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롯데그룹의 대대적인 임원 인사가 단행됐다.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변화의 폭이 컸던 만큼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도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맞았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롯데케미칼을 ‘글로벌 화학사’로 키워 그룹의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게끔 할 계획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임병연 신임 대표이사의 어깨 역시 무거워질 전망이다.

임병연 롯데케미칼 신임대표. (사진=롯데그룹)
임병연 롯데케미칼 신임대표. (사진=롯데그룹)

롯데그룹은 19일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케미칼 김교현 사장을 그룹 내 화학 사업부문(BU)장으로 선임하고, 임병연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을 롯데케미칼 신임대표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임병연 신임 대표이사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9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신규 사업과 기획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롯데정책본부 국제실, 롯데미래전략센터장, 정책본부 비전전략실장을 두루 거쳤다. 특히 2017년부터는 재무혁신실과 함께 그룹 계열사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투자 전략 등을 컨설팅하고 관리하는 핵심역할을 하는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을 맡아왔다. 

이번 인사를 통해 다시 ‘전공’인 화학분야로 돌아간 그는 그룹 내 이익의 54%를 책임지고 있는 롯데케미칼을 맡게됐다. 최근 롯데그룹은 향후 5년간 50조원의 투자 중 40%(20조원)을 화학·건설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롯데케미칼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향후 업황개선과 투자효과가 맞물리면 연간 영업이익 3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만큼 임 신임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도 많다. 

가장 큰 과제는 롯데케미칼의 글로벌 사업 영역 확장과 해외안착을 안정화 시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약 3조원이 투자된 미국 루이지애나 에탄크래커(ECC) 완공을 내년 1분기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해당 공장을 통해 연간 100만톤의 에틸렌과 70만톤의 에틸렌글리콜(EG)를 생산, 1조원 수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반텐주에 대규모 유화단지 조성을 위해 4조원을 투입할 계획으로, 이를 통해 글로벌 10대 화학사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해외사업의 결과가 도약의 중요한 열쇠인 셈이다. 

최근 화학시황 악화로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주춤하고 있는 점도 중요하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까지 1조8670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2조2133억원)과 비교해 15.6% 줄어든 수치로, 둔화 조짐을 보이는 업황 대응과 실적 방어 역시 임 신임대표가 안고 가야할 숙제다. 

롯데케미칼을 둘러싼 불리한 이슈 역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국내외 환경·안전사고로 7건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대기오염물질이 새나가는 배출 시설을 방치해 과태료를 물었고, 지난 5월에는 공유 수면 특정 수질 위해 물질을 누출하다 적발돼 벌금을 부과받았다. 특히 롯데케미칼이 동남아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계열사 ‘롯데케미칼 타이탄’은 폐수방류로 과태료를 납부하고 관련시설을 정비하라는 지적을 받았고, 말레이시아 증시 상장 과정에서 고시위반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화재·누출사고도 잇따랐다. 지난 1월에는 대산 BTX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5톤 가량 누출되는 큰 사고가 발생했고, 4월에는 화재가 발생했다. 5월에는 여수공장에서 화학물질 재료가 불완전 연소로 인한 기계 오작동으로 인해 검은 연기가 발생해 이슈가 됐고, 10월에는 울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노조 탄압 이슈도 있었다.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노동조합의 노조 탄압과 인권 탄압을 중단시켜 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을 작성한 정영호 롯데케미칼 노동조합 위원장은 “사측이 본인 동의 없이 근무형태를 변경하고, 집행부 형성을 방해한 것은 물론 노조원 탈퇴를 종용하는 등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업계는 롯데케미칼의 이 같은 불리한 이슈는 ‘부실경영’이라는 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화학사로서의 도약을 위해 외형 확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부문제 역시 꼼꼼히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라는 의미다. 회사 안팎으로 챙겨야할 여러 과제들에 당면한 임병연 신임대표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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