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2020년 경자년(庚子年)에도 초저출산 추세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출생아 수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혼인 건수도 역대 최저를 기록했지만, 방송인 사유리 씨가 미혼 출산을 하며 다양한 삶의 형태가 주목되기도 했다. 

유례없는 전염병의 여파로 국민 모두가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과거의 향수를 새롭게 현대적으로 즐기는 뉴트로가 유행을 하면서 전 세대가 어우러져 힘을 냈다. <뉴스포스트>는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중년 세대 뉴스 7가지를 선정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인당 0.92명으로 떨어지며 전 세계 203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낮은 0.8명 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인당 0.92명으로 떨어지며 전 세계 203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낮은 0.8명 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인구 자연 감소 원년 되나...결혼도 출산도 ‘역대최저’

초저출산 추세가 지속 심화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합계출산율은 0.8명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918명으로 전 세계 203개국 중 최하위로 집계됐다. 올해는 이보다 더 낮은 0.8명 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것.

인구 유지를 위해서는 합계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1980년대 2.1명 이하로 하락했으며, 2001년 이후 초저출산율(합계출산율 1.3명 이하) 수준에 진입했다. 올해는 연간 인구가 자연 감소(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상태) 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또한 올해 혼인 누계건수는 코로나19 충격을 실감케 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1만 5,324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4건(-3.0%) 줄었다. 올해 9월까지 결혼은 역대 최저인 15만 6,724건에 머물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나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14년간 1~3차에 걸쳐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우고 인구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출산율은 나날이 악화했다. 

지난 15일에는 국무회의를 열고 향후 5년(2021~2025년) 간 인구 정책의 방향이 될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내년 36조 원, 2025년까지 총 196조 원이 담겼다. 0~1세 영아에 지급하는 영아 수당을 신설하고 2025년까지 육아휴직 이용자를 현재의 두 배 수준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세부적으로는 2022년도 출생아부터 매월 30만 원씩 지원되는 영아 수당을 도입해, 2025년 월 5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또 육아 과정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0만 5,000명 수준이었던 육아휴직 이용자를 2025년 20만 명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22년부터 생후 12개월 이하 아동의 부모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쓰면 3개월간 부부 각자에게 월 300만 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다자녀 가구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낮추고, 이들을 위한 임대주택 2만 7,500호를 공급하는 정책을 내놨다. 

제4차 기본계획은 성별, 세대별, 지역별 격차를 해소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제대로 실행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가 지난달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남자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밝혔다. (사진 출처 = 사유리 인스타그램)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가 지난달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남자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밝혔다. (사진 출처 = 사유리 인스타그램)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낳고 싶어  

결혼은 필수가 아닌 하나의 선택 사항이라는 인식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방송인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이 화제가 됐다.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혼인관계로 이뤄진 부부 이른바 ‘정상 가족’에서 벗어난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해 많은 지지를 받았다. 

우리 정부의 정책은 그동안 혼인 관계로 이뤄진 부부를 기준으로 수립해 왔지만, 비혼과 비혼 출산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해왔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 중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1.2%로, 국민의 절반이 결혼이 필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결혼을 하지 않아도 같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9.7%로 2012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0.7%를 차지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지난 2012년(22.4%)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9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30대 미혼 남녀의 결혼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결혼 의향에 대해 꼭 할 것 12.4%, 하고 싶은 편 43.1%, 하고 싶지 않은 편 19.8%, 절대 하지 않을 것 4.6%, 잘 모르겠음 20.1%였다. ‘비혼이 자발적인 것인가’에 대해서는 남자 63.4%, 여자 87.2%가 ‘그렇다’에 응답했다. 

또한 미혼 여성을 중심으로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차병원그룹에 따르면 차병원에서 미혼 여성에 시행한 난자 동결 보관 시술 건수는 2010년 14건에서 2019년 493건으로 10년 새 35배로 늘어났다.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삶의 형태를 추구하는 30대가 꾸준히 늘었지만 현재 한국의 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보건복지부는 미혼 여성의 정자 기증 출산이 ‘불법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형태를 ‘정상 가족’으로 보고 있다. 이 틀에서 벗어나 제도권 밖의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중받을 수 있는 정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싹쓰리(사진=놀면뭐하니 공식 인스타그램)
싹쓰리(사진=놀면뭐하니 공식 인스타그램)

유행은 돌고 돈다...‘뉴트로’ 싹쓰리

지난해부터 시작된 뉴트로 열풍이 올해까지 이어지며 패션, 식품, 가요계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뉴트로를 겨냥한 상품들을 잇따라 출시했다. 

과거의 향수를 새롭게 현대적으로 즐긴다는 의미인 ‘뉴트로(New+Retro의 합성어)’는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콘텐츠로 호기심을 자극하며 열풍을 일으켰다. 

우선 1990년대 대표 패션 아이템인 곱창 밴드와 집게 핀의 인기가 뜨거웠다. 곱창 밴드는 묶은 머리에 자연스럽게 포인트를 줄 수 있으며, 손목에 착용할 수도 있다. 집게 핀은 편안함을 추구하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아이템으로 판매가 급증했다. 

실제로 디자인 상품 전문 쇼핑몰 텐바이텐(10x10)에 따르면 올해 4~6월 곱창밴드를 포함한 머리끈 제품군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900% 성장했다. 헤어클립과 집게 핀 등 머리핀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7% 늘어났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을 선호하며 비즈 반지, 목걸이 등을 직접 만들어 착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취향에 맞게 구슬을 엮어 만드는 비즈 주얼리는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 재료를 모아놓은 세트 판매가 늘었다. 

텐바이텐이에 따르면 올해 6월에 진행한 ‘비즈 주얼리 기획전’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진행한 반지 기획전보다 2.5배, 팔찌 기획전보다는 13% 매출이 증가했다.

아울러 유재석, 이효리, 비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SSAK3)’는 1990년대 유행했던 패션과 노래를 소환해 대중의 공감을 샀다. 이들은 각각 유두래곤, 린다G, 비룡이라는 부캐릭터(부캐)를 만들어 활동했는데, 3040에게는 향수를 자극하고 1020세대들에게는 ‘부캐 놀이’라는 개념으로 다가가 인기를 끌었다. 

이외에도 1990년대 감성이 담긴 ‘아로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등의 리메이크 곡들이 음원 차트 최상위권을 장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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