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와 소통만이 유일한 해법

이대성 칼럼니스트.
이대성 칼럼니스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대성]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초·중·고 학생 수는 약 527만 명이며 합계출산율을 0.75명으로 계산할 경우, 2029년 한국의 초·중·고 학생 수는 약 425만 명이다. 약 100만 명이 감소한다. 향후 한국의 문명적 컨텀점프는 이들에게 보이는 기성세대의 모습에 의해 그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2차세계대전을 치른 직후 미국 교육사회학의 연구경향은 학생들의 학업성취와 태도 형성에 영향을 주는 가족, 이웃, 사회의 영향을 규명하는데 집중이 된 적 있다. 즉 사회심리학적인 접근을 통해 학생들의 자아개념과 가치관, 세계관에 대해 형성 과정을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오늘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좋지 못한 사회현상은 미래주역인 청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광복세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해방둥이인 1945년생은 올해 70대 후반이 되며 잔혹한 일제강점기를 참아 낸 부모 세대로부터 태어나자마자 한국전쟁을 맞이한 세대다. 출생 전후가 모두 혹독한 전쟁을 겪은 세대이다. 이들은 동아시아 30년 전쟁의 끝자락에서 송구(소나무 속껍질)와 시냇물로 연명하며 멀쩡한 스펙 하나 없이 오직 척추와 정신하나로 대한민국의 근간을 닦아 오늘의 포스코, 현대차, 삼성 휴대폰을 만들며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한(恨) 많은 세대의 눈물겨운 이력이다. 

천만다행인 것은 광복세대의 도전정신과 개척정신 그리고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헝그리정신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 세대가 60년대생이다. 1960년대 한국의 1인당 GDP가 세계 최빈국 수준인 79달러인 상황에서 2022년 명목 GDP가 1조 6733억 달러에 이르기까지 광복세대로부터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배우고 익힌 이들은 광복세대의 가르침대로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7~80년대생을 가르치며 그 정신과 이력을 영속하고 있다. 

지나고 보니 민족의 숙원인 조국근대화의 양지 뒤에는 과정상에서의 퍼져나간 혹독한 음지도 있다. 1952년 영국의 한 종군기자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절망적인 상황을 딛고 한국은 70년 내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이른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민족적, 국가적 성과는 향후 대한민국의 성장을 견인하는 소중한 정신적, 문명적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곪아있다. 청년 취포자(취업을 포기한 자) 폭증과 그냥 노는 청년이 50만 명, 합계 출산율 0.75명의 세계 최저 출산율, 진로를 상실한 청년, 지니계수와 로렌츠 곡선에서 드러난 극심한 양극화, 앞이 보이지 않는 정치적 대립, 연이은 교사와 학생들의 안타까운 죽음, 속속들이 곪아 있는 아동학대와 노인학대, 존속살인률과 사기범죄가 극도로 높은 국가, 높은 청소년 자살률은 우리 사회의 지울 수 없는 음지이자 민낯이다. 

갈등 상황이 만연한 사회에서 굶어보지 않은 세대에게 도전정신과 헝그리정신을 이끌어내는 것은 몇 개의 초격차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성장의 엔진은 사람인데 향후 2~30년 이후의 나라를 이끌어 갈 청년들이 기성세대를 통해 공부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미래세대의 주역인 청년에게 오늘의 기성세대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이렇게 상처가득한 사회에서 이들은 무엇으로 제2의 장미꽃을 피울 수 있는가?

전쟁통에서 워라벨(Work Life & Balance)이 뭔지도 모르고 스펙(Spec) 하나 없이 삼시세끼 굶어가며 빛나는 한국을 만들어 온 선대도 있는데 현재의 기성세대는 과거보다 풍족하고 풍성한 상황에서 떳떳하지 못한 모습으로 끝없는 퇴보와 후진을 거듭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이며 총체적으로 젠틀(Gentle)하지 못한 상황이다. 교육계, 노동계, 정치계가 적대세력에 완벽하게 조정, 지배당하고 있는 것처럼 온갖 상처와 불신, 처절한 외침이 가득한 현실이다. 이대로는 그 어떤 교육, 훈육으로도 어른의 말과 의도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국제기구에 진출한 사람들의 국적을 보면 단연 유럽 국적이 많다. 이들은 인근지역에 있는 다양한 국가를 넘나들며 공부한다. 유럽연합에 가입된 국가만 27개국으로 음악은 오스트리아, 기술은 독일, 자연환경은 스위스, 요리는 프랑스, 패션은 이탈리아에서 경험하고 공부한다. 이러한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은 지리적, 문화적 환경을 통해 2~3개 외국어를 획득한 후 국제기구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지리적 환경은 어떠한가? 한국은 분단국이자 휴전국으로 유럽만큼 인근지역의 왕래가 자유롭지 못하다. 주위 강대국의 잦은 고래 싸움과 그나마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마저 근대의 역사적인 이유로 ‘가깝고도 먼 나라’가 된 상황이다. 한국의 청년은 유럽처럼 비교적 자유로운 소통과 실습으로 역량을 익히는 것 보다 정해진 공간과 학원에서 오직 암기로 된 수치에 의해 자존감이 등락한다. 이러한 환경에 노출된 청년들을 위해 한국의 기성세대는 밤새도록 합심하고 협업해도 상처 가득한 청년들을 달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이 기성세대에게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광복세대가 후대, 후배에게 보여준 것처럼 살림살이가 있든 없든, 불만이 많든 적든 미래를 생각하며 가능한 존중, 온화한 모습으로 선한 본(本)을 기대하는 것이다. 나이와 배움은 작아도 하루아침에 부자 엄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철든 청년들이다. 이런 청년들에게 사회가 작은 일에도 화합하지 못하고 서로 간에 니탓내탓, 내로남불을 반복하니 이들이 엇나가고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이 처한 다수의 킬러문항을 풀기 위해서는 기성세대를 통한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장시간 동안 달라진 모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직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청년으로서 이들이 올바른 가치관과 진로를 정립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는 그 인프라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청년에게 겸손해야 하며 진정성 있는 소통이 요구된다. 부모가 싸우면 아이가 외롭듯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 겸손하고 소통하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