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방만 경영 실태

또 다시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 적발된 곳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감정원, 한국공항공사 등이다. 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기업의 환골탈태를 위해 애쓰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감사 결과가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에 적발된 세 곳의 공기업은 이전의 공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자사 직원들의 배만 채우는 졸속행정과 도덕적 해이를 보여줬다. 감사원에 적발된 공기업들의 비리 행태를 들여다봤다.


감사원은 지난 11일 한국수자원공사를 감사한 결과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원래 목적과는 다르게 사용,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92억 3천여만 원을 직원들에게 현금으로 부당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수자원공사의 조직, 인력 운영 등 기관운영과 주요사업 추진 및 경영 실태 전반을 점검하는 것으로 기관 운영의 건전성을 높이고 경영 혁신을 유도할 목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자원 공사의 경우, 직원들의 부당한 혜택과 기금을 부당 지급한 것으로 밝혀져 경고 조치와 시정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2003년도에 156억 원을 들여 출연한 사내근로복지기금의 부당한 집행이 감사원의 감사에 적발됐다.


원래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주된 사용처는 직원들 자녀의 학자금 대출이었고 특히 해당 복지기금법에는 수혜대상자로 근로자 및 공사 직원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공사는 이를 어기면서 무분별하게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낭비했다.


2004년 직원 대학생 자녀 1인에게 지원되는 학자금 지원금은 1백만 원이었다. 그러나 공사측은 대학생 교재구입비 지원명목으로 학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 449명에게 4억 5천 2백만 원을 지원했다.


특히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1인당 지원한도를 증액하면서 총 2천여 명에게 51억 8천 5백만 원을 무상 지급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원의 경우 기금 수혜 대상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기금 수혜의 형평성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 명목으로 임원 14명에게 2천 6백만 원을 지급했다. 또한 명절 기념품 지원 명목으로 임원 20명에게 1천 3백만 원을 지급, 총 3천 9백여만 원을 부당 집행하기에 이른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의 부당 집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임금 또는 급여성 경비로 지급하지 않도록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조의 요구로 1인당 60만원씩 총 89억 3천여만 원을 급여성격으로 일괄 현금 지급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수자원공사는 창립 40주년 기념이라는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103억 8백만을 현금 지급하는 등 2003년부터 2007년까지 192억 3천 9백만 원을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사실상 급여 성격으로 일괄 현금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직원들의 임차사택 부당 지원도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원래 임차사택은 무주택등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지원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직원 40명에게 임차보증금 26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했다.

 

 

수자원공사, 한국감정원, 공항공사 비리 만연
자녀 학자금 규정 어기고 멋대로 지급하기도

 


부인 명의로 아파트 2채를 소유하고 있는 직원에게도 5천여만 원의 임차 보증금을 지원해주고 임차사택에 살고 있는 와중에 같은 아파트 1채를 직원 본인 명의로 취득한 사실도 적발됐다. 특히 자신의 명의로 아파트를 취득한 직원의 경우 제공받은 임차사택을 제 3자에게 전세를 내준 뒤 보증금을 미 반환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돼야


한국감정원은 소속 감정평가사들에게 지난해 급여 외에 지가조사비 명목으로 1인당 평균 4천 4백만 원씩을 더 지급하고 근로소득 원천징수세도 납부하지 않는 등 6년간 모두 263억원 가까운 액수를 추가 지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지가조사비를 총인건비에 포함하여 인건비를 과도하게 인상하지 않도록 하고 지가조사비 중 공시지가 등 조사활동비로 입증하지 못하는 부분은 근로소득으로 처리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감정원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국토해양부 등으로부터 표준지 공시지가 등에 대한 조사 업무를 의뢰받아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소속 직원(감정평가사)들에게 급여 외에 6년간 252억원을 더 지급했다.


또 2005년 이후에는 ‘검증 지가조사비’란 항목을 신설하여 지점장급 이상 1·2급 45명의 간부급 직원에게도 1인당 연 700~900만원씩 3년간 총 11억원을 추가 지급했다. 감정원은 ‘지가조사비’를 총액인건비에서 누락해 관리하면서 근로소득 원천징수세액 납부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


또한 일부 간부들의 경우 외국에서 열리는 회의 참석을 빌미로 사적 여행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실제 여행계획과 다르게 공무국외여행계획서를 작성해 승인받고 항공임을 과다 청구 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것이 마치 관례인양 매년 허위 여행계획서를 작성하고 관광을 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한국공항공사는 능력개발비, 교육지원비, 자치활동지원금 등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하는 24개 급여성 경비 60억원을 총인건비가 아닌 다른 경비항목으로 편성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공항공사는 또 노동조합의 요구에 따라 2006년 말 3급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허위로 특별근무 명령을 내린 뒤 1억 4천 5백 여만 원의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했고, 2008년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서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은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지 않아 대휴수당으로 3천 6백여만 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극에 달하고 있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졸속행정에 대해 시민단체와 국민들은 분노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단지 통보에서 끝나지 말고 관련 법규를 보완해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공기업 민영화만이 모든 해결책은 아니다.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등포에 사는 주부 정 모(45)씨도 “하루하루 공기업의 방만 경영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것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모두 땀 흘려 한 푼이라도 아끼고 사는 서민들의 혈세를 갖고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공기업 직원들은 무한 이기주의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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