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홈페이지 캡처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태어난 지 13개월 ‘갓난아기’가 2억원 상당의 주식을 증여 받았다. 숫자를 가르치기도 전에 천문학적 금액의 ‘금수저’부터 쥐어준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는 이런 일이 한미반도체 일가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경제력으로 인해 등급이 결정된다는 소위 ‘수저 계급론’. 특히 재벌들이 ‘수저’의 대물림 수단으로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 바로 ‘주식’이다. 미성년자 자녀가 주식을 증여받으면 성인이 되기 전까지 배당금 및 시사차익을 증여세 없이 소유할 수 있다. 세금회피와 감세 효과를 얻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는 1살짜리 주식 갑부가 종종 등장한다. 한미반도체 곽동신 부회장의 두 아들도 각각 만3살, 만4살에 주식 갑부다 됐다. 이들 ‘주식 금수저’ 형제의 보유 주식은 지난해에도 증가했다. 태어나자마자 거액의 주식을 손에 쥐었던 이들은 매년 보유 주식을 늘리며 수억원의 배당금까지 챙기고 있는 것이다.

 

미성년자 금수저 형제의 주식 사랑

2002년생인 곽호성 군과 2007년생인 곽호중 군은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10대다. 둘이 합쳐 총 43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의 행보는 이른바 ‘주식 금수저’라 불리는 이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미반도체 곽동신 부회장의 장남 곽호성 군과 곽호중 군은 현재 각각 17만522주(0.67%), 10만7492주(0.42%)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16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26억5161만원, 16억7150만원에 달한다.

곽호성 군은 한미반도체가 상장한 2005년 4살이라는 나이에 5만1000주를 취득했다. 곽호중 군은 3살이던 2008년 곽 부회장의 아버지 곽노권 회장의 증여로 8만7549주를 취득했다.

그 후로도 두 형제는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곽호성 군은 2013년 4만5000주, 2014년 1만1780주, 2015년 1만8260주, 지난해 7933주를 사들였다. 곽호중 군 역시 2013년 1만주, 2014년 2334주, 4622주, 지난해 2987주를 사들였다. 미성년자인 두 형제가 스스로 주식 매입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

배당 수입도 짭짤하다. 한미반도체는 2년 연속 주당 500원의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두 형제는 보유 주식을 기준으로 매년 수천만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곽호성 군과 곽호중 군은 지난해 각각 8129만원, 5225만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았으며 그간 받은 배당금을 모두 합치면 수억원에 이른다.

이들 형제의 배당금이 더 쏠쏠해질 가능성 또한 열렸다. 한미반도체가 지난 14일 1주당 500원에서 200원으로 주식분할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주식분할이란 주식의 액면금액을 일정한 비율로 분할함으로써 주식수를 증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액면금액이 5000원인 주식을 1000원으로 분할하게 되면, 기존 주식(구주권) 1주는 새로운 주식(신주권) 5주와 같게 된다.

주식분할 후 만약 기업의 배당률이 변화가 없다면 주주는 늘어난 주식수에 비례해 더 많은 배당금을 받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늘어난 주식수 만큼 배당률을 하향 조정함으로써 배당금 총액을 예전 수준으로 유지해 리스크에 대비해야한다.

한미반도체 오너일가의 지분 보유율은 49.03%다. 고배당을 실시할 시 당연히 오너일가의 이익 증대 논란이 이어질 것이다.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고배당은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소액주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미비할 뿐, 결국 오너일가를 배불리기 위한 배당이 아니냐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주주환원을 고려한 배당 정책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와 대주주들을 구분해 배당하는 차등배당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너일가 지분이 절반에 육박하는데다 주식분할까지 예고한 한미반도체의 배당 정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영업이익 반토막 회사서, 고액 퇴직금 쪽쪽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개발하는 한미반도체는 전 세계 270여개 고객사를 보유한 중견기업이다. 본사는 인천에 있다.

회사는 창업주인 곽노권 회장의 아들인 곽동신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곽동신 부회장은 한미반도체 27.14%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곽동신 부회장은 앞서 '퇴직금 중간정산'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곽동신 부회장은 2015년 총 116억8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는데 이는 당해 등기이사 중 2위에 해당하는 규모라 주목을 받았다. 1위는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차지했다.

곽동신 부회장이 받은 급여를 들여다 보면 기본급 13억3200만원, 상여금 6억4800만원, 성과급 1억4100만원과 퇴직금 94억8800만원이었다. 중간정산 방식으로 퇴직금을 당겨 받은 것인데 당시 한미반도체는 전년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까지 절반 수준으로 추락한 해였다. 곽동신 부회장의 과도한 연봉 및 퇴직금 수령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곽동신 부회장은 34살이었던 2007년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고 이후 2010년 단독 대표이사로 자리매김 하며 승승장구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대의 젊은 나이에 100억원에 가까운 퇴직금을 가져갔다.

한편 이와 관련 <뉴스포스트>는 한미반도체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가 자리에 비웠다는 이유로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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