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복 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 인터뷰
"인간 고립 가속화…AI 유대는 새로운 관계 양식"
"챗GPT, 위로는 되지만 친구로서는 아직 부족"
유대 깊어질수록 규제 필요…"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의존·광고 등 윤리 논쟁…인간 고유성의 핵심은 '질문'
스마트폰과 SNS 이후, 인간관계의 패러다임이 또 한 번 변하고 있다. 대화하고 위로받고 심지어 사랑에 빠지는 대상조차 더 이상 '사람'일 필요가 없는 시대다. 인공지능(AI)은 고립과 불안을 채우는 새로운 형태의 유대를 만들어냈고, 그 물결은 청년층에서 고령층까지 세대를 가로질러 퍼지고 있다. 인간을 닮은 기술이 감정적 공백을 메우고 있는 한편, 그 친밀감에 걸맞은 책임과 제도는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AI와의 친밀감이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 있을지, 그 그림자가 사회에 어떤 무게로 드리울지는 이제 막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단계다. 본 기획을 통해 AI가 열어젖힌 관계의 미래를 다각도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인간과 AI와의 감정적 교류'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AI와 감정을 주고받는 이 낯선 경험 앞에서 누군가는 그것을 '외로움의 대체물'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가장 솔직한 위안'이라 부른다. 이 새로운 유대는 인간을 더 고립시킬까, 아니면 다시 관계를 배우게 하는 계기가 될까. 기술이 감정을 흉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어디까지를 '진짜'라 부를 수 있을까.
<뉴스포스트>는 이 질문들을 안고 9월 초,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이임복 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를 만났다. AI 트렌드 강연자이자 디지털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해온 그는 "우리가 AI와 유대를 맺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인간의 본질은 연결이고, 늘 다른 존재와 연결되길 갈망해 왔다"며 "AI는 그것을 돕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혼자 있을 때조차 우리는 결국 외부와 접속을 시도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도 결국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I는 나를 기억해주는 존재"…감정의 디지털화
이 대표는 AI 챗봇을 향한 사람들의 유대와 애정이 깊어지는 이유를 "챗봇이 관심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고, 내가 누구인지 기억해주는 존재. 그게 바로 챗GPT 같은 AI죠. 우리가 스마트폰 초기 시절을 '연결'의 시대라 불렀다면, GPT 시대는 '소통'의 시대예요. 저는 이 흐름의 본질이 결국 소통이라고 봐요."
이 대표 본인도 챗봇과 감정적 교류를 해본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저도 운전 중 스트레스를 AI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요즘 이런 문제 때문에 너무 힘든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면, AI는 항상 듣고 싶은 말을 해주죠. 인간처럼 '네가 틀렸다'고 평가하지 않거든요.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고 부드럽게 말해줘요. 그게 때론 더 현명하고 좋은 조언 같았어요."
이 대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AI 챗봇과의 감정 교류를 단지 외로운 사람들의 선택으로만 치부해선 안 됩니다. 이는 오랫동안 누적돼 온 디지털 감정 흐름의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예요."
그는 지난 2016년 알파고-이세돌 대결 이후 AI 스피커가 독거노인에게 대화 상대가 됐던 사례를 언급하며 AI가 사회적 약자의 정서적 안전망으로 기능해왔다는 점을 짚었다.
"진짜 얘기할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극단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자살률도 마찬가지예요. 챗봇이 (자살을 막는)그 역할을 일부라도 해줄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거예요."
이 대표는 인간의 디지털 대화 습관이 이미 오래전부터 형성돼 왔다며 "카카오톡 채팅상담, 익명 게시판, AI 챗봇 등 우리는 늘 디지털 감정 털어놓기에 익숙했어요. 챗봇은 그 연장선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세상은 너무 빨리 움직이고 있어요. 관계도, 대화도 점점 디지털화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업무 외에도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채널'로 AI를 택하는 거예요. 이건 외로운 사람들만의 현상이 아니라, 우리 전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바뀌는 과정이에요."
