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국회 정보위원장을 자택으로 불러내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를 내라는 요구를 수십차례 한 것으로 알려져 외교 결례 논란이 일고 있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뉴시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뉴시스)

19일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관저로 불러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를 내라는 요구만 20번 정도를 반복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해리스 대사의 초청을 받아 주한 미군 대사관저에서 30분간 대화를 나눈 바 있다. 그는 “인사 나누는 자리로 알고 가볍게 갔는데 서론도 없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를 내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 제 느낌에 20번은 되지 않았나 싶다”면서 “제가 무리하다고 말하면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얘기도 해봤지만 (해리스 대사가) 다시 방위비 얘기를 꺼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수십년간 많은 대사를 뵀지만 (이런 경우는) 저로서는 처음”이라며 언짡은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기분이 나빴느냐’는 질문에는 “직설적인 화법이어서 좀 당황하고 놀랐지만 (해리스 대사가) 평생 군인만 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이해하게 됐다”면서도 “(기분이 나빴는지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해리스 대사 입장은) 우리가 내야할 돈의 5분의 1밖에 안 낸 것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는 것”이라며 “주한미군이 주둔하면서 미국도 혜택을 보기 때문에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100% 우리가 내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미국 본토에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쏠 경우 우리나라에서 탐지하면 7초가 걸리지만, 미국 본토에서 탐지하면 15분이 걸린다”며 “더구나 우리가 낸 돈을 다 쓰지도 못하고 미국 측이 쌓아놓고 있다고 확인된 액수도 1조 3000억원이라는데, 설사 50억 달러를 우리가 내야 할 돈이라고 동의 한다고 하더라도 누가 1년 만에 5∼6배를 올리겠나”고 반문했다.

한편,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당초 이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3차 협상이 예정됐지만 1시간 만에 파행됐다. 미국은 올해 방위비 분담금의 5배에 달하는 50억 달러를 한국이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상 결렬에 대해 정은보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는 “미국 측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 대폭 증액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 측은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온 SMA 틀 안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협상이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에 기여하는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 될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은 “불행하기도 한국 측의 제안이 상호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을 요구하는 우리 측 입장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 우리는 한국 측이 재고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주기 위해 오늘 회의를 짧게 끝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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