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호남 기반 3당의 ‘조건 없는’ 통합 논의가 하루 만에 멈춰 섰다. 바른미래당 내부와 대안신당 등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손 대표가 이를 명시적으로 거절하고 있기 때문.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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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손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후 “3당 통합을 하더라도 후에 세대교체 통합이 이뤄질 때까지 내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세대 통합을 위해서는 내가 대표 역할을 해야겠다”면서 “통합이 ‘당 대표 물러나라’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원래 우리 총선 목표는 정치 구조 개혁과 세대 교체를 오래 주장했다”며 “우리가 통합해서 호남 신당이 되면 망한다. 통합 과정이 단순한 이합집산이 아니고 기성 정치인 몇 사람이 편하게 하려는 통합이 되어선 안 된다. 세대교체 통합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손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면서 이날 오전 예정된 통합추진특별위원회 회의는 무기한 연기됐다. 당초 전날 박주선 바른미래당·유성엽 대안신당·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은 통추위 회의에서 오는 17일까지 ‘조건 없는 통합’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하루 만에 통합 논의가 지연되게 된 것. 특히 대안신당은 손학규·정동영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 대표의 경우 당내 퇴진 요구도 거세다. 이미 이달 초 손 대표를 제외한 당내 의원들은 ‘집단 탈당’을 결의하고, 실제 이찬열·김관영·김성식 등 지역구 의원 3명이 연쇄 탈당한 상황. 손 대표의 ‘호남 통합’ 카드에 김동철·박주선·주승용 의원 등 호남 기반 의원들은 탈당을 보류했지만, 손 대표의 사퇴 거부로 이들의 ‘2차 탈당’ 러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남은 바른미래당 의원은 17명으로, 이중 7명(지역구 1명·비례대표 6명)은 안철수계 의원에 속한다.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셀프 제명’ 과정을 거친 뒤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당(가칭)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가 버티기에 들어간 것은 호남 기반 정당들의 합당 필요성이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평화당이 합당하면 안철수계 의원 7명이 탈당해도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안철수계 의원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은 총 10명이고, 대안신당은 7명, 평화당은 4명이다. 이들이 합당하면 총 21석으로 원내교섭단체 20석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향후 총선에서도 ‘기호 3번’을 받을 수 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현행 국조보조금 규정에 따르면 지급액의 절반은 원내교섭단체들 간 균등배분한다. 100억 원의 보조금이 있다면 이중 50억원에 대해선 129석의 더불어민주당이든 21석의 호남계 통합 정당이든 3분의 1인 16억 6700만원씩을 받을 수 있는 것.

국가보조금은 오는 14일 경상보조금 110억 원이 지급되고, 3월 30일엔 선거보조금 440억 원이 지급된다. 경상보조금은 받지 못하더라도 호남 3당 통합이 3월 내 이뤄지면 선거보조금 100억원 가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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