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대성] 이번 학기 수업 중 식품영양을 전공한 1학년 학생이 상품기획(MD)의 진로를 감안해 발표한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보통 외식산업과 단체급식 현장에서 잔반 처리는 항상 비용과 직결되는 문제다. 또한 새로운 메뉴(Menu) 개발에 대한 고민 또한 시공을 초월한 도전과제가 된다.
이 학생은 학점, 자격증, 영어점수, 필기시험(대기업 직무적성검사) 등 단순히 직무를 암기 위주로 준비하는 것이 아닌 입직 후 현실에서 부딪히게 되는 상품기획이라는 직무의 진로를 감안한 내용을 제안했다. 입직 후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직무의 고도화, 현대화, 활성화를 통해 핵심 문제(잔반 처리 비용, 메뉴 개발)를 해결하기 위한 사례였다.
발표는
1) 제공 메뉴에 대한 스캔 작업을 통해 수백 가지의 메뉴에 대한 메뉴명, 영양 정보, 생산 원가, 이용자 주의 사항(알레르기 등)에 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관리
2) 해당 고객에 대한 추천 메뉴, 포인트 제도, 고객관리 정보를 관리
3) 해당 메뉴별 잔반의 양 측정, 관리
4) 측정된 잔반의 양을 관리자, 실무자가 실시간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관리
5)고객의 입장에서 어떤 상품을 선택할 경우 제공되는 상품정보와 평균적인 잔반의 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ESG 경영의 동참 기여도를 제공함과 동시에 경영의 기초 데이터를 활용
한다는 내용이다.
이 학생은 상품기획의 진로를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생성하는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적정한 양의 음식을 조리하기 위한 사물인터넷(IoT), 음식물 쓰레기 분리 및 재활용 방법을 자동으로 판별 및 고객의 구매 기록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추천 메뉴를 제공할 수 있는 관련 인공지능(AI) 시스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고 분리 및 재활용을 위해 주방 내 로봇을 활용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음식 조리 과정을 자동화하는 데 필요한 고도화 된 4차 산업 기술에 초점을 둬, 상품기획이 가진 순기능과 진로상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와 연관된 복수전공, 교내외 활동, 체험, 교육 이수, 자료 수집, 현장 방문, 자격, 관련 경험(아르바이트, 인턴)에 집중해 소위 ‘식품+4차 산업 기술을 응용’을 통해 단순히 직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입직 후 직무가 만나게 되는 진로상의 다양한 문제를 똑똑하게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작년(2022년)에 우리 조직 내 주요 포지션에 대한 직무분석만 4번 이상을 했습니다.”
필자의 지인인 모 대기업의 인사 부문 최고 책임자(HR Head)가 한 말이다. 4차 산업에 민감한 포지션은 ‘직무 수행 범위’, ‘요구 조건’이 구인공고를 진행하는 시점과 채용 후 배치하는 시점에 각각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 상황은 결과적으로 직무의 변환 주기가 매우 신속해 짐은 물론 직무의 범위(일의 범위)까지 4차 산업의 주요 기술이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4차 산업의 확산으로 인한 업종 및 업무 인프라의 변화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가속화 현상 ▲생산 인구 감소 및 출생률 저하에 따른 자동화 대체가 그 원인이다.
빅 블러(Big blur) 현상으로 경영, 시장 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직무보다는 시시각각 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량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미 ‘Hagan(2006)’ 등 전문가들은 ‘현대 글로벌화와 빠른 변화 속도에 직면하고 있는 기업에 필요한 것은 환경 변화에 따른 신속하고 민감한 대응이며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인 ’직무 중심의 관리 시스템(traditional job-based management system)‘은 부적합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23년! 4차 산업의 중심부에 진입 중인 현재 시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아직도 습관, 관례처럼 지속되고 있는 <직무중심의 채용시스템>과 <직무중심의 경력관리>를 함으로써 조직, 근로자 모두에게 성장의 한계가 왔다는 점이다.
