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대성 칼럼니스트] 젊은 코끼리 인도
'젊은 코끼리'로 불리는 인도의 중위연령(인구 분포상 한가운데 연령)은 28세로 중국(42.7세), 미국(39.7세), 베트남(35.6세) 보다 젊다. 1인당 국민소득은 저소득국가지만 현재 세계 5위 경제 대국으로 약진을 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향후 독일·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이 되며 다수의 글로벌 IT인재가 미국, 영국 실리콘밸리에서 맹활약 중이다.
근면한 베트남과 저임금+근면성의 방글라데시
베트남은 아시아 대표 신흥국가로 2020년대 들어와 연 6~8%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열이 높고, 젊고 근면한 국민성이 혁신생태계 확장과 FDI(외국인직접투자) 유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에 일부 문제가 있어도 삼성, LG 등 한국 대기업이 생산기지를 확장한 것도 베트남인의 적극적이고 성실한 노동문화 때문이다. 방글라데시는 과거 최빈국이었으나, 최근 의류·섬유 산업을 중심으로 연평균 6~7%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고학력 여성 인력의 사회 진출, 저임금+근면성, 정부의 수출지향정책이 성장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IT프로그래밍 등 신산업에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도전정신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프리카의 싱가포르! 르완다
르완다 또한 1994년 대학살 이후 세계 최빈국에서 지금은 '아프리카의 싱가포르'를 목표로 정보통신기술, 금융, 관광 등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 국가들은 아직 1인당 GDP가 낮아 '후진국' 또는 '중진국'이라 분류될 수 있지만, 국민성 면에서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보여주며 지속적으로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있다. 국제 정치에 의해, 국가의 시스템에 의해 이들 국가는 언제든지 한국을 추월할 수 있으며 한국 또한 현재의 지위를 반드시 유지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각계각층 국민의 우려와 실망
필자가 최근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조직에서 사회 각계각층 100분의 글을 모아 출판을 한 경험이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외교·소상공인·종교인·시민사회·지자체장·교육자·학생 등 각 분야의 유명인과 한 분야에서 존경을 받는 분들의 글을 모아 우리 사회가 더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한 대국민보고서 형식의 서적을 편집하며 100분 원고를 정독한 경험이 있다.
이 작업에 참여하면서 공동저자 다수가 우려한 점은 '한국 정치에 대한 우려와 실망'이었다. 한국 정치 지도자에게는 통치 철학이나 행정적인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리더십의 부재로 국가적인 혼란과 무기력이 사회 전반에 반복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 직장인의 불편한 진실
그렇다면 한국 직장인과 기업인은 어떠한가? 한국의 직장인과 기업인은 한국의 고도화된 인프라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불편한 내용이 많다. 늦은 혁신과 신사업 투자 부진은 이미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보고된 바 있다. 특히 2025년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기업 효율성 분야에서 44위로 큰 폭으로 밀렸나 신수종 사업 창출에 소극적이고, 변화에 둔감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기업의 진입, 퇴출률과 일자리 재배치율이 하락하여 활력이 떨어진 현상도 확인되고 있으며(기업의 역동성)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율도 줄고 있다. 이는 안전만 추구하며 도전을 기피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글로벌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한국 기업은 아직도 성과나 직무 가치보다 연공(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는 문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물론 기업마다 사연과 상황은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지속이 되면 혁신과 자발성은 저해되고 유능한 인재의 이탈로 기업의 경쟁력은 동력을 잃게 된다.
상황이 만만치 않은 것은 이해되지만 일부 기업은 글로벌 경쟁 심화, 정부의 규제, 조세 부담 등 외부 환경만을 탓하며 정작 내부적으로 창의성이나 기업가 정신을 키우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가 잘 살았다고 이처럼 변화에 둔하며 혁신에는 소극적이며 외부 환경만을 탓을 하며 경영자·직원 모두에서 도전에 대한 기피 문화가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한 많은 근대사의 깨우침
근시를 넘어 조금만 넓게 본다면 한국 근대사는 외세의 간섭과 자원·주권 상실, 식민지 경험, 그리고 극심한 빈곤과 혼란을 극복해 내며 오늘날에 이른 치열한 생존의 역사였다. 이 역사는 우리 모두에게 오늘을 살아가는 각 세대가 가슴으로 새겨야 할 뼈아픈 교훈을 전해준다. 그리고 이 교훈은 왜 우리가 지금 더 치열하게, 더 현명하게, 세계 강대국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해방 후 우리는 세계 최빈국에서 출발하여 여러 우여곡절을 경험했지만 주변 열강은 여전히 우리 국토의 전략적 가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세계 경제는 결코 우리에게 온정적이지 않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는 '불가능'의 벽 앞에 서서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지만 현세의 우리는 허약한 정신과 안정만을 누리고자 하는 정신이 너무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오늘 우리는 다양한 물질문명 앞에 정신까지 자본과 자만에 묻혀 이리저리 갈 길을 못 찾고 있다. 가치고 없고 본질도 없는 그저 '돈' 있고 '백(Back)'만 든든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든, 후대가 어떻게 되든 그저 이기주의만 팽배한 세상이 된 것 같다. 상식과 보편성이 위태로운 국가는 역사적으로 항상 큰 고난이 왔고 또한 그것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반열이 된 한국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생존하는 세계는 마냥 평화롭지 않다. 강대국들은 여전히 치열하게 경제, 기술, 인재, 안보, 문화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오늘 우리 모두는 지나간 아픈 역사를 잊는 순간 외세의 침탈과 식민은 그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점을 직시. 기업, 직장인 모두가 더욱 느슨해진 정신과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이다.
겸손과 각성이 필요한 시대
우리가 힘들어하는 작금의 경쟁상황은 과거와는 그 수위가 다르다. 이제는 개인 경쟁, 기업 경쟁을 넘어 국가 차원의 생존경쟁이다. 냉엄한 국제사회는 역사, 학력, 반짝 성과로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지난 과오에서 배우는 '겸손'과 '각성'이며, 경쟁에서 결코 방심하지 않는 치열한 도전이다. 특히 오늘의 직장인과 기업인이 누리는 모든 문화, 변영, 기회는 절대 공짜가 아니며 경쟁을 게을리하는 순간 이 모든 것은 한순간에 멀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