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대표 시론] 치열한 수능경쟁..꼭 대학이 성공의 길일까?
[이인권 대표 시론] 치열한 수능경쟁..꼭 대학이 성공의 길일까?
  • 이인권
  • 승인 2019.11.14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2020학년도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이 전국 86개 시험지구 1185개 시험장에서 실시되는 14일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능한파가 찾아왔다.

추위는 그동안 갈고닦아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야하는 수험생들과 혼신의 뒷바라지를 다해온 학부모들의 마음을 더욱 아리게 하는 것 같다.

그 이면에서 서로가 치열하게 경쟁해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기 위해서랄까. 마치 천기가 알기라도 하듯이 빠짐없이 수능한파가 찾아오고는 한다. 하기야 한국사회의 대학진학을 위한 학구열은 단연 세계 최고다.

물론 인간의 배움에 대한 욕구는 거의 본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문명에 뒤쳐진 오지인들 조차도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겠다는 의지와 열정만큼은 한결같다. 그래서 만물의 영장인 사람을 가리켜 호모 아카데미쿠스 곧 ‘공부하는 인간’이라고 했는가 싶다. 어찌 보면 배움이란 인간만이 가진 특권일 수가 있다.

이 배움이 한국사회에서는 반듯이 대학을 가야만 된다는 등식이 되어 있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우리보다 더 선진화 되고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은 대학진학에 그렇게 연연해하지 않는다. 우리는 왜 이렇게 대학입시에 매진하는 것일까. 진정한 배움이 대학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텐데도 말이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80%에 가깝다. 이에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진학률은 41%, 일본 37%, 독일 28%, 미국이 21%라고 한다. 이 수치를 보면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

반면 이렇게 높은 진학률에 비해 한국의 대학 졸업자의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인력수급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또 이러한 현상은 한국사회에 사교육의 빈부격차, 학군 중심 부동산투기, 산업인력의 편중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대학을 가겠다고, 그것도 소수의 특정 대학을 가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학비 부담도 만만치 않은 현실에 대학입시가 취업의 보장도 인생의 행복을 무조건 보장하는 것도 아닌 데도 말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 졸업자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매년 최소 20% 이상의 잠재적 경제성장률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당연히 대졸 인력의 공급 과잉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대입에 매달리게 되는 것은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 풍토 때문이다. 대학을, 특히 최고 대학을 나와야 사회 진출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획일화된 사회문화체계에서 비롯됐다. 이런 현상은 한국이 과거 압축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인재가 절실했던 단순 구조의 사회에서 배태된 엘리트 선호 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소수의 특정 엘리트 집단이 사회를 건설하는데 기여를 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의 융합 역량이 필요한 시대가 되어있다.

사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학진학률이 30%대 미만이었다. 하지만 1995년 대학 설립이 자유화되고, 1996년도에 수능제도가 도입되며 대학은 누구나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풍조가 생겨났다. 이때부터 대졸자가 양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사회의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정부가 입시 제도를 아무리 개선하다고 해도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조국사태를 계기로 입시제도를 수시보다 정시 비율을 대폭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되면 그 이전의 8학군 병폐가 다시 고개를 들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제는 근본적으로 막연히 비싼 비용을 들여 대학을 가는 것보다 일찍부터 자기 소질을 살려 실용적인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국민적 각성이 되도록 하는 혁신정책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학위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적 기량이 중요해지는 신산업시대다.

그런데도 아직 한국사회는 과거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타임 워프(time warp)'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과거의 단순 산업사회에서 지금 복합 첨단사회로 격변해 있는데도 정부나 관료사회의 고위직들은 특정 유수대학 출신이 독점을 하고 있다. 또 사회 전반적으로 학벌이 중시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교육개혁은 입시제도만 바꾸는 것으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원천적으로 모두가 대학을 가지 않아도 수평적으로 합당하게 인정을 받고 기회가 부여되는 사회문화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교육제도를 수시로 바꿔보지만 대입에 얽매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혼란만 부추길 따름이다.

범사회적으로 학벌 위주에서 탈피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며 공정한 사회이다. 학벌로 재단되는 계열적 사회는 공정의 가치가 정착될 수가 없다. 그래서 순리적으로 대학진학률을 낮추도록 해야 하며 무엇보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품격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7억 명 고객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을 일군 중국 알리바바의 창업자 잭 마 회장이 있다. 그는 직업과 삶에서 성공하는 비법을 ‘최고가 되려하지 말고, 첫 번째가 되려고 하라‘고 했다. 그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보다 자신만의 독특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도전은 곧 기회가 될 것이며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나아가라‘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개성 강한 호화 학벌보다 창의적이고 협동심 강한 사람이 될 것을 요구했다. 그의 성공에서 학벌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학벌이 미흡한 인력들을 중용해 세계적 기업을 이룩한 것이다.

학벌주의는 분명 과거의 획일화된 방식이다. 미래의 패러다임은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인재가 도전을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세상이다. 과거가 지식 중심의 사회였다면 미래는 ‘지혜기반사회(wisdom-based society)'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감성과 지혜가 키워드가 될 4차 산업의 미래시대를 이끌어가야 할 젊은이들이 치열한 대입 경쟁을 거쳐 과거 방식의 지식과 서열의 학벌에 매달려 있어야만 할 것인가?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칼럼니스트 · 문화커뮤니케이터

이인권 leeingweon@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