로벌 통계로 본 방역...백신 접종률이 관건
- [소통광장-거리두기]③ 정기석 교수 “지금 완화하면 일본 꼴 난다”
- [팬데믹 줌인] “경비초소는 종일 38도, 아파트 실외기 소리에 박탈감만”
- [팬데믹 줌인] “타이타닉의 악사처럼, 마임은 단절을 깨는 희망”
- [소통광장-거리두기]④ 이정희 교수 “사고 난다고 차를 없애나, 위드 코로나로 가야”
- [위드코로나]① 박주헌 교수 “기후위기 골든타임 놓치면 문명 퇴보 직면”
- [위드코로나]④ 이윤석 센터장 “방역 친화적 경제로 변해야 할 때”
- [위드코로나]③ 비대면이 앞당긴 AI시대, 쓸모있는 일자리 늘리려면
- [위드코로나]⑤ 홍윤철 교수 “거리두기 방역, 유통기한 끝났다”
- 자영업자 3천명 차량시위...“자영업만 때려잡는 방역정책 끝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