조직은 당장 사람을 채용해야 하므로 구인공고를 직무로 진행하는 것이 이해된다. 다만, 채용 검증 과정을 직무중심으로 하는 것은 당장 오늘 시점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조직에 합류하게 되는 문제를 낳는다. 조직은 이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입이든 경력이든 간에 교육을 통해 비용지출을 해야 하는 등 작게는 인력운영에, 크게는 경영관리에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
해당 직무를 설계한 시점은 과거인데 채용과 직무수행은 현재와 미래 시점으로 이것이 서로 맞지 않아 들어온 사람, 채용 한 사람, 고용주 즉 3자 모두 노동생산성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사업자는 노동의 생산성을 고려한 나머지 인간보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리스크는 낮고 생산성이 높은 4차 산업 기반의 인공지능(AI) 시스템과 로봇자동화 등으로 생산성의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그나마 인간의 존엄, 양심, 규범, 환경, 노조 등 다양한 이유로 인간의 노동생산성에 대해 미련이 남아 있는 사업자는 4차 산업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간에게 ‘인재’라는 표현으로 노동의 유통기한을 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과거 회계(會計) 담당자의 경우 조직마다 차이는 있지만 회계시스템 관리, 감사 관련 업무, 세무 관리, 예산 및 재무 관리, 일-출금 관리, 리스크 등 다양한 주요 업무가 있다.
그러나 현재 4차 산업 환경에서의 회계 담당자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공지능, 데이터 메니지먼트, 고도화된 사무자동화 시스템,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공간의 제약 없이 또한 문제해결 기반(PBL)의 상황 입력을 통해 직무수행 속도 개선은 물론 고도화된 직무수행을 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신입, 경력을 가리지 않고 해당 포지션에 4차 산업의 주요 기술을 응용·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이러한 이해도 없이 회계를 전공하고 관련 회계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 중 과연 어떠한 사람이 입직 가능성, 조직 내 성장 가능성이 높고, 성공적인 이직을 하게 되는가?
노동의 가치가 스펙과 노동량에서 창의성과 문제해결형으로 이동한 지 오래다. ‘다보스포럼‘에서 언급된 ’창의성 기반의 문제해결능력‘은 현재 산업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 현재 조직문화 또한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으며 4차 산업의 변화, 세대별 노사문화의 변화는 조직관리는 물론 생산성 향상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깊숙이 뿌리 내린 주입식, 암기식, 선생님 위주의 교육, 이러한 교육으로 인하여 직무중심의 채용을 할 수 밖에 없는 산업 현장의 분노, 조직에 합류 후 다양한 문제에 대해 예측, 대응이 어려운 한국의 일꾼인 기성세대는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의 평가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도 미치지 못한 참으로 난감한 수준이 됐다. 이렇듯 다양한 변화 앞에 직무는 최면도 가치도 뒤로 한 채 초라하게 몰락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업무별로 접근해 보면 우선 경영지원 직군의 주요 포지션이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데이터 응용 및 관리로 대체되고 있으며 마케팅은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로 디지털 마케팅과 모바일 마케팅이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제조-오더(Order)-고객관리는 플렛폼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생산은 로봇 자동화와 3D 프린팅으로, 물류와 재고는 센서, GPS(위치확인시스템), GIS(지리정보시스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무인화 보롯시스템의 응용, 융합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인간이 과거 천년 동안 유지해 왔던 노동의 숭고한 성역이 개념, 가치 모든 부분에서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업종과 기업은 수요자의 욕구에 맞는 시스템의 기획-설계-채택-프로그램 및 알고리즘 실행으로 작게는 수백 가지에서 많게는 수천가지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이 해당 조직별로 실시간으로 실행지고 있다.
4차 산업의 영향에서는 정치인도 직장인도 사업자도 연령, 성별, 스펙, 직위, 이력만으로 현실적인 문제 앞에 힘을 쓰지 못한다. 나아가 직무를 통해 일이 처해 있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더욱 불가능하다. 이제 직무가 해결하지 못하는 다양한 문제는 해당 직무가 어떠한 진로를 유지하든 업종과 시장에 대한 학습과 4차 산업의 주요 기술이 더해진 역량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세상이다.
이른바 4차 산업의 인재상은 이를 준비한 자와 준비하지 못한 자로 선명하게 구분될 것이며 신입, 경력을 막론하고 구직시장에서는 머리에 서리가 앉은 50대와 청록빛의 20대가 보이지 않는 플랫폼 안에서 무한대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대성 칼럼니스트 소개: 엔지니어(Engineer) 출신으로 진로, 경력관리 전문가로 통한다. '대통령 소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한국사회 ‘경력관리이론(career management theory)’을 최초로 제시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국내 최초로 ‘경력관리론’의 교과목을 개설하고 강의했다. 2002년 진로, 채용컨설팅 기업인 브라운컨설팅그룹을 창업(최대 360명 고용), 개념과 영역이 명확하지 않았던 취업, 취직, 경력, 경험, 진로의 구성요소, 경력관리 구성요소, 직장인의 3요소, 경력관리, 경험관리, 경력단절, 경험단절의 개념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현재 다양한 수요자(기업, 대학, 공공기관)로부터 4000여 회 이상의 출강, 채용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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