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요구 거절해 소송했다”

이재용 전무, 부친 건강 우려해 ‘갈등’ 숨겨
부인 임 씨, 재산보다 자녀 양육권 더 원해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의 이혼 소송 건이 장안에 화제다. 이 전무의 부인 임세령 씨가 11일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청구 및 재산 분할 소송을 낸 사실이 전격 공개되면서 각 포털사이트에는 관련 소식을 접하려는 네티즌들이 쇄도하고 있는 것. 임세령 씨는 이혼 청구와 함께 위자료 10억원 및 5000억원의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금액보다 세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은 이혼 청구 사연이다.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의 며느리가 왜 이혼 소송을 냈을까 하는 의문을 누구나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파경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그룹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삼성 직원들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98년 결혼후 11년 동안 두 부부는 이렇다 할 잡음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첫 아들 지호군이 태어났을 때 미국 원정출산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이내 잠잠해졌고, 딸 원주 양을 낳고 행복해하는 임세령씨의 모습이 사이월드 홈피를 통해 잠깐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재용-임세령 부부는 왜 이혼 소송까지 온 것일까. 이에 대해 삼성그룹측은 ‘이 전무의 개인사’라는 이유로 ‘노코멘트’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인 임씨가 원고 자격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 전무를 상대로 위자료와 자녀 양육권까지 요구한 점을 들어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주목할 점은 임세령 씨의 법률 대리인이 법무법인 남산이라는 점이다. 남산은 대상그룹의 법률고문을 맡고 있다. 따라서 임 씨의 이혼 소송은 독단적 행동이 아니며 사전에  친정인 대상그룹측과 의논을 했을 개연성이 높다.(임세령 씨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맏딸이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외삼촌이다)
명분과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 재벌가의 속성상 이혼 문제는 세대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금기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그룹은 이혼과 관련해 고문 변호사 선임을 허락했다. 왜 그랬을까.

 

이혼 귀책 사유 관심 증폭

 

임 씨는 11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 이재용 전무와 왜 굳이 이혼을 결심한 것일까. 이와 관련해 제기되는 것 중 하나가 ‘재벌가 며느리로서의 중압감’이다.
임 씨는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 중 이 전무와 결혼했다. 한창 대학생활을 즐길 나이에 중퇴를 하고 '재벌가 안주인'의 길을 간 것이다. 재벌가 며느리는 엄정한 시가의 가풍에 따라 살아야 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마음 놓고 외출하기도 어렵다. 이런 점을 들어 일부 언론에서는 임 씨가 재벌가의 엄격한 시집살이를 못견뎌 이혼을 요구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여기에 자녀들이 웬만큼 성장했고 삼성그룹에 대한 특검 수사도 끝나 임 씨가 현 시점을 적기로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추측은 임 씨 역시 국내 굴지의 재벌가 자녀라는 점에서 볼 때 설득력이 부족하다. 일반인이 재벌가와 혼인할 경우 적응을 잘못해 이혼하는 경우는 왕왕 있어 왔다. 지난 95년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과 결혼했다가, 8년 만에 이혼한 탤런트 고현정 씨가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재벌가에서 자란 임씨가 재벌가에 적응하지 못해 이혼소송을 냈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수년 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비자금 횡령사건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재용 전무의 장인인 임 명예회장은 2003년 공사대금 과다계상 방식으로 22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았지만 참고인 중지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자 2년 뒤인 2005년 재수사 끝에 임 명예회장을 전격 구속기소했다. 임 명예회장은 징역3년을 선고받고 1년7개월을 복역한 뒤 사면됐다. 2007년에는 임 명예회장의 경호책임자였다는 최승갑 전 NKST 사장이 "임 명예회장이 2003년 검찰 비자금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로비를 했다"며 "당시 임 명예회장은 삼성 법무팀과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승갑 씨의 이런 주장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삼성가는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 친정 쪽 사람들이 구설수에 올랐다. 홍 여사의 동생인 홍석조 전 인천지검장의 이름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등 사돈 때문에 속앓이를 크게 했다.
하지만 이 일로 양가가 틀어졌다는 이야기는 나돈 적이 없다. 더욱이 홍라희 여사와 임세령씨 모친 박현주 여사는 오래 전부터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재용-임세령 부부의 이혼 소송은 집안 문제라기보다 당사자들간의 문제일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린다. 이와 관련, <뉴스포스트>가 만난 삼성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그쪽 며느리(임세령씨)가  소송을 내기 전에 협의 이혼을 몇 차례 요구한 걸로 안다. 그 요구를 이전무가 강하게 거절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법정으로 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두 부부는 현재 별거 상태이며, 부인 임씨는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재산보다는 자녀 양육권을 더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임 씨는 대상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의 주식 20%를 소유하고 있다.)
한편 이혼 소송 보도가 확산되자, 이재용 전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무는 부친인 이건희 전 회장의 건강을 우려해 부부 갈등을 애써 내색하지 않았으며 이 전 회장은 뒤늦게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12일 이 전 회장이 두통을 이유로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
이재용-임세령 부부의 이혼 소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 4부에 배당됐으며 정승원 부장 판사가 심리를 맡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소송이 '삼성가'와 '대상가' 간의 재판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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