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TF “공정위 실체적·절차적 문제 있었다”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공정거리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의결 당시 사건 처리에 실체적·절차적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외압 의혹에 대한 해명이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등에 대한 사안은 빠져 ‘반쪽 사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19일 공정거래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TF’는 지난 2012년~2016년에 공정위가 처리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과정을 조사하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8월 SK케미칼·애경산업의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 제품의 기만적 표시·광고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제품의 인체 위해성 여부가 최종 확인된 이후 위법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판단 불가’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공정위 사무처는 내부적으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각각 250억원과 81억원 한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전 대표이사 등을 형사고발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까지 작성했지만, 최종 결론은 뒤집혔다. 결국 각 기업에 적용된 기망표시광고죄는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왜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까. TF는 “환경부가 가습기메이트 단독사용자 2명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추가 인정한 사실 등 중요사실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며 “심의절차 종료 결정의 근거였던 환경부 연구의 내용과 의미에 관해서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의절차 종료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TF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공정위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원회의가 아닌 소회의에서 처리했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위원장·부위원장과 3명의 상임위원, 4명의 비상임위원 등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의결 정족수 중 과반수가 찬성해야 의결된다.

다만 사건 중요도가 덜한 경우에는 상임·비상임위원 3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에서 다뤄진다. 그런데 소회의는 대면회의가 아닌 ‘유선 통화’로 진행돼 환경부 연구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TF 팀장으로 참여한 권오승 서울대 명예교수는 “전원회의가 아닌 소회의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한 것은 국민 안전과 관련한 이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적절치 않다”고 했다. 

실체적 측면에서의 과실도 조목조목 짚었다. TF는 △미국 환경청이 제품 주성분인 CMIT/MIT 독성을 인정한 점 △해당 제품의 안전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점 △결과적으로 소비자 중 폐손상으로 사망한 피해자가 발생한 점 등을 들어 표시ㆍ광고법상 부당한 기만적 표시ㆍ광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TF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이 사건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인체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법성 판단을 유보했다”며 “이는 해당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날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조직의 대표로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보고서 발표를 시발점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를 주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위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재조사를 통해 조속히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공정위 전원회의의 판단에 따라서 추가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들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떄까지는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조사해 애경과 SK케미칼을 고발하는 안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애경과 SK케미칼에 대한 제재 수위는 조만간 최종 판가름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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