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비자금·불륜… 털면 털수록 구린내 ‘풀풀’


  
[뉴스포스트= 노재웅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아들 노재헌(46) 씨와 신동방그룹 신명수 전 회장의 장녀 신정화(42) 씨가 이혼소송 중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홍콩과 한국 법원에서 동시에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다. 베일에 싸여있던 고위층 부부의 이혼인 만큼 세간의 관심이 각별하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들의 이혼을 놓고 온갖 추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선관위 디도스 물타기’라는 의견부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앞두고 양가의 재산관계 정리라는 관측까지 다양하다. 만남에서부터 21년만의 이별, 그리고 이혼소송을 둘러싼 여러가지 의혹들을 <뉴스포스트>에서 정리해봤다.
 

신정화 3월 홍콩서 이혼 소송 vs 노재헌 10월 한국서 맞소송
노재헌 ‘노태우비자금’ ‘외국부동산’ 감추기 위한 맞소송 꼼수?
위자료 1억원 “재산관계 정리위한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 


노재헌 씨와 신정화 씨는 1990년 6월 20일 결혼식을 올렸다.
신정화 씨의 친정인 신동방그룹은 당시 식용유만 고집해 온 전문기업으로,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정?재계 명망가 집안과의 혼맥으로 유명했다. 신정화 씨의 부친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부인은 송인상 동양나일론 회장의 차녀이고, 차남 여수씨 부인은 천병규 전 재무장관의 3녀, 3남 성수씨 부인은 재무차관과 서울신탁은행장을 지낸 남성진 씨의 딸이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아들과 신동방그룹의 장녀와의 결혼은 세간의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외아들-대기업 장녀
화려한 시작, 조용한 생활

노재헌 씨는 1988년 서울대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이듬해 미국 스탠포드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를 취득,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거쳐 뉴욕주 변호사가 됐다. 이후 세계 10위권의 다국적 로펌인 ‘화이트 앤 케이스(White & Case)’ 뉴욕 및 홍콩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홍콩에서 ‘렉스 라피스(Lex Lapis)’라는 컨설팅 업체를 직접 운영 했다. 또 친(親) 이명박 법조계 집단으로 유명한 법무법인 ‘바른’의 소속 변호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노씨가 대학 3학년 때 교내 서클에서 처음 만났다. 3년의 연애 끝에 1990년 5월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만찬식으로 약혼식을 올렸고, 같은 해 6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한때 정치에 뜻을 두었던 노씨의 총선 출마 꿈이 아버지의 구속으로 좌절되면서 두 사람은 미국과 홍콩 등으로 외국 생활을 이어갔다. 미국과 홍콩 생활 중 호화 콘도와 주택 등을 가까운 변호사나 소유 법인회사의 명의로 곳곳에 소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직 대통령 아들 부부답게 그들의 은밀한 외국 사생활은 대중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두 사람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도 결혼 이후 21년만인 최근에서다. 이혼 소송 중인 지금이 이들의 사생활 공개가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간혹 노재헌 씨의 근황이나 부동산 관련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긴 했으나 이 역시 자세한 내막까지 밝혀진 적은 없다.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싫어하는 유명인사급인 두사람이 갑자기 이혼소송을 제기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이혼 소송은 부인 신씨가 먼저 제기했다. 신씨는 올해 3월 말 홍콩 법원에 노씨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 분할, 양육권 청구 소송을 냈다. 신씨는 당시 소장에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신씨가 주장하는 노씨의 내연녀에 대해선 아직까지 밝혀진 바는 없다.

신씨가 홍콩에서 소송을 낸 건 이들 부부가 홍콩에서 오래 거주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유가 단지 그것뿐일까.

신씨의 홍콩 이혼 소송건을 두고 재산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 변호사는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상대 배우자가 외국에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분할하려면 애로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부부가 모두 한국 국적이라도 한쪽 배우자의 재산 중 상당 부분이 해외에 있는 경우에는 한국 법원에서 확정된 승소 판결을 바탕으로 외국에서 재산 가압류 등 분할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상대방이 협조해 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거부할 경우에는 다시 해외 법원에서 집행 판결을 받아내 강제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노씨의 소유 건물이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홍콩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올해 10월 남편 노씨가 한국에서 맞소송을 걸으면서 시작됐다.