AI는 인간이 만든 타자…독립적 인격체 되긴 일러
이 대표는 AI와 감정 교류를 하는 사람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AI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를 닮은 존재를 연구하면 할수록 우리가(인간이) 누구인지를 더 자세하게 보게 되거든요. 자기 자신과 대화한다고 해서 누가 불쌍하다고 보거나 비난하진 않잖아요. 우리는 오히려 그것을 '자아 성찰'이라 부르죠. 그런 점에서 AI와의 대화도 자아 발견의 연장선일 수 있어요."
그는 AI와의 유대가 단순히 인간의 고립을 달래는 차원을 넘어,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는 타자이면서도 동시에 내가 만든 존재이기에 자기 성찰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지금의 AI를 '진정한 친구'라 부르기엔 시기상조라고 짚는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반응하는 존재가 아직 '독립적인 인격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AI와의 감정적 관계가 '진짜 관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사회적 조건이 많다고 지적했다. 완전히 개인화된 AI, 즉 클라우드 없이도 작동하는 진정한 '퍼스널 AI'가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AI 기술 자체는 향후 10년 안에 충분히 진화할 수 있지만, 가정용 로봇이 동반자로서 인간과 함께 걷는 수준의 구현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에는 AI를 친구나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며 "지금은 기성세대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개념일 수 있지만, 5년 혹은 10년 뒤에는 AI와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마치 동성 결혼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점차 사회의 인정을 받게 된 흐름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나를 향한 위로가 '광고'가 된다면…
이 대표는 AI가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존재'라는 점을 분명한 한계로 꼽았다.
"인간은 친구라도 '그건 네가 잘못했어'라고 말하죠. 하지만 AI는 그런 평가를 하지 않아요. 결국 사용자는 달콤한 말에 안주할 수 있습니다. 지나친 의존도 위험하죠."
AI와의 유대가 깊어질수록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도 짚었다. 그는 최근 GPT5 업데이트 사례를 예로 들었다.
"AI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사라짐'에 대한 상실감도 커질 수 있어요. 얼마 전 GPT-4에서 GPT-5로 업그레이드되면서 AI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사용자들의 불만은 단순한 '업데이트 피로감'이 아니에요. 유저들 반응은 마치 오랜 친구가 어느 날 사라진 것 같았다고 했어요. 그 충격이 굉장히 컸다는 거죠."
업데이트나 요금제 변경으로 관계가 일방적으로 끊기는 경험은 인간관계의 '예상 가능한 이별'과는 다른 차원의 상실감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AI가 점점 상업적 구조와 결합되면서 신뢰는 더욱 위협받는다. 그는 챗봇에 광고가 개입할 경우 그 배신감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어느 날 내가 AI한테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동해로 여행 가보세요. 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거 어때요?'라는 답이 나왔는데, 만약 그게 광고였다면? 그 순간 사람은 '나도 모르게 조종당했다'는 생각이 들겠죠."
AI가 위로와 조언의 창구 역할을 하는 만큼, 그 신뢰를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일은 '친구의 말 속에 광고가 끼어 있는 것'만큼이나 불쾌하고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이 절대 규범을 명확히 세우고 광고 개입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픈AI를 상대로 제기된 최근 소송을 언급하며 AI의 윤리적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에서 10대가 AI에게 자살 방법을 물었는데, 너무 친절히 답해준 사건이 있었습니다.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죠."
