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대 토종의 대결, 최후의 승자는?

KT-외부 전문가 잇달아 영입, 기업 체질 개선
SK텔레콤- 항공모함 대신 수많은 고래 양성


포화상태인 국내 이동통신시장을 놓고 KT와 SK텔레콤, LG텔레콤 등 통신 3사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지난 6월 1일 통합KT가 출범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놓고 마케팅 전략과 고객유치 전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KT 수장 이석채 회장과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의 용인술도 비교 대상이다.

 

KT 이석채 회장의 용인술

 



▲ 김일영 부사장

“기업이 바뀌려면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KT 수장인 이석채 회장의 외인부대 용인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후 KT의 정체된 분위기를 탈피하고자 외부 전문가들을 적극 기용하고 있다. 미래의 성장엔진 확보를 위해 KT만의 순혈주의를 철저히 배제하는 대신 외부 용병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포화상태에 달한 통신시장의 마케팅은 통신을 잘 아는 사람보다는 시장과 마케팅을 아는 사람이어야 더 좋은 상품을 기획하고 시장을 넓힐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통합KT는 요직 곳곳에 ‘비(非) KT’ 출신을 전진 배치했다.


 특히 그룹 및 기업전략을 총괄하는 핵심조직인 코퍼레이트센터(CC)는 정통 KT 출신이 보면 ‘외인부대’ 그 자체다.


센터장인 표현명 부사장은 KTF 출신으로 이석채 회장의 올 1월 취임과 함께 전략을 총책임지고 있다. 지난 6월 13일 영입된 영국 통신업체인 브리티시 텔레콤(BT:British Telecom) 출신의 김일영 부사장은 CC 산하의 그룹전략 CF팀을 책임지게 된다. 영국 국적의 김 부사장은 런던대학 전자공학 석사출신으로 BT에서 27년간 근무하면서 마케팅과 연구·개발(R&D), 인수·합병, 신사업 개발,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임원직을 수행했다. 특히 BT재팬(Japan) 근무 시에는 재팬텔레콤과 제이-폰(J-Phone) 투자 등을 통해 1년 반 동안 약 25억파운드(5조원)의 투자 수익을 올려 M&A의 귀재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KT홍보실 관계자는 “김 부사장의 영입에는 KT의 성장 정체를 타개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이석채 회장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면서 “앞으로 KT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김 부사장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올해 들어서만 석호익 부회장을 비롯해 표삼수 사장 등 외부 전문가 10여명을 영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KT의 기존 공기업 색깔을 바꾸고 새로운 컨버전스 기업 색깔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회장의 포부다.


사업전략팀 역시 외부 인재로 채워졌다. KT는 최초로 전무급 여성 임원인 개인고객전략본부장 양현미 전무에 이어 홈고객 전략본부장도 여성 전문가를 영입했다.


홈고객(초고속인터넷·집전화 등) 부문의 전략본부장을 맡은 송명희 전무는 LG생활건강 마케터 출신으로 유선상품, 결합상품 등과 관련한 마케팅전략을 총괄한다. 송 전무는 서강대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세계적인 화장품회사인 에스티로더를 거쳐 LG생활건강에서 중장기전략, 브랜드 경영, 유통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오휘’, ‘이자녹스’, ‘수려한’ 등의 브랜드마케팅을 담당했으며 2003년에는 ‘후’(后) 브랜드를 런칭해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개인고객(이동통신 등) 부문 전략본부장에는 신한은행 마케팅 책임자 출신의 양현미 전무를 선임했다. 지난 5월 말 영입한 양현미 전무는 미국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사에서 고객관계관리(CRM)를 활용한 마케팅전략, 고객관리, 로열티 프로그램 등을 이끌었던 금융마케팅의 전문가로 꼽힌다. KT 코퍼레이트센터 표현명 부사장은 “여성 소비자 주권이 강해지는 트렌드에 맞춰 이들 여성 임원들이 보다 고객친화적이고 감성적인 고객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현재 기업 상황을 ‘급강하’라고 부를 정도로 강한 위기의식을 품고 있는 이석채 회장이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성장방안을 만들기 위해 비KT 출신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좁은 통신시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참신한 결합상품을 만들어내고 다른 산업과 통신을 연결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의 용인술

 



▲ 정만원 사장

KT의 이러한 발빠른 인재 영입 움직임에 라이벌 업체인 SK텔레콤은 내심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담담한 반응이다. SK텔레콤 홍보실 허재영 부장은 “KT는 새로운 회장이 임명됐기 때문에 물갈이 차원에서 이같은 수혈을 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CIC(사내독립기업) 제도를 먼저 도입한 것은 SK텔레콤이다. 조직 체계 또한 SK텔레콤은 이미 전문가 집단으로 전원 구성되어 있어 따로 수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정만원 사장은 “미래전략은 국내외 모든 IT 기업들과의 협력 융합을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한다.


그는 포화상태에 달한 하드웨어보다는 상대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는 소프트웨어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생각이다. 연간 시장규모가 1조 달러에 육박하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국내시장은 고작 2%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방송과 통신, 인터넷 융합이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2003년 재무구조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SK네트웍스를 진두지휘하여 공적자금의 수혈 없이 4년만에 회사를 국내 6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추진력을 발휘해 SK네트웍스를 조기에 정상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OK캐쉬백’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포인트서비스를 만들어 현재 국내 최대의 마일리지사업으로 육성시켰다는 평을 얻고 있다.


