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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잔혹史④] 보수정권에 초토화...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자 "노래 하고파"
[노동잔혹史④] 보수정권에 초토화...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자 "노래 하고파"
  • 이별님 기자
  • 승인 2018.10.28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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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때 오페라합창단 해체...단원 42명 해고
-현 정부도 해결 의지 없어..."노래하고 싶다"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10년 동안 싸우는 이유는 단 하나. 제대로 된 오페라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어서입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문대균 지부장. (사진=이별님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문대균 지부장. (사진=이별님 기자)

오페라는 관현악단 반주와 성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연극의 한 종류다. 시와 음악, 미술, 무용 등 모든 장르가 합쳐진 종합예술이다. 오페라를 모르는 이들은 극의 주인공을 중점적으로 보기 쉽다. 하지만 오페라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는 바로 '합창'이다.

실제로 수많은 오페라 작품 중 합창이 없는 극은 극히 드물다. 소규모 오페라 일부만 합창이 없을 뿐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큰 규모 작품 중에서는 합창이 없는 극을 찾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국립오페라단에는 오페라 합창을 전담하는 '오페라합창단'이 따로 있다.

단 예외는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 국립오페라단은 현재 오페라합창단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지난 2008년 말까지만 해도 오페라단 산하에 '국립오페라합창단'이 있었다. 합창단 40명과 지휘자 1명, 반주자 1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권 당시 유인촌 초대 문화체육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국립오페라합창단은 해체 길에 접어들었다. 이 때문에 40명이 넘는 단원들은 오페라를 빛내는 주역에서 사실상 '해고자' 신세가 됐다.

해고된 단원 42명 중 3명은 2009년 1월 초부터 복직 투쟁을 시작해 10년째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해고가 부당하고 주장한다. '그저 음악과 무대를 사랑했다'는 단원들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본지는 지난 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문대균 지부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저는 2007년 오디션을 보고 국립오페라합창단에 입단했다. 합창단원으로 활동할 당시 모든 오페라 공연 합창에 참여했다. 1년에 7·80회 정도 공연이 있었다. 대규모 정기 공연은 4·5회 정도 있었다. 당시 나라에서는 서울 경기권 이외 지역민들도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했는데, 이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도 많은 공연을 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의 창단과 해체 과정은 어떻게 되나.

과거에는 국립오페라단과 국립합창단이 국립극장 안에 있었다. 이때는 오페라단이 공연할 때 합창단이 합창을 맡아줬다. 하지만 2000년 오페라단과 합창단이 따로 법인화되면서 각자의 스케줄이 너무 많아졌고, 오페라단과 합창단의 협업이 어렵게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2년 정은숙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오페라단 산하에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창단했다.

그러다가 2008년 이명박 정권이 탄생하고, 유인촌 장관이 임명되면서 문체부 밑에 있는 국립오페라단도 단장이 교체됐다. 정 단장이 물러나고 이소영 신임 단장이 부임했는데, 이 단장이 부임하자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없앤다'라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불안해서 그해 12월경 노조를 만들었다. 이후 이 단장은 2009년 1월경 노조와의 면담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을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문서상 합창단이 해체된 것은 그해 3월인데, 2009년 1월부터 실질적으로 해체된 것과 다름없다.

지난 2009년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반대 시위를 벌이는 단원들. (사진=뉴시스)
지난 2009년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반대 시위를 벌이는 단원들. (사진=뉴시스)

-국립오페라합창단이 해체된 이유가 무엇인가.

이 단장은 문체부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을 해체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체부 사람들은 그런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나중에 이 단장 측근을 만나서 들어보니 유 장관이 국립오페라합창단의 해체를 지시했다고 그러더라.

해체 당시 문체부가 내세운 첫 번째 해체 이유는 우리가 불법적인 단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립오페라합창단은 2002년 창단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지 못한 채 출발했다. 정 단장은 국립오페라합창단도 국립오페라단이나 국립합창단처럼 상임화하고 싶어 하셨지만, 당장 공연 일정도 빠듯하니 일단 만들고 추후 승인을 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행자부와 재경부의 승인을 받는 과정은 무척 어려웠고, 결국 이 상태로 7년간 운영됐다. 이게 문체부가 말하는 '불법적인 단체'라는 거다.

