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 공사가 11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직접 4·15 총선 출마 선언을 했다. 태 전 공사의 출마지는 ‘험지’인 수도권으로 점쳐진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15 총선 지역구 후보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15 총선 지역구 후보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태 전 공사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가 아니라 자유한국당의 지역구 후보로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출마 결심에 대해 “4년 전 여름 목숨 걸고 동토의 땅으로부터 대한민국으로 건너올 때 제가 꿈꾸던 것은 단지 자유뿐이었다”며 “왜 북녘 땅의 우리 형제자매들은 이런 소중한 자유를 함께 누릴 수 없는가. 대한민국 국민들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북한의 주민들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생활을 시작한 이후 북한 정권의 전략과 의도를 알리고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불행히도 현재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은 엉뚱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만 있어 큰 좌절감을 느꼈다”며 “내가 대한민국과 한민족공동체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북한 체제와 정권에 대한 이해와 경험과 예측 능력이었다. 남북한 통일 문제는 특정 정권이나 정파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대한민국에서 관찰한 것 중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진보세력은 통일주도세력이고 보수세력은 반통일세력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면서 “제가 오는 4월15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서고자 한 것은, 바로 이런 이분법적 사고 속에 서로 갈라져 끊임없이 반목하고 갈등하는 한국 사회가 통일을 향해 한 발짝 더 전진하는데 저의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서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제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북한체제와 정권의 유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한 내의 엘리트들, 세계 각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의 옛 동료들인 북한의 외교관들, 특히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 북한의 선량한 주민들 모두, 희망을 넘어 확신을 가질 것”이라며 “대한민국에는 제가 북한 인권과 북핵 문제의 증인이었듯이 북한에는 자유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북자 출신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자는 태 전 공사가 최초다.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는 선거 유세 동선 등이 공개되기 때문에 혹시 모르는 경호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현재 태 전 공사는 경찰 4명의 경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 전 공사는 자신의 경호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조치를 전적으로 믿고 신뢰하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외무성 부국장을 지낸 북한의 초 엘리트 출신이다. 그는 주영 북한 대사관에서 일하다가 지난 2016년 가족과 함께 대한민국으로 망명했다. 영국 대학에서 공부한 아들이 북한으로 소환될 처지에 놓이자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태 전 공사를 서울 지역에 공천할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공천 지역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강남 3구와 같이 비교적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에 공천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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