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김경래] 정치학의 핵심적 개념인 권력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우리 인간들에게 필연적인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 이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규칙이 필요하고 이를 따르게 하는 힘으로서 권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헌법은 바로 이러한 권력이 누구로부터 나오며, 어떻게 위임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는 등에 대해 규정한 최상의 법으로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한 국가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치원리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헌법에 대한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재임 기간 동안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노출되었고 특히나 최근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학계, 정치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일부 개헌 논의에서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다. 첫째, 현행 헌법에 의하면 개헌제안권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이며 제안된 헌법 개정안의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20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
또한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의 의결 그리고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통해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된다. 이에 따르면 개헌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의 의사에 의해 결정된다. 헌법 개정안으로 제시된 것을 선택할 것인지 아닌지 국민의 의사에 따른 다는 것은 분명 국민의 자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시된 것 중 어느 하나만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과연 진정한 자유일까? 헌법 개정안이 만들어 질 때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시대정신을 읽어 내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현재 개헌에 대한 논의에서는 이러한 점을 볼 수 가 없다. 무엇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하는 개헌을 너무 시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그러면서 단지 국민들로 하여금 제시된 개헌안에 대해 선택만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둘째, 현재 제시되고 있는 개헌 논의의 핵심은 권력구조에 집중되어 있다. 즉 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는 권력구조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 정치사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권력행사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 어떤 권력도 제한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권력분립, 권력행사의 문제점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권리를 무시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다.
대통령 중임제,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가 되면 지금보다 국민의 권리가 더욱 보장된다고 할 수 있을까? 따라서 어떻게 하는 것이 헌법에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권리가 더욱 잘 보장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어떠한 권력구조를 갖는 것이 현재 우리에게 더욱 좋은 방법일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결국 개헌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시대정신을 읽어내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고 토론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9번의 개헌의 과정에서 얼마만큼 이러한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시 된다.
추운 겨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촛불광장의 외침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프랑스 혁명이후 채택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은 “권리의 보장이 확보되지 않고 권력분립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사회는 헌법을 가졌다고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단지 228년 전 프랑스에서 주장된 외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사회에서 개헌을 위한 논의의 초점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인지 고민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김경래

자유베를린 대학교 정치학 박사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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