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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커져가는 ‘조현병 범죄’ 공포…오해와 진실
  • 우승민 기자
  • 승인 2017.05.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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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범죄 쏟아지는 불안한 시선

시민단체 “잠재적 범죄자” 공포감 확산

치료제 개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여자아이 살해 사건 등 최근 조현병 환자들이 저지른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조현병'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범죄가 발생한 이유 중 하나로 '조현병'이 거론되면서 시민들은 불안함을 감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조현병'에 대해 거부감과 두려움을 가지게 되고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사건·사고들이 '조현병'으로 인해 발생된 범죄로만 봐서는 안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의료계에서는 '조현병'을 잠재적 범죄로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에 <뉴스포스트>는 이명수 대한조현병학회 홍보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해 5월 17일 강남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강남역 10번출구에 포스트잇들이 붙여져 있다. (사진=뉴스포스트DB)

사회적으로 거부하는 ‘조현병’ 환자 급증

지난해 5월 17일 강남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가해자가 조현병 환자라는 점과 더불어 최근 인천 초등생 유괴살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조현병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로 불리는 망상, 환청, 충동조절장애 증상을 나타낸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리 주변에서 비정상적인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환청이 들린다거나 환영(幻影)을 봤다며 떠들고 다니는 사람, 아무 이유 없이 이웃에게 욕하거나 의심하는 사람, 반복적으로 괴성을 지르는 사람 등이다.

과거에는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렀는데, 치료 당사자에게 지나치게 부정적인 부담감을 주는 단어이기 때문에 2010년도 이후부터는 조현병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통합실조증’이라고도 한다.

요즘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폭행과 살인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은 조현병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현병 증상은 일반인의 1%가 걸리는 정신질환이며 100명 중 한 명이 조현병 초기 증상 이상을 보이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조현병 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은 우려된다. 통계적으로 봐도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범죄율은 일반인들보다 오히려 낮다. 전체 범죄자 중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0.3~0.4%로 매년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통계적으로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이 높지 않다는 것이 조사됐다. 미국심리학회에 따르면 정신병 관련 범죄 중 조현병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의 범죄가 대두되면서 자칫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조현병 환자들이 범행에 나설 경우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 사건에서 보듯이 환청이나 망상에 사로잡힌 충동적인 범죄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가령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묻지마 범죄’의 경우 그 원인이 정신질환(36%), 알코올·약물 중독(35%), 현실 불만(24%) 순으로 나왔다. 통계에서 보듯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범행 장소의 61.5%가 길거리나 공공장소였고, 피해자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당했다. 길을 가거나 운동하다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심지어 출근하던 지하철 안에서도 당할 수가 있다.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두르는 탓에 방어하기도 어렵다.

또한 대검찰청이 발간한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는 2006년 4889건에서 2015년 7016건으로 지난 10년 간 43% 늘었다. 한해 발생한 범죄도 2006년 182만 여 건에서 2015년 202만 여 건으로 10% 늘어났다. 이 수치는 보복운전 가해자를 ‘분노조절 장애’로 분류하면서 범죄 건수가 전체적으로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 가운데 살인이나 강도, 방화, 성폭력 등 흉악범죄 비율이 2006년 4%에서 2015년 11%로 늘어났다.

환청이나 망상 등의 증상으로 충동조절이 안 되는 정신 질환인 조현병. 이 병을 앓고 있는 일부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감정 조절을 못하거나 증상이 악화될 경우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인 피해의식이나 과대망상 등에 사로잡혀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드라마 주인공 조인성이 극 중 조현병 환자로 분해 침상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괜찮아 사랑이야' 드라마 캡처)

최근 발생했던 범죄자들은 하나같이 본인이 조현병이라고 한목소리를 냈고, 실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조현병 환자는 지난해 기준, 국내에 11만 명 이상일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1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내 조현병 유병률(1년 유병률)은 0.2%, 6만3361명(추정)으로 조사됐다.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5102명를 대상으로 설문 및 방문 조사와 건강보험진료기록을 토대로 산출한 결과다.

여기에 집계가 어려운 의료기관 및 요양시설과 부랑아수용시설 등의 조현병 입원환자를 더할 경우 총 11만3000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실제 환자는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 효과로 질환을 앓더라도 병원을 찾지 않고 숨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조현병 환자들은 자신들이 환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치료를 제때 받고 있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명수 대한조현병학회 홍보이사는 “환자들이 자신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을 수 있는 병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못해 이러한 충동적인 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조현병의 명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의학계에선 조현병 환자들의 경우 충동 조절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치료하지 않은 환자는 흔히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며, 자살 시도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약물치료와 정신과적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현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명수 대한조현병학회 홍보이사. (사진=이명수 대한조현병학회 홍보이사 제공)

의료계 “조현병, 치료하면 완치 가능한 병”

조현병 환자들의 계속 이어지고 있는 범죄에 대해서 잠재적 범죄라고 바라보는 시민단체와는 달리 의료계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의료계는 조현병 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전했다.

이명수 홍보이사는 “조현병의 초기 증상은 본인도 모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보통 어떤 계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유전 등 여러 원인이 있다”며 “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한 병이다”고 말했다.

연구에 의하면 정신분열증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정신질환을 겪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조현병 발병률은 1%인데 부모나 형제 중 정신분열증이 있는 경우에는 10%로 올라가며 양쪽 부모가 다 조현병이 있을 경우엔 40%까지 올라간다.

국내에서는 71만명이 조현병 증상을 경험하는데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사람은 절반도 안된다.

조현병학회 홍보 이사는 “치료를 받지 않는 점이 문제다”라며 “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약물도 개발 중이다”고 설명했다.

조현병 환자의 원활한 사회 복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효과적인 증상 조절과 재발 방지를 위한 꾸준한 약물 치료다. 조현병 환자를 돕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더라도 환자의 증상조절이 되지 않아 재발이 반복된다면 사회 복귀 가능성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는 질병 특성상 약 복용을 쉽게 잊을 수 있고 자신의 질병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환자가 매일 약을 챙겨 복용하기란 쉽지 않다. 다수 연구에서는 외래 통원치료를 받는 조현병 환자 중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환자를 50% 미만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환자의 자의적 복약 중단은 조현병 증상이 재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개발된 것이 장기지속형 치료제다. 장기지속형 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복약 순응도가 높아져 증상 재발 방지는 물론 질환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 사회 복귀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한 달 10만 원 이상의 비용 때문에 의료급여를 받는 조현병 환자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또한 한일장신대 김충렬박사는 “조현병은 다른증상보다 치료가 훨씬 어렵고 재발이 쉬운 병이지만 가족들과 사회의 재활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호전될수있는 병”이라고 했다.

이어 “가족과 부모의 관심과 효과적인 대화법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과의사회, 신경정신의학회, 조현병학회 등 전문가 단체들도 정부가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채 정신질환 환자들에게 낙인을 찍으려 한다며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세계보건기구(WHO)도 환자 인권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부 조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환자들을 강제 입원시킬 것이 아니라 낙후된 정신질환 치료환경을 개선해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수정 범죄심리학자 경기대학교 교수는 이어 “조현병 환자들은 시신을 이렇게 치밀하게 은폐하지 않는다”며 “단순히 정신분열로 판단하고 강제입원 시키려고 하는 것은 섣부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5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발생 후 정부는 제 2의 강남역 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여성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없는 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조치 및 행정입원 요청 방안, 보호수용제도 도입 추진 방안 등 중증 정신질환자 조기 발굴 체계 마련뿐 아니라 강력한 환자 관리 방안이 포함됐다.

  • 우승민 기자  dntmdals00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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