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시청 앞 비대면 트럭 시위 나선 예비부부들
전국신혼부부연합회 “불합리한 결혼 지침 수정하라”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점심시간을 쪼개 나왔어요. 단순히 결혼식을 성대하게 하고 싶은 젊은이들의 불평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저희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방역지침인 ‘결혼식장 하객 49명 제한’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던 예비부부들이 결국 거리로 나섰다.
19일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결혼식 인원 규제 문제 및 예식장과의 분쟁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비대면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코로나19 결혼식 관련 분쟁을 대응하고자 예비부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모인 단체다.
연합회 측은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결혼식과 관련된 방역 지침은 형평성 측면에서 나아진 바가 없어 직접 나설 필요성을 느꼈다”며 “정부정책이 합리적으로 개선돼 예비부부들이 보다 나은 여건에서 결혼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비대면 트럭 시위의 취지를 밝혔다.
이날 시청 앞 서울광장 옆 도로에 정차해있는 시위 트럭에는 ‘다른 시설들은 수백 명도 OK, 웨딩홀엔 달랑 49명?’, ‘위약금은 모두 신랑신부 책임?’, ‘형평성 고려해 결혼식 인원 제한 수정하라!’ 등의 문구가 쓰여있었다.
비대면 시위였지만, 이날 현장에는 연합회 소속 예비 신랑, 신부를 만날 수 있었다. 광화문 인근에서 근무한다는 A 씨는 “9월 초 결혼식을 예정하고 있다가 10월 초로 겨우 미뤄놨다. 그때도 어떻게 될지 몰라 청첩장도 아직 돌리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결혼식장이 다른 시설에 비해 심하게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이 결혼식장만 49인으로 제한하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시설의 경우 ‘면적 당 인원 제한’ 등 환경을 고려해 주는 것 같은데 결혼식장은 그게 없다. 규모가 커도 무조건 49인이고, 식사 유무에 상관없이 49인이고, 예식홀과 식사 장소가 달라도 49인이다.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정책에 너무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번뿐인 행사라고 징징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시설과 형평성만이라도 맞춰달라. 무조건 인원을 늘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납득 가능한 수준에서 인원 제한 지침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인원 제한의 이유가 ‘사적 모임’이고 ‘불특정 다수 모임’이라고 하는데, 결혼식에 모이는 사람이 백화점처럼 불특정 다수인가? 추적 가능한 가족, 지인이다. 또한 지금은 악수 같은 스킨십도 안 하고, 고함 지르는 것도 안 하면서 조심하는 분위기인데 결혼식만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A 씨는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에서 확산세가 심각하니 기다려 달라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사실 코로나 확진자의 확산세가 문제라면 다른 시설도 비슷하게 제한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다른 곳은 다 풀어주고 결혼식장은 꽁꽁 묶나? 만만한 게 결혼식장이고, 신랑신부는 힘없는 개인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 같다. 좀 더 목소리 큰 단체였다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청에서 진행된 비대면 트럭 시위와 동시에 세종시 중앙사고수습본부 앞에서도 시위가 진행됐다. 연합회 측은 오늘부터 23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비대면 트럭 시위를 전개한다.
한편, 지난 18일 KBS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결혼식장 입장 인원 조정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본은 KBS와의 통화에서 “여성가족부가 최근 거리두기 단계별 결혼식장 인원 제한을 완화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지만 현재로서는 인원 제한 완하가 어렵다는 답변을 보냈다”며 “추후 방역 상황에 따라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뉴스포스트는 중수본 입장을 듣기 위해 담당자와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