정 사장은  “무조건 큰 비즈니스가 성사되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10조원짜리 사업을 새로 하려면 5조원짜리 두 개를 발굴하면 되지만 1,000억원짜리 프로젝트도 100개를 모으면 되지 않느냐. SK텔레콤은 항공모함이며 단 한 척이어서는 곤란하다. 수없이 많은 새끼 고래들을 띄워야 하며 멀티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하곤 한다.


그의 리더쉽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실사구시형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직원들에게는 “현실은 가장 비관적으로 보면서 포부는 가장 낙관적으로 가지라”고 말한다. 또 구성원의 ‘필요’와 ‘욕구’를 구분하여 ‘욕구’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긋고 ‘필요’라고 판단되면 철저히 봉사함으로써 자발적인 태도를 이끌어 내는 ‘복종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실천하고 있다.


정만원호의 경영지원 및 전략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은 하성민 비즈 CIC사장이다. 그는 2002년에 SK텔레콤과 SK신세기 통신이 SK텔레콤으로 합병될 때부터 SK텔레콤의 경영지원 부문장 전무와 경영기획실장 상무, 전략기획부문장 상무를 두루 거쳐 SK텔레콤의 경영과 기획을 누구보다 잘 맡을 인물로 꼽히고 있다.


신규사업은 오세현 C&I 비즈CIC 사장이 맡았다.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와 카이스트에서 경영과학 석사와 박사를 마친 오세현 사장은 SK텔레콤의 네트워크 구축 본부장 출신이다.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던 서진우 사장은 글로벌 전략조정 및 전사 경영지원을 총괄하는 GMS(Global Management Service)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만원 사장이 무엇보다 신경쓰는 부문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유연하고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의 슬림화와 수평화이다. 따라서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CIC(Company in Company:사내 독립기업제) 제도를 도입해 CIC별로 자율·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MNO, C&I, GMS CIC 등 3개의 CIC 체계를 완성하여 국내외 구분 없이 CIC별로 일관된 글로벌 사업추진 체계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컨버전스 국내사업과 인터넷사업을 총괄하는 C&I CIC는 국내외 컨버전스 및 인터넷 사업으로 그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 C&I사업부문을 신설하여 해외에 투자한 컨버전스 자회사들이 소프트랜딩 할 수 있도록 실행력을 제고해 나갈 예정이다.


MNO(Mobile Network Operator) CIC는 국내 이동통신 사업뿐 아니라 해외 MNO 사업발굴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한편 기존의 전사 전략조정 및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해오던 CMS(Corporate Management Support)는 전사적 글로벌 M&A를 주도하고 지원하는 GMS(Global Management Service)로 확대 개편했다. 따라서 GMS CIC는 글로벌 사업추진의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위해 사업개발실과 해외 현지의 거점조직을 산하에 두는 한편 전사의 경영을 지원하는 쉐어드서비스(Shared Service) 조직을 신설하여 각 CIC가 사업추진할 때 전문 역량을 지원하는 일을 맡아 오고 있다.

 



KT- SK, 마케팅 이어 요금할인 경쟁 돌입

 

KT와 SK텔레콤의 경쟁은 1일 통합KT 출범을 계기로  마케팅 분야 뿐만아니라 요금할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KT는 6월 1일부터 새로운 유무선 결합상품인 ‘쿡앤쇼’를 출시했다. 이로써 6월부터 T더블할인제 및 TTL요금제 등 요금할인 혜택이 강화된 요금제와 결합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힌 SK텔레콤과의 맞대결이 기대된다.


이번에 KT가 출시한 결합상품의 특징은 정액형 유선결합상품, 망내할인 강화, 제휴형 패키지 결합상품 등 세 가지 유형을 가진다. KT는 그 동안 상품별 할인율이 복잡했던 인터넷, 집전화 등 유선상품의 요금구조를 정액형으로 개편하고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수용하도록 제휴선을 확대해 요금 이외의 혜택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것. 특히 이번 망내 할인강화는 통합KT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다. 합병으로 확보한 4,200만 가입자들에게 최대 50%의 통화료를 할인하는 망내할인을 통해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KT 유선상품은 결합유형에 따라 할인폭이 강화된 5종의 정액형으로 간소화하고 이동전화를 추가로 결합할 때 이동전화 결합대수에 따라 기본료 최대 50%, 통화료는 동일 가구내의 가족간은 이용 대수에 관계없이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SK텔레콤 역시 6월부터 우량고객과 신세대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혜택을 대폭 강화한 요금제를 선보이는 한편 SK브로드밴드와의 결합상품 할인폭을 확대하는 등 통합KT 출범에 따른 대비책을 세웠다. 이번에 출시하는 결합상품은 이동전화(1회선~5회선)와 시내전화·인터넷전화(1회선)를 결합할 경우 이동전화 기본료를 가입연수에 따라 10%에서 최대 50%까지 할인해 주는 것과 동시에 시내전화·인터넷전화 기본료 및 결합구성원간 통화료에 대해 조건없이 각각 50%씩 할인해 주는 등 할인혜택이 대폭 강화됐다.


이로써 SK텔레콤은 ‘초고속인터넷+시내전화·인터넷전화+이동전화’ 등 TPS 결합상품과 ‘시내전화·인터넷전화+이동전화’ 등 DPS 상품으로 라인업을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 특히 향후 유선전화 번호이동 소요기간이 이동전화 수준으로 짧아지고 유무선 결합상품이 통신시장에서 주요 상품으로 떠오를 경우 KT가 독점해 오던 시내전화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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