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2017년 재계는 어느 때보다 ‘수난’의 한 해를 보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굵직한 재계 인사들이 법정에 올랐고,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갑질 논란으로 여러 기업들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맞물린 한미 FTA 개정 협상 통보에 술렁이기도 했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격동의 시기를 보낸 재계의 2017년을 되짚어봤다.

 

① 국정농단 사태 ‘후폭풍’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제공)

지난해 하반기 가장 큰 이슈였던 국정농단 사건은 올해 재계에도 상당한 충격을 안겨줬다. 오랜 시간동안 재계를 대표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고, 사건에 연루된 기업들은 지금까지도 후폭풍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삼성과 롯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고,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 중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삼성 총수로는 처음으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롯데 신동빈 회장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검찰은 신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을 구형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신 회장은 앞서 경영비리 혐의로 징역 10년을 구형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단체였던 K스포츠·미르재단에 기부를 했던 기업들의 사명이 줄줄이 공개되며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이에 재계는 괜한 오해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이나 정부와의 소통이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② 中 사드보복, 매출 ‘직격탄’

중국의 사드 보복도 만만치 않았다. 올해 초 중국 당국은 국내 항공사들의 운항 신청을 거부하고 중국 국민들의 한국 단체 관광 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사드보복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 항공업계, 자동차업계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유통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면세업계의 실적이 급감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적자 298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마트 역시 중국 현지 지점이 영업정지를 당하며 매출이 급감, 결국 철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럼에도 올 연말까지 1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 피해도 심각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중국에 정기편을 띄우고 있어 승객이 없더라도 운행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자동차업계도 사드 보복에 휘청거렸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중국 판매량(42만9000대)이 전년 대비 47% 감소하는 등 매출이 급감했다. 중국 현지 공장 5곳 중 4곳이 부품 협력사의 납품 거부로 한때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다행히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작년 수준에는 한 참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중순 중국을 국빈방문하며 사드보복 철회의 공식화를 이끌어내, 유통·항공·자동차업계 등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③ ‘갑질 논란’ 가맹사업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

유통업계 가맹사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된 점도 올해 큰 화두 중 하나다. 지난 6월 임명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하도급기업, 가맹점주, 대리점 사업자 등 ‘을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천명, 가맹업종의 필수품목 공개를 추진하는 등 하도급 갑질을 손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스터피자, BBQ 등 여러 기업이 공정위 조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특히 피자, 치킨 등 프랜차이즈업계의 갑질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이 ‘치즈 통행세’ 논란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피자헛은 계약서에 없는 ‘어드민피’를 별도로 받다가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피자에땅은 본사가 가맹점주를 사찰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가맹점주들의 단체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정우현 MP그룹 전 회장. (사진=뉴시스 제공)
정우현 MP그룹 전 회장. (사진=뉴시스 제공)

치킨업계도 시끄러웠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가맹점주에게 기름을 강매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BBQ는 윤홍근 제너시스BBQ 그룹 회장이 가맹점을 상대로 폭언과 욕설을 했다는 갑질 논란이 있었다. 가맹점주는 윤 회장과 본사 임원진, 본사를 상대로 사기·가맹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④ 통신비 절감 대책, 이통업계 ‘휘청’

이동통신 요금제를 손본 것도 재계 이슈다. 결론적으로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서로 한발씩 물러서며 타협을 했지만 그 과정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절감’ 공약에 따라 이통사에 요금제 인하를 요구했지만, 이통사는 5G 투자명목으로 대통령의 공약인 기본료(1만1000원) 폐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정부는 정부는 한발 물러서 선택약정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 상향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할인율을 5%로 인상할 경우 내년 매출이 1조2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통사는 사업자의 경영자율권을 침해한다며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다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이통사는 결국 25% 상향안을 받아들였고, 9월부터 시행중이다.

통신비 인하를 위한 진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통사의 유통구조에 큰 변화를 몰고 올 보편요금제, 단말기 완전자급제, 분리공시제 도입 등의 과제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⑤ 내년 최저임금 7530원, 재계 고민 커지나

문재인 정부의 친 노동정책으로 인해 커지는 기업들의 고민도 올해 이슈에서 빠질 수 없다.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확정했다. 올해(6470원)보다 무려 16.4%에 오른 금액으로, 17년 만에 최대 인상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인 가구 노동자가 받게 되는 월급(209시간 기준)은 올해 보다 22만1540원 오르게 된다. 

반면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편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폐업하는 곳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18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 상승에 대해 중소기업은 ‘고용축소’로, 대기업은 ‘무인화·자동화 등 자본투입 확대’로 대응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 대상으로 노동자 1인당 월 13만원씩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