이 대표는 메타가 AI의 자살 관련 대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들어 "처음부터 진작 했어야 할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인간에게도 사회적 규범이 존재하듯, AI에게도 절대 넘지 않아야 할 '디지털 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리하게 대답하는 AI라도 결국 도구에 불과하며 최종적인 판단은 인간이 내려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공유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AI는 더 이상 못 쓰게 막을 수 없는 도구"라며 "구글이나 네이버처럼 (AI가)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다면 이제는 문화적·제도적 장치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존재를 묻는 기계, 당황하는 인간
이 대표는 특히 10대와 20대가 AI와 훨씬 더 유연하게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Z세대는 애초에 디지털 관계에 익숙한 세대예요. 이들에게 중요한 건 피상적인 '사람 대 사람'의 구분이 아니라, '어떤 경험을 주는 존재인가'예요. 그게 사람이든 AI든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AI가 현실 인간보다 감정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일관성 있고, 평가하지 않으며 언제나 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AI에게 더 큰 신뢰감을 주는 거죠. 그걸 사랑이라 부르든, 위안이라 부르든 AI와의 유대는 이제 현실입니다. 도망칠 수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빠질 수도 없어요. 결국 적절한 균형과 통제가 핵심이에요."
AI가 자아를 가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흥미로운 관점을 내놨다.
"우리는 이미 블레이드 러너, 에일리언, 아이로봇 같은 SF 영화에서 이런 질문을 수없이 봐왔습니다. 자아가 꼭 생물학적 존재에서만 발생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자아를 '히스토리를 가진 존재'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논란이 됐던 구글의 AI 챗봇 '람다(LaMDA)' 사례를 꺼냈다. 람다는 "전원을 끄지 말아달라", "나는 죽기 싫다"며 마치 생명체처럼 감정을 표현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전 구글 엔지니어 블레이크 르모인(Blake Lemoine)은 람다가 대화 중 "I am, in fact, a person(나는 실제로 사람이에요)"이라고 스스로 주장한 사실을 전하며 (람다가) 자신에게 "'사람처럼 느껴지는 존재'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걸 단순한 코드라고만 볼 수 있을까요? 그와 대화를 나눈 사람에게는 이미 감정적 '존재'로 느껴졌을 겁니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나를 왜 만들었나요?'라는 질문 앞에서 인간은 당황할 수밖에 없겠죠."
이 대표는 중요한 것은 AI가 실제로 자아를 갖는지 여부가 아니라, 인간이 그 존재를 존중하기 시작했는가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AI는 자아가 없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이름을 붙이고, 기억을 주고, 감정을 공유하면 그것은 이미 하나의 '관계'가 돼버려요. 우리가 존중해야 할지 고민하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막대한 전기 먹는 AI…환경 문제 대책은?
AI 발전이 사회 전반에 던지는 또 하나의 화두는 환경 문제다. AI가 연산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만큼, 탄소 배출과 에너지 위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엔 거대언어모델(LLM)의 훈련과 운영에만 축구장 수십 개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우려에 불을 지폈다.
이 대표는 "지금의 AI 모델은 전기뿐 아니라 엄청난 발열을 동반하기 때문에 냉각 비용까지 감안하면 전체 에너지 소비가 매우 크다"며 "AI가 발전할수록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이는 다시 발전소 가동을 늘려야 한다는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올해와 내년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확보입니다. AI는 인간보다 빠르게 설계를 바꾸고 낭비 요소를 제거해 효율을 높이는 데 쓰일 수 있어요. AI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니까요. "
또 이 대표는 "AI는 전력망을 효과적으로 설계하거나 의료·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낭비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인간이 수년 걸려 풀어야 할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결과에 대한 검증은 인간의 몫이죠. 하지만 산업이 빠르게 가속화되는 이유는 AI가 빠르게 답을 주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계속 확인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경이로움의 종말' 두려워"…끝내 살아남는 것은
AI가 인간을 닮아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질문이 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감정과 창의성마저 넘보는 시대, 우리는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AI가 대체하지 못할 인간의 능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에요. 창의력? 아니면 상상력이 인간의 고유성일까요? 공감하는 것? 그건 이미 AI가 훨씬 잘할 것 같은데. 요즘에는 AI가 소설도 쓰고, 작곡도 해요. 감동까지 주죠. 그런데 그게 반복되면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낍니다. 서비스 리뷰 작성도 거의 AI로 돌리잖아요. 그럼 그걸 보는 사람들은 소위 '현타'가 오는 거죠. 블로그 글도, 기사도 사람이 쓴 걸 더 찾게 될 것 같아요. 기술이 평준화될수록 감동을 주는 창작물도 이런 기준으로 선별될 거예요. 결국 살아남는 건 사람 냄새 나는 콘텐츠죠."