노씨는 10월 17일 신씨를 상대로 이혼과 세 자녀 양육권, 위자료 1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냈다. 흥미로운 건 아내 신씨와 함께 재미교포 A씨에 대해서도 함께 위자료를 청구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노씨 측은 “이혼 소송에서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때 불륜 상대방에게도 함께 배상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노씨는 신씨와 재미교포 A씨가 내연관계로, 부인 신씨 역시 결혼 생활 중 외도를 해 가정이 파탄났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신씨 측은 정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신씨 측은 남편이 한국에서 맞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자신의 불륜 때문이 아닌, 재산공개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반박하고 있다. 신씨 측은 “홍콩 법원이 두 사람에게 각자 재산 내역을 공개하도록 명령해 내 쪽은 제출했다. 그러나 노씨가 내지 않아 10월 21일을 시한으로 못박자 이를 피하기 위해 국내에서 맞소송을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산분할 과정서 ‘노태우 비자금’
‘은닉 부동산’ 드러날지 관심

홍콩 법원의 판결이 노재헌 씨의 소유 부동산 공개여부와 관계있다면 한국 법원의 판결은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 실체여부와 관계있다.

1997년 노 전 대통령의 4,000억원대 비자금 사건이 터진 이후 검찰 수사에서 사돈인 신 전 회장이 비자금 230억여원을 맡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난 전력이 있다. 자칫하면 이들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또다른 비자금이 실체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아직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남편 노씨가 부인 신씨에게 먼저 일격을 당했다. 7일 신씨가 노씨 명의의 서울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와 비상장 주식에 대해 서울가정법원에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두 건 모두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는 노씨의 10월 이혼 소송이 있기 앞서 신씨가 3월과 9월 노씨 명의의 이촌동 아파트와 노씨가 대주주로 있는 I사(社)의 노씨 보유 주식에 대해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던 건이다.

신씨는 당시 6억원의 공탁보증 보험증권을 담보로 걸었다. 이는 홍콩과 서울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두 사람 사이의 이혼 소송 본안(재산 분할) 판결에 대비한 신씨 측의 노씨 측에 대한 자산 압류 목적의 조치로 해석된다.

신씨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노씨는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온 박보영 변호사까지 선임했지만, 법원이 신씨가 낸 두 건의 가처분 신청을 잇달아 받아들이며 실패로 끝났다.
이에 노씨는 이의신청과 제소명령을 함께 신청해 재산 분할 소송을 정식으로 다뤄줄 것을 법원에 청구했다.

두 사람의 이혼 전쟁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들의 이혼소송을 두고 온갖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선관위 디도스 사건’을 ‘물타기’하려는 정부의 꼼수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 10월 이혼소송을 낸 것이 2개월이 다 지난 지금 시점에서야 회자되고 있는 것에 대해 ‘물타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을 두고, 나꼼수 등에서 ‘DB서버를 끊은 것’이라거나 ‘로그기록을 공개하라’는 등 논란이 확산되다보니 사회적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현시점에서 이들의 이혼소송을 터트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국?내외로 대규모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이들이 겨우(?) 위자료 1억원을 청구했다는 점도 석연찮다고 지적한다.
한 네티즌은 "A양 비디오사건으로 물타기를 해보려 했다가 안되니까 이번엔 다른 전략 쓰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차라리 A양 비디오가 파급력 있을지도, 노태우 아들 이혼소송은 디도스 물타기로는 약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사생활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도…

노태우 전 대통령은 그동안 동생 재우 씨와 오랜 법정 다툼을 벌였으며, 현재는 산소 호흡기에 생명을 의존할 만큼 건강이 악화된 상태로 서울대병원에 입원중이다. 또 두 사람 슬하의 세 자녀 중 장녀는 현재 하버드대학 1학년에 재학중이며, 두 아들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온갖 로비와 비자금, 부동산이 연루되어있으며 가족들 역시 국?내외로 찢어져 있는 이들은 부득이한 경우 적나라한 사생활 공개까지 감수해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동안 의혹만 무성하던 노 전 대통령의 거액 비자금 실체가 먼저 드러날지 부부의 내연남?녀가 먼저 드러날지, 아니면 네티즌들의 의혹대로 ‘물타기’만 성공한 채 수면 아래로 잠잠해질지는 앞으로의 법원 판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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