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경 한국케엠케색채연구소장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김민경 소장]

안전 불감증을 지니고 있는 현대인들은 컬러가 우리 생활 속에서 얼마만큼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자동차의 컬러와 교통안전표지판, 신호등의 컬러를 통해 우리 뇌에 인식된 컬러를 새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청색계열 자동차는 사고 날 확률이 높다?

청색계열 자동차는 사고 날 확률이 높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있다.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실제로 교통사고 데이터를 보면 ‘청색’, ‘감색’, ‘초록색’ 등 청색 계열 색깔의 자동차가 ‘검정’, ‘하양’, ‘노랑’, ‘빨강’ 차에 비해서 분명히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바로 색깔의 특성 때문이다.

앞에서도 설명했다시피 파란색은 실제보다도 멀게 보이는 후퇴색이다. 가령 같은 차종의 빨강과 파랑 두 대의 차가 앞에서 나란히 달려올 경우 파란색 차가 빨간색 차보다 훨씬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실제 도로상에서 운전할 때, 청색 계열의 차는 거리 감각을 느끼기가 어려운 것이다.

한데 ‘청색’과 ‘감색’은 자동차 색상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색깔이다. 현대인에게는 발을 대신해서 매일 접하게 되는 것이 자동차이기 때문에 자기가 선호하는 색깔의 차를 구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자동차의 색깔에도 이런 특성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청색 계열의 자동차를 모는 사람은 이 점을 특히 유의해서 안전 운전을 해야 되겠지만, 다른 색깔이라고 해서 방심 운전은 절대 금물이다.

안전한 자동차 컬러는?

청색 계열의 자동차가 사고 확률이 높다고 한다면, 안전한 컬러의 자동차가 따로 있는 걸까? 그래서 주목을 받는 것이 노란색 자동차다. 노란색에는 빨강의 ‘진출색’, 파랑의 ‘후퇴색’과 같이 ‘색수차’가 없다. 망막에 들어온 상태 그대로 핀트가 맞아서 거리감도 정확하다. 또한 노란색은 망막 상에서 확장을 보이는 색깔, 즉 색깔 가운데 제일 확장을 크게 느끼는 색이라고 한다.

그래서 운전자가 인식하기 쉬운 노란색을 사고 확률이 가장 낮은 색으로 생각한다. 대형 덤프트럭에 밝은 노란색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가 하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의 모자나 가방, 비 오는 날에 입는 비옷 등에도 진노랑 색을 많이 사용한다. 움직이는 신호등이라 불리는 아이들에게 노란색을 착용하게 함으로써 운전자의 눈에도 쉽게 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테니스 공식전에서 엘로우 공을 사용하는 점도 수긍이 간다.

시속 200킬로미터나 되는 속도로 공을 주고받는 테니스 경기. 게다가 공의 직경은 채 10cm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선수들의 눈에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흰색보다도 더 눈에 확 들어오는 색깔이 필요했을 것이다.

교통안전표지판의 파란색에도 이유가 있다?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지판 가운데에는 청색 바탕에 지시사항을 나타내는 마크나 문자를 흰색으로 쓴 표시판이 가장 눈에 띈다. 또 빨간색 표지판도 많다. 그렇다면 경고를 나타내는 색깔인 빨강으로 통일하지 않고, 왜 파란색처럼 가라앉은 색을 표지판 색깔로 쓰는 걸까?

도로표지는 어두운 밤에도 선명하고 확실하게 보여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어두컴컴한 저녁 무렵에는 빨간 표지판이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주위 밝기의 변화에 따라 물체색의 명도가 변화되어 보이는 ‘푸르키녜 현상’을 활용하여, ‘청색 바탕에 흰색 마크나 문자’가 가장 적절한 색깔로 결정된 것이다.

빨간 신호등이 정지 신호가 된 이유는?

신호등의 색깔은 ‘빨강, 파랑, 노랑’ 색이다. 삼척동자도 다 알다시피 파란색일 때는 진행하고, 노란색은 곧 신호가 바뀐다는 경고의 의미이며, 빨강이 들어오면 멈춰 서야 한다. 이러한 신호등 컬러의 의미는 세계 공통이다. 그렇다면 왜 빨간색이 ‘멈춤(Stop)’을 의미하는 걸까?

그렇게 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인간의 눈은 망막에 확실한 상이 맺히게 하기 위해서 수정체를 확장시키거나 수축시켜서 조절을 한다. 마치 카메라의 핀트를 맞추는 것과 같은 기능이다. 그런데 빨간색은 빛의 굴절률이 작기 때문에 망막보다 뒤에 상을 맺는다. 핀트 기능을 가진 수정체는 급하게 볼록 렌즈화된 망막에 상을 맺기 위해서 조절을 시작한다. 따라서 빨간색은 실제보다도 더 돌출되어 보인다.

반대로 파란색은 빛의 굴절률이 커서 망막보다 앞에 상을 맺는다. 수정체는 가늘어지고 그 영향으로 실제보다 더 들어가 보인다. 이 현상을 색채학에서는 ‘색수차’(色收差, chromatic aberration)라고 부른다. 또 빨간색처럼 실제보다도 가까이 보이는 색을 ‘진출색’(팽창색), 파란색처럼 실제보다 멀리 보이는 색을 ‘후퇴색’(수축색)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신호등 색깔을 결정할 때, 멀리서도 위험 신호를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진출색인 ‘빨강’을 멈춤 신호로 채용한 것이다. 놀라울 만치 ‘우수한’ 인간의 기능이 만들어 낸 컬러의 신비가 아닐 수 없다.

출처- 색깔의 수수께끼 , 컬러테라피 (김민경)

<김민경 한국케엠케연구소 소장, kmkcolor93@daum.net>

▷김민경 소장은?
-1993년 한국케엠케색채연구소 설립
-1998년 한국인 피부색에 어울리는 퍼스널컬러 유형 분석
-2003년 여성경제인협회 선정 ‘닮고 싶은 인물’ 선정
-2014년 육군사관학교 색채디자인 감사장
-2014년 아시아 미 페스티벌 색채부문 올해의 아티스트상
-2014년 컬러워크 국제초대전 ‘작품상’ 수상
-2015년 럭셔리 브랜드 모델 어워즈 아트 프로페셔널상
-‘튀는 색깔이 뜨는 인생을 만든다(1999)’, ‘색깔의 수수께끼’(2006) 등 다수 저서
-현) 한국케엠케색채연구소 소장
-현) 한국CPI협회(KSCPI) 회장
-현) 소울샵엔터테인먼트 본부장
-현) 프랑스 마르즈 베르레르 퍼스널컬러 한국 대표
-현) 세계한식문화협회 한브랜드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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