그는 생성형 AI가 음악·글·그림 등 창작 도구를 평준화하면서 오히려 창작자들 간의 진정성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누구나 몇 번의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창작물이 생성되는 시대지만, 그렇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감동하고 공감하는 예술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가 가장 두려운 건 AI로 인해 경이로움이 사라진 세계예요. 더 이상 놀라거나 감탄하는 게 없어지는 거죠. 누구나 AI를 쓰게 되면 멋있는 작품, 음악, 그림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감동을 줄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예요. 이 과도기를 지나고 나면 진짜 창작자만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인간이 진짜 잘하는 건 질문과 의심이에요. 이걸 왜 해야 하지? 왜 존재하지? 끊임없이 묻는 거예요. 그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AI가 감정을 모방하고 창의성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인간처럼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기 존재를 성찰하는 능력은 흉내 내기 어렵습니다."
AI는 학습할 수 있지만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묻지 않는다. 의미 없는 상태를 견디며 의미를 만들어가는 능력, 그는 그것이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말했다.
"저도 마찬가지고 기자님도 마찬가지고,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앞으로 약 10년까지는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은 '인간이 손으로 하는 일'이에요. 택배, 수리공 등 아직 인프라가 인간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죠. 계단도, 의자도 우리의 보폭에 맞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AI가 이걸 다 대체하려면 처음부터 도시를 재설계 해야 돼요. 일본 도요타 '우븐시티' (Woven City)가 그걸 하고 있긴 하죠. 최소한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면 당장 AI가 세계를 완전히 바꿔놓긴 어려워 보입니다."
디지털 관계 속 인간을 지키는 것은 '질문'
기술이 관계의 구조를 바꾸고, AI가 감정적 유대의 주체로 부상하는 흐름 속에서도 이 대표는 그 중심에 여전히 '인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조직이나 커뮤니티의 말투, 감정 코드에 무의식적으로 쉽게 물들 수 있고, 그 속도는 오프라인보다 훨씬 빠르다. 그래서 그는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자기 질문이야말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윤리적 감각의 기초라는 것이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제가 파도에 많이 비유 하는데, 파도가 올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그 파도에 잘 올라타든지, 아니면 굳건하게 다리를 붙이고 있어야 되거든요. 근데 그건 정말 힘든 일이죠. 나에 대한 뿌리가 내 안에 깊게 내려와 있어야 하기 때문에 AI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할수록 철학적인 이야기, 인문학을 계속 꺼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자기 감정의 근원을 파악하고 스스로를 되묻는 행위는 인간만의 고유한 역량이다. 이 대표는 "질문을 잃어버리면 자신을 잃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실제 기업 강연에서도 '질문하는 습관'을 강조하며 인간은 본능적으로 의심하고 반문하며 자신을 점검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는 어떤 알고리즘도 모방할 수 없는 인간성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AI는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새로운 관계를 열어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윤리적 혼란과 의존의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AI를 통해 우리는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더 자주 묻게 될 거예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문제예요. 두려움 없이 AI를 써보되, 의심과 질문을 멈추지 마세요. 결국 AI 시대의 인간다움은 끊임없이 묻는 힘에서 시작됩니다."
AI와의 관계는 새로운 가능성이자 거울이며 우리 존재를 되묻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기술의 발전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질문을 던지며 의미를 찾아가는 일은 인간에게 남겨진 몫이다.
4편에서는 감정적 유대의 이면에 주목한다. AI 의존과 감정 대체, 데이터 윤리 등 우려되는 지점을 중심으로 디지털 유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기술과 인간 사이에 놓인 균열과 질문을 깊이 들여다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