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성·강현주·배지인 조정 선수 인터뷰
2019년 창단 후 매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
선수단 합류…안정적 고용과 지원에 ‘만족’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가 시행된 지 30여년이 지났다. 1991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비장애인에 비해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고용 기회를 넓히기 위해 상시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체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이런 의무조차도 불이행하는 기업이 적지 않고, 고용을 하더라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곳도 다수다. 정부의 노력에도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 문제는 수년째 사회적 문제로 꼽힌다.

(왼쪽부터) 넷마블장애인선수단 강이성·강현주·배지인 선수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왼쪽부터) 강이성·강현주·배지인 선수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게임사 넷마블은 업계 최초로 장애인선수단을 창단해 운영하고 있다. 2019년 넷마블문화재단은 장애인들의 사회참여와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을 확대 진행하기 위해 선수단을 꾸렸다.

넷마블은 ‘안정적인 고용과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이에 넷마블장애인선수단은 창단 직후부터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열린 전국장애인조정선수권대회에서 총 20개 메달(금9, 은10, 동1), 충주탄금호 전국장애인조정대회에서 총 14개 메달(금4, 은4, 동6),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총 13개 메달(금8, 은4, 동1)을 획득했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20일 넷마블 본사에서 넷마블장애인선수단 강이성, 강현주, 배지인 선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세 선수는 넷마블장애인선수단 소속이자 국가대표로 올해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조정 혼성 유타포어 종목 은메달을 획득했다.

(왼쪽부터) 강이성·강현주·배지인 선수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왼쪽부터) 강이성·강현주·배지인 선수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강이성 선수 : 안녕하세요. 넷마블장애인선수단 주장을 맡고 있는 강이성이라고 합니다.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고, 주종목은 혼성 유타포어입니다. (*참고 : 혼성 유타포어 경기는 콕스(파일럿)가 경기를 지휘하고 남녀 각 2명이 팀을 이뤄 2000m 레이스를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강현주 선수 : 안녕하세요. 강현주입니다. 선수단에 입단은 2020년에 했고요. 마찬가지로 혼성 유타포어를 주종목으로 하고 있습니다.

배지인 선수 : 안녕하세요. 배지인입니다. 2022년 합류했습니다. 두 선수와 마찬가지로 혼성 유타포어를 주종목으로 함께 연습하고 있습니다.

- 넷마블장애인선수단에는 어떻게 합류하시게 됐나요?

이성 : 저는 원래 서울시장애인체육회에서 연계해준 회사에서 4시간 단위 계약으로 운동을 해왔어요. 성적도 조금씩 좋아지다보니 좋은 기회를 얻어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게 됐어요.

현주 : 창단 준비 이야기는 들었지만 당시에는 기회가 닿지 않았어요. 1년 뒤 선수를 새로 뽑게 되면서 들어왔습니다. 게임회사인 넷마블이 선수단을 만든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했고요. 당시 무소속이었던 저는 먼저 들어간 이성 선수를 통해 지원해주시는 것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게 좀 부럽기도 했습니다.

지인 : 현주가 소개해줘서 들어오게 됐어요.

- 선수단에 소속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주 : 일단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운동복 등 의류나 배 등 운동 용품도 요청하면 지원해 주시는데요. 팀이라는 게 없을 때는 다 사비이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그런 부분을 신경쓰지 않고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선수로서 만족하고 있어요. 다른 선수들이 들어오고 싶다는 얘기도 해요.

지인 : 비시즌인 동계 시즌에는 1주일에 한 두 번씩 여기 사옥 헬스장에 모여서 운동하는데 규모도 크고 좋아요.

이성 : 조정 선수층이 두껍지 않아서 실업팀도 많이 없어요. 고용 면에서 살펴보면 최저시급받고 4시간 계약하는게 다수죠. 넷마블선수단에 들어온 후, 안정적인 지원에 힘입어서 그런지 경기 결과도 좋아지는 게 느껴집니다. 조정 종목으로만 보면 저희가 강팀이에요. 전국체전을 하면 전체 1등은 경기도지만 조정만 보면 서울에 저희 팀이 있어서 1등이죠. (웃음)

