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에도 승강기 개폐시스템 불량 '예견된 인재'...고장원인 '굴뚝효과' 지목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잠실 롯데월드타워 정식 개장이 안전성 논란에 발목을 잡혔다. 이번에는 엘리베이터 고장 사고로 도마에 올랐다. 19일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는가 하면, 지난해 11월에도 엘리베이터 개폐시스템 오류로 인해 문을 여는데 꼬챙이가 동원되기도 했다. 롯데월드 측은 구조적 결함을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엘리베이터 사고는 인명피해와 직결되는 만큼 철저한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초고층 건물의 특성상 화재 발생 시 기압차로 인해 엘리베이터와 출입문 등의 비상구 개폐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엘리베이터에 갇힌 ‘공포의 25분’

롯데월드타워가 정식 개장 사흘을 앞두고 또다시 안정성 논란에 휩쌓였다.

지난 19일 오후 5시15분께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 전용 엘리베이터인 ‘스카이셔틀’이 출발지점인 지하 1층과 2층에서 25분간 멈췄다.

당시 엘리베이터 안에는 39명의 승객이 있었다. 이들은 정식 개장을 앞두고 열린 초청행사에 참석한 임직원 가족들이다. 사고 소식을 듣고 5시40분께 출동한 시설 관리 직원들은 수동으로 문을 열어 이들 모두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롯데월드는 승강기 안전센서 이상이 사고 원인으로 밝히고 시운전과 안정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스카이셔틀’ 출발지인 지하 1층과 2층에서 정지 상태로 출발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정확한 경위는 파악 중이지만 일단 엘리베이터 운행 전 안전센서가 훈련 상황 등 민감한 상황에 맞춰져 생긴 문제로 보인다”로 설명했다.

사고가 난 엘리베이터 ‘스카이셔틀’은 가장 빠른 데블데크 엘리베이터(분속 600m) 및 최장 수송거리로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등재됐다. 출발지점인 지하 1~2층에서 117~123층의 전망대까지 운행 소요 시간은 1분이다.

한편 롯데월드 측은 22일 오픈예정이었던 전망대 ‘서울스카이’의 개장을 4월 3일로 연기했다.
 

화재 시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롯데월드타워의 엘리베이터 고장은 예견된 사고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11월에도 롯데월드몰 지하층 엘리베이터는 개폐시스템 고장으로 문이 열리지 않기도 했다.

당시 롯데월드 측은 서울시 사용승인을 위한 마지막 관문에 돌입한 상태라 개폐시스템 고장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롯데월드 측은 엘리베이터 주변의 출입을 통제하고 한 달가량 보수공사를 실시했다. 문이 열리지 않아 성인 인부 여럿을 동원해 쇠꼬챙이로 수동 개폐하며 시스템 오류를 확인해야만했다.

이같은 엘리베이트 고장의 원인으로 ‘굴뚝효과’가 지목되고 있다. 굴뚝효과란 초고층 건물 내·외부 온도 차이로 인해 공기가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이다.

건물 내외부의 온도차로 인해 외기가 내부로 들어오며 위쪽으로 강하게 이동하게 되는데, 이 모습이 마치 굴뚝을 따라 공기가 흐르는 것과 같아 연돌효과(stack effect) 또는 굴뚝효과(chimney effect)라고 한다.

굴뚝효과는 난방 공기의 유출로 인한 에너지 손실, 출입문 개폐의 어려움, 엘리베이터 작동 오류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건물 내·외부 온도 차가 큰 겨울철에 굴뚝효과가 가장 강하기 때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는 일이 발생 하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롯데월드는 고층이다 보니 굴뚝효과가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며 “공기의 빠른 흐름은 승강기 뿐 아니라 각종 문의 계폐에 영향을 미쳐 엘리베이터 진동 및 오작동, 출입문 이탈 등을 사고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재 발생 시 굴뚝효과가 큰 인명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피난시설로 사용되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통로가 기압차에 막혀 열리지 않아 큰 재난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전문가는 “만약 롯데월드같은 초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난다면 유독성 연기와 화염이 개구부인 계단, 엘리베이터 등을 통해 급속하게 수직으로 확대될 것이다”며 “이 경우 공기가 쏠려 내려오는 지하층에 압력이 집중되기 때문에 밖으로 이어지는 비상구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4일 롯데월드타워 재난 훈련에선 일부 피난용 엘리베이터의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훈련에 참여한 여러 시민이 힘을 모아 양쪽에서 밀어붙이는 모습이 종종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롯데월드몰 지하층의 비상구 출입문이 압력차로 인해 잘 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는 “건물의 기밀성을 높이거나 엘리베이터 주변에 전실을 두어 건물 내 공기 흐름을 저감시키는 방법 등으로 압력을 분산시켜 굴뚝효과를 줄일 수 있지만 실제 재난 상황에선 이들 차단 문을 모두 열어두기 때문에 압력이 분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진=YTN 뉴스화면 캡처)

굴뚝효과의 전조 현상은 이미 나타났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엘리베이터 오작동 뿐 아니라 앞서 지난 2015년 11월 발생한 출입문 이탈 사고 또한 굴뚝효과를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중론이다.

앞서 2015년 롯데월드에서 지하층 출입문이 넘어지며 20대 여성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그간 롯데월드몰에서는 출입문 이탈 사고가 여러번 발생했다. 롯데월드 측은 출입문과 기둥을 연결하는 고리 부의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이 또한 굴뚝효과의 영향이라 것.

전문가는 “굴뚝효과는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로 건물 준공 후에는 관련 대책 마련이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롯데월드 측은 시공이나 운영상의 문제는 없는지 등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2014년에도 엘리베이터가 몇차례 멈추는 사고가 있었지만 개장을 앞두고 무리하게 공사를 마무리 하다보니 이에 대한 대책이 미흡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롯데물산 관계자는 굴뚝효과로 인해 엘리베이터 오작동이 발생했던 것은 맞지만 보수가 완료된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굴뚝효과는 비단 롯데월드타원 뿐 아니라 모든 고층 건물들이 동절기와 하절기에 겪은 문제다”며 “지난 11월 발생한 엘리베이터 개폐 오작동 이미 보수를 끝내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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