문체부가 내세운 두 번째 이유는 사업비가 모자란다는 것이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이 상임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인건비는 지원받지 못했다. 그래서 단원들 임금을 사업비에서 떼어다 썼다. 이를 두고 문체부는 인건비 때문에 사업비가 모자란다고 말한 것이다. 이를 반박하자면, 국립오페라단의 예산은 2008년 42억에서 2009년 50억으로 올랐다. 2011년에는 거의 100억 가까이 증가했다. 그간 국립오페라합창단 40여명의 1년 유지비용은 3억 정도다. 

-문체부가 국립오페라합창단의 운영 방식을 몰랐나.

문체부는 다 알고 있었다. 정 단장이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창단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재단법인 운영상 합창단이나 그 외의 필요 부서가 있다면 단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서 운영할 수 있다. 국립오페라단의 상급 단체인 문체부는 매년 국립오페라단의 감사를 하면서도 합창단에 대한 어떤 언급이나 제재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문체부 주관 '국립오페라합창단 공연과 행사'여러 차례 시행하도록 했다. 이는 문체부가 국립오페라합창단의 존재를 전적으로 인정했다는 뜻한다.

억울한 점은 우리 단원들은 임금이 사업비에서 나가는 사실을 당시에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 단원들은 70만 원 수준의 적은 임금을 받았다. 적은 돈을 받더라도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게 좋아서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새 단장이 부임하더니 "너희는 불법적인 단체다", "사업비를 인건비로 운영했다" 이렇게 말하더라. 억울하다. 저희가 운영한 게 아니지 않나!

-해체 이후 해고된 단원들이 복직 투쟁을 이어갔다는데, 어떤 활동을 했는가.

우리 단원들은 2009년 1월부터 복직 투쟁을 시작했다. 당시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돼서 음악계와 정치권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문제가 커지자 문체부에서도 저희에게 문체부 예산을 받는 사단 법인 오페라 전문 합창단을 3년 안에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면서 문체부 측은 3년이란 시간이 너무 길다며 '나라오페라합창단'에 입단하라고 했다. 나라오페라합창단은 이명박 정부가 진행한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창단됐다. 국립오페라단에 다시 오페라합창단을 재창단 하는 것은 자기네들의 잘못을 인정하게 되는 꼴이니까 부랴부랴 나라오페라합창단이란 임시 단체를 만든 것 같다.

무대에서 노래만 하던 단원들은 장기적인 거리 투쟁에 익숙하지 못했다. 뭔가 찜찜했지만, 어디라도 빨리 들어가서 노래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단원들은 2009년 6월 나라오페라합창단에 들어갔다.

지난 1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지부가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자들을 복직하라고 문체부를 규탄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1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지부가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자들을 복직하라고 문체부를 규탄했다. (사진=뉴시스)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재창단 하는 대신 임시 오페라합창단을 만들었다는 얘긴가. 여기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나라오페라합창단이 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당시 일자리 창출 사업의 유지 기간은 3년이다. 이곳에서 활동한지 2년이 지나면서 유인촌 장관이 경질됐다. 그러자 문체부 측은 우리에게 "새 오페라합창단을 창단해주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일자리 창출사업 기간인 3년이니 나머지 1년만 단원들의 고용을 책임지겠다"고 말을 바꿨다.

문체부 측은 남은 고용 기간 1년을 책임지겠다면서도 단원들에게 '확약서'를 내밀었다. 확약서에는 '1년간 나라오페라합창단을 유지한다. 합창단이 해체된 후 어떠한 법적 행동도 하지 말 것'이란 내용이 담겨있었다. 당시 노조 지부장이었던 저는 이 같은 불법적인 확약서를 받아드릴 수 없었다. 우리 단원들이 원하는 건 국립오페라합창단 재창단과 복직이지 임시 오페라합창단에서 1년 하고 그만두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시 거리로 나왔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진 단원들의 이탈이 있었다.

-나라오페라합창단에서 나온 이후의 상황은 어떠했나.