사진 촬영이 어색한 지인 선수. 인터뷰 당일 넷마블 본사에서는 '넷마블나눔데이'가 개최되고 있었다. 행사장에는 조정체험존도 구성됐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사진 촬영이 어색한 지인 선수. 인터뷰 당일 넷마블 본사에서는 '넷마블나눔데이'가 개최되고 있었다. 행사장에는 조정체험존도 구성됐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 ‘조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성 : 저는 예전부터 운동을 좋아하긴 했지만 조정이라는 종목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어요. 그런데 예전에 무한도전 조정편을 보고 이런 종목도 있구나 하게 됐죠. 그때 누나도 함께 보고 조정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찾아봤는데요. 마침 대한장애인조정연맹에서 조정 체험을 진행했고, 거기 코치님과 인연이 돼서 운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잘하지는 못했지만 계속 하다보니 조금씩 기량이 늘었고, 결과도 좋으니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주 : 저는 원래 종목이 수영이었어요. 수영은 비교적 인기 스포츠다보니 하는 사람도 많고 개인적으로 “내가 여기서 더 잘할 수 있을까”, “오래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많았어요. 특히 사춘기 때요.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 당시 지금 대표팀에 코치를 맡고 계신 선생님과 인연이 돼서 조정 종목을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 신인 선수 감독님이셨거든요. 어릴 때라 1년에 한두 번 해외로 경기 나가고 하는 것도 저에게는 좋은 동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지인 : 사실 저는 6~7년 전 쯤 신인 선수로 잠깐 운동을 했었어요. 당시는 실업팀도 없고 저도 직업을 가져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회사를 다녔죠. 그러다 현주가 연락이 와서 좋은 환경에서 지원 받으며 운동 할 수 있다고 권유를 해줘서 다시 시작했고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 조정은 어떤 매력이 있는지요.

현주 : 저는 개인적으로 힘든 걸 즐기는 스타일인데요. 조정 중에서도 저희가 하는 혼성 유타포어 종목은 네 명이서 합을 맞춰서 타요. 훈련 중이든 경기장에서든 조금이라도 안맞으면 정말 짜증이 날 때도 있는데, 네 명이 합이 탁 맞으면 진짜 기분 좋게 배가 착착 나가요. 그때 그 희열이 있어요. 선수들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죠. 그래서 힘든데 계속하는 것 같아요.

이성·지인 : 저희도 같은 종목이라 잘 알죠. 현주가 말한 거랑 같아요.

- 올해를 돌이켜보면 어떠셨나요. 내년에는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이성 : 올해 몸이 아파서 계속 치료를 받으며 훈련을 했어요. 끝까지 완주를 잘 했다는 것에 대해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어요. 내년에는 몸 관리 잘하면서 쿼터대회를 목표로 노력할 계획이에요.

지인 : 저도 대표 선발전 준비 열심히 하겠습니다. 또 메달 딸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려고 합니다.

현주 : 이성 선수가 아픈데 끝까지 함께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없었으면 은메달 못 땄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처음 올해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았는데요. 고민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메달 따니 싹 사라지더라고요. 내년에도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이제 2월에 있을 대표 선발전 전까지 부상 없이 최대한 몸 만들어서 경기에 임할 계획입니다. 내년 패럴림픽을 목표로 올해보다 좀 더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

지난 9월 5일~6일 양일간 '2023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사진=넷마블 제공)
지난 9월 5일~6일 양일간 '2023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사진=넷마블 제공)

장애인 문화 경험 확대에 진심

넷마블은 창업주 방준혁 의장의 주도로 넷마블문화재단을 출범시키고 △문화 만들기 △인재 키우기 △마음 나누기 등 세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선수단 운영을 통한 장애인 고용 외에도 본업인 게임을 통해서도 장애인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2008년 국립특수교육원과의 협력을 통해 시작한 게임문화체험관은 신체적·사회적 특성에 따른 제약 없이 누구나 게임을 즐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달 기준 전국 특수학교 및 유관기관 내 37개의 게임문화체험관을 운영 중이다.

‘게임문화체험관’은 PC, 모바일, VR장비 등 다양한 최신 기기들과 체계적인 활용 매뉴얼을 보급해 놀이와 교육이 만나는 게임공간을 제공한다. 향후 넷마블문화재단은 15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학교 현장을 넘어 지역사회로 범위를 확장시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2009년부터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전국 장애학생 대상 e스포츠대회 및 정보경진대회로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넷마블문화재단, 국립특수교육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협력해 주최한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여해 장애학생들의 정보화 기능 향상 및 새로운 여가문화 향유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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