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엔터프라이즈, 서 대표 개인회사인 ‘기안코퍼레이션’ 지분 인수
일감몰아주기로 덩치 키운 뒤 주력사에 지분 팔아 수십 배 차익 남겨

[뉴스포스트= 이미정 기자] 국내 레저산업의 대표주자 대명그룹(회장 박춘희)의 2세인 서준혁 대명엔터프라이즈 대표의 ‘수상한 재테크’가 재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얼마 전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대명엔터프라이즈가 기업소모성자재(MRO)업체인 기안코퍼레이션을 인수함에 따라 끊임없는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기안코퍼레이션은 서 대표의 개인회사로 알려진 곳. 이 거래로 서 대표가 투자 대비 수십배의 차익을 남겼다고 알려지면서 ‘오너일가의 잇속 챙기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매각 배경과 과정을 두고도 석연찮은 시선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논란을 취재해봤다.
 


콘도로 유명한 대명그룹의 유력한 후계자인 서준혁 대명엔터프라이즈(이하 대명엔터) 대표가 도덕성과 경영자질을 의심받고 있다. 대명엔터가 그룹 내 계열사 기안코퍼레이션을 인수한 것이 화근이 됐다.

‘꿩먹고 알먹고’ 오너만 돈방석
잇속 챙기기 인수합병 의혹

지난해 11월 21일, 상장사인 대명엔터는 비상장사인 기안코퍼레이션의 지분 6만주(100%)를 198억원(주당 33만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사업 다각화가 인수 이유였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했다. 기안코퍼레이션이 사실상 서 대표의 개인회사였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시선이 쏠린 것이다. 

기안코퍼레이션은 서 대표가 가족과 함께 자본금 3억원을 출자해 지난 2008년 세운 회사다. 이 회사의 지분은 서 대표(70%)와 누나 경선 씨(15%), 여동생 지영 씨(15%) 등이 100% 소유하고 있었다. 서 대표는 합병 전까지 이 회사의 대표이사 사장도 맡았다.

이번 거래를 통해 서 대표는 139억원, 서씨 자매는 각각 30억원을 챙겼다. 무려 60배 이상의 차익을 낸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오너일가가 적은 돈을 투자해 돈방석에 앉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주식가치가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대명엔터는 서 대표 등이 소유한 주식가치를 주당 33만원으로 평가했다.

기안코퍼레이션의 장부상 자산가치는 주당 15만원정도. 서씨 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기 때문에 거래가 드물지만, 2011년에 7만7,501~8만3,333원, 2012년 9월에 9만159원에 거래된 적이 있다고 한다. 이와 비교하자면 주당 가치가 고평가된 셈이다. 

이에 대해 대명엔터 측은 “현행법상 미래가치(현금흐름 등)를 기준으로 주식가치를 적법하게 평가했다”고 해명했다. 회계법인은 2015년까지 기안코퍼레이션의 연평균 매출을 50%가량 늘어난 평균 1,446억원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대명엔터 관계자는 “기안코퍼레이션은 설립한지 3년이 넘었고, 한해 매출이 1,000억원에 육박하는 회사다”면서 “처음에는 350억원이 매입 대금으로 책정됐으나 외부적인 반응을 나올 것을 고려해 저렴하게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기안코퍼레이션이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한 회사라는 점이다. 기안코퍼레이션은 설립한 이듬해 311억원이던 매출이 2010년 828억원으로 2배 이상 크게 늘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약 1,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직원도 100명에서 200명으로 크게 늘었다. 계열사와의 거래 덕분이다.

일감몰아주기 과세 회피 꼼수?
도덕성ㆍ경영자질 논란 ‘솔솔’     

지난 2011년 이 회사가 거둔 매출 996억원 가운데 613억원(62%)은 대명레저산업과 대명건설, 디엠에스, 대명홀딩스 등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나온 것이다. 사정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대명그룹 2세들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피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오너일가가 대부분을 지분을 소유한 회사에 그룹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었을 경우, 이를 지배주주에 대한 증여로 간주해 과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해당 법인의 전체 매출 가운데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비중이 30%를 넘을 경우 적용된다.

올해 대명 2세들이 주식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이들은 영업 이익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증여세로 내야 했다. 그러나 이번 합병으로 인해 기안코퍼레이션의 계열사 내부거래비율이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한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적은 돈으로 차린 회사를 계열사 물량으로 몸집을 키운 뒤 문제가 될 만하니까 배를 불리고 팔아치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명엔터 측은 “이번 인수는 사업적인 선택이었을 뿐이었다”고 거듭 답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의 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회사에 안정적인 수익을 줄 수 있는 캐시카우 사업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대명엔터는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11억9,000만원, 순손실은 13억8,300만원을 기록,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 내 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 MRO사업을 통해 적자 구조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사회적 여론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중소기업종인 MRO사업을 하는 업체를 대기업 오너들이 소유,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부의 축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들자, 비난 여론이 도처에서 들끓었다. 이에 일부 대기업들이 MRO사업을 매각하거나,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오히려 서 대표는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그룹 주력회사에 합병시킨 것이다. 

업계호사가들은 서 대표의 경영 자질에도 의문을 보냈다. 기안코퍼레이션의 MRO사업의 수익은 기업 내부거래로 창출된다. 성장에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당장의 매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대형엔터의 신성장동력의 사업이 되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 대표는 대명그룹 창업주 고(故) 서홍송 회장의 외아들로, 유력한 후계자로 손꼽힌다. 어머니  박춘화 대명그룹 회장과 함께 지주회사인 대명홀딩스 주식의 80% 가까이를 갖고 있다.

현재는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대명엔터를 중심으로, 2세 경영인의 토대를 다지고 있다.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대명엔터와 기안코퍼레이션의 합병으로 인해 그의 경영 리더십은 시험대에 오르내리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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