나라오페라합창단을 박차고 투쟁을 이어가다 새 대통령이 당선됐다. 2013년 유진룡 문체부 장관이 재임하자 상황은 바뀌었다. 상당히 깨어있는 분이라고 알려진 유 장관은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했고, 본인 임기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과 유 장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 단원들에게 '국립합창단'에 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다만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 정단원이 아닌 준단원 신분으로 들어간 후 1년 뒤 정단원으로 승격해주겠다고 했다. 단원들은 국립오페라합창단 재창단이 우선이라며 제안을 거부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이 "유 장관의 문제 해결 의지가 확고하다"며 우리 단원들에게 제안 수용을 요청했고, 우리는 국립합창단에 준단원으로 들어가게 됐다.

그런데 1년이 지나자 문제가 생겼다. 유 장관이 2014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한테 찍혀 면직된 것이다. 그가 경질되자 문체부 측은 유 장관의 약속을 모른척 했다. 약속대로라면 1년 후 정단원이 돼야 하는데 지켜지지 않았다. 정식 오페라합창단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도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는 2015년 12월 31일까지 국립합창단 준단원으로서의 계약이 끝난 후 지금까지 계속 싸우고 있다.

-오페라 전문 합창단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계속 지켜지지 않았다. 국립오페라단에서는 애로 사항이 없었나.

국립오페라합창단이 있었을 때와 없었을 때 공연의 수준 차이는 분명히 크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립오페라단은 국립합창단이나 개인이 만든 합창단과 함께 공연한다고 들었다. 국립오페라단 산하 합창단과 공연을 하는 것과 외부 합창단과 공연을 하는 것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일반 합창단과 달리 악보를 보고 합창하는 게 아니라 악보를 외우고 노래한다. 심지어 연기 연습도 한다. 오페라는 상호간의 호흡이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이 7년간 지속했는데, 배우들과 호흡이 안 맞을 수가 없었다. 연습량도 어마어마하다. 외부 합창단과 협업하면 연습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니 공연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오페라 '카르멘'의 한 장면. (사진=뉴시스)
오페라 '카르멘'의 한 장면. (사진=뉴시스)

-정권이 교체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 이전 정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바뀐 것은 없다. 10년 동안 대통령이 2번이나 바뀌었는데, 문체부는 정말 하나도 안 바뀌었다. 우리 문제를 다루는 담당자들은 계속 바뀌었지만 '기조'가 안 바뀌었다. 어떻게 이렇게 일관되는지 너무 의아하다. 흔히 '관피아'라고 하는데,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 정권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우리와 면담 한번을 안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장관들도 면담만큼은 했다. (도 장관에게) 면담 신청을 엄청나게 했는데, 계속 안 해준다. 잠깐의 시간이라도 내달라고 했는데, 단 한 번도 면담 신청은 안 받아줬다. 소통이 하나도 안 되고 있다. 현 정부에 정말 실망했다.

대한민국이 삼권 분립이 되어있긴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바탕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야당인 시절 소속 의원들이 우리를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그런데 현 정권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과거 저희를 도와준 민주당의 행위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마어마한 기대를 갖고 출범한 정권인 만큼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

-10년간 복직 투쟁을 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다.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오랫동안 싸워오면서 많은 단원이 경제적인 이유로 복직을 포기했다. 42명의 단원 중 현재 3명만이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교회에서 성가대 등으로 활동하며 받은 사례비나 노조에 속하다 보니 집회 현장에서 공연하고 받은 사례비 등으로 연명하고 있다. 역시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다.

두 번째는 바뀌는 게 없다는 게 힘들다. 촛불 정권이 들어서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멘붕' 상태다. 극단적인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예술인들은 긍정적인 마인드가 강한데 이런 생각까지 하는 것은 정말 드물다. 정신과 치료라도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현재 복직 투쟁을 이어가는 해고 단원들이 바람은 무엇인가.

10년 동안 국립오페라합창단 재창단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재창단이 과정도 복잡하고,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오랜 기간 투쟁하다 보니 현장으로 복귀하는 게 너무 절실하다. 국립오페라단이든 국립합창단이든 어디에서라도 소속돼 노래하고 싶다. 우리가 10년 동안 싸운 이유도 단 하나다. 노래하고 싶어서다. 제대로 된 무대에서 제대로 된 공연을 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합창단에 소속되더라도 국립오페라합창단 재창단 요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문체부가 저희한테 했던 약속이니 저희는 약속을 지키라고 말할 거다. 문화·예술의 발전으로 보나 시대적 사명으로 보나 '국립오페라합창단'이 재창단 되고, 해고 단원들이 복직하는 게 옳으니까 말이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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