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경찰 지휘부가 위험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농성자들을 과잉 진압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 개의 문'의 한 장면 (사진=영화 '두 개의 문' 스틸 컷)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 개의 문'의 한 장면 (사진=영화 '두 개의 문' 스틸 컷)

5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일명 '용산참사' 사건에 대해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용산참사는 지난 2009년 1월 서울 용산구 남일당 빌딩에서 철거민 32명이 재개발에 반대하며 농성을 시작하자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가 이들을 무리하게 진압한 사건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농성을 시작한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조사위는 당시 경찰 지휘부가 농성자들이 모인 곳에 위험물이 있는 것을 알고도 안전조치 없이 특공대원들을 두 차례 투입해 진압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특공대 제대장이 위험 가능성을 인지하고 작전 연기를 요청했지만, 경찰 지휘부는 '겁을 먹었냐'며 제대장의 요구를 묵살하기도 했다.

조사위는 "작전 계획상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1차 진입 후 화재 발생 위험이 커졌다"면서 "경찰 지휘부는 작전 일시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지휘부는 또 참사 발생 후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지시사항이라며 전국 사이버 수사요원 9백 명을 동원해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

경찰을 비판하는 글에 하루에 5건 이상의 반박글을 올리고, 온라인 여론 조사에도 참여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경찰 지휘부가 검찰에 기소될 위기에 처할 만큼 사건이 심각해지자 여론 물타기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위는 이 같은 조사 내용을 발표하면서 숨진 경찰특공대원과 철거민에 대한 사죄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또 경찰이 철거업체의 폭행이나 방화 등을 묵인한 점과 유족에게 부검 경과 등을 알리지 않은 점 등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용산참사 피해자 및 유족들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실질적 책임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석기 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반드시 구속돼야 한다"며 "진상조사위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어 한계가 있으니 반드시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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