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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법 우스운 에어비앤비, 몸 사리는 공정위
약관법 우스운 에어비앤비, 몸 사리는 공정위
  • 김혜선 기자
  • 승인 2018.08.14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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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난 6월 남편과 함께 프랑스 파리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김모씨는 여행에서 돌아온 뒤 신용카드로 40만원이 추가로 결제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숙박을 늦게 예약해 차선책으로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해당 숙박 주인이 ‘물건이 망가졌다’며 김씨에 한화 96여만원을 청구했고 김씨가 에어비앤비 측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한 사이 보증금 상한 금액 40만원이 카드로 결제된 것.

(사진=김모씨 제공)
(사진=김모씨 제공)

뒤늦게 카드결제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에어비앤비 측에 분쟁조정 신청을 했지만 사측은 ‘물건을 부수지 않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집주인 편을 들었다. 억울함을 느낀 김씨는 ‘망가진 물건을 확인하고 싶다’며 사진 등 수리비 내역 증빙자료를 요청했지만 “호스트의 동의 없이는 증빙자료를 줄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만 돌아왔다.

집주인이 주장한 파손물품은 부엌 서랍장과 세탁기 문, 현관 자물쇠 등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본지와 주고받은 메일에서 “청구된 물품 중 세탁기는 사용한 적도 없다”며 “실제로 여행가서 일부러 부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목적을 가지고 평생에 꿈꾸는 신혼여행에서 그런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겠나”고 답답해했다.

김씨는 “숙소가 사진과 좀 다르고 청결하지 못해서 문제제기를 했다. 이후 3만여만원의 청소비와 에어비앤비 수수료를 환불받았는데, 집주인이 앙심을 품고 부당한 파손내역을 만들어서 신고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여행 뒤 본국으로 돌아온 후 김씨처럼 ‘수리비 청구서 폭탄’을 맞는 경우는 심심치않게 발생한다. 온라인에서는 에어비앤비 이용 후 집주인으로부터 부당한 수리비 청구를 받았다는 후기가 다수 올라와 있다. 그러나 집주인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는 대부분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에어비앤비의 ‘호스트 보증 이용약관’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는 집주인 보호를 명목으로 호스트 재산에 손실이 갈 경우 방문객에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문제는 에어비앤비 측의 판단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 분쟁이 일어나면 이용자에게도 해당 내용이 통지되고 양측의 소명자료를 받지만 집주인이 악의를 품고 자료를 조작할 경우 실제 물품이 파손됐는지 등을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다.

결제 동의 절차도 소비자에 불리한 구조다. 김씨의 경우 자주 사용하지 않는 이메일 주소로 에어비앤비에 등록했고, 분쟁이 일어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추가 결제가 이뤄졌다. 김씨는 “에어비앤비에서 결제에대한 ‘비동의’가 없는 이유로 결제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약관법 우스운 에어비앤비

그나마 소비자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에어비앤비의 이용약관을 잘 숙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에어비앤비의 이용약관은 모두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안내되고 있다. 사실상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이 제대로 안내되지 않아 피해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 약관법 제3조는 '사업자는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글로 작성하고, 표준화ㆍ체계화된 용어를 사용하며,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부호, 색채, 굵고 큰 문자 등으로 명확하게 표시하여 알아보기 쉽게 약관을 작성하여야 한다'고 의무를 지우고 있다. 이에 에어비앤비의 영어약관이 약관법 위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단의 일부를 제외하고 전부 영어로 기재돼 있는 에어비앤비 약관. (사진=에어비앤비)
상단의 일부를 제외하고 전부 영어로 기재돼 있는 에어비앤비 약관. (사진=에어비앤비)

이에 대해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약관이 다소 변경돼 아직 한글약관 번역 되지 않았다. 번역 준비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의 약관은 4개월 전인 지난 4월 변경됐다. 지난 4개월 간 한글약관을 제공하지 않은 이유를 물으니 이 관계자는 “확인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소비자에 불리한 분쟁조정에 대해서도 “사측은 제 3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최대한 양측 이야기를 다 들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알지는 못하지만 해당 피해건은 게스트 주장만 들은 것이 아니냐”고도 덧붙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 관계자는 에어비앤비의 약관법 위반 소지에 대해 “확답을 주기 어렵다”며 충분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해당 건(한글약관 미비)은 특이한 케이스이긴 하다. 공정위는 약관의 불공정한 내용을 심사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소비자단체나 불리한 약관에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신고로 불공정약관을 들여다보는 것이 주 업무이고, 한글약관 미비 등 약관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자주 다루지 않는 건'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에어비앤비가 소비자에 불리한 약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약관을 자세히 봐야지 알 수 있다. 해당 피해 건은 소비자보호원 등을 통해 분쟁을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만 답했다.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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