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투자심리 위축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금리 인상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주가 사상 최대 이익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예대금리차 공시 이후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어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일 종가보다 0.81% 오른 4만 9600원, 신한지주는 3만 5850원(+0.99%), 하나금융지주는 3만 8800원(+1.97%), 우리금융지주는 1만 2050원(+0.42%)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전반적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KB금융 주가는 연중 최고점이었던 지난 2월 6만 5800원보다 24.6% 하락했고, 신한지주는 지난 5월 4만 3200원보다 17% 빠졌다. 

앞서 기준금리가 연 2.50%로 인상된 지난 25일 신한지주는 전일보다 1% 가까이 상승한 3만 6450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금융지주는 3만 9200원, 우리금융지주는 1만 2300원을 기록해 각각 0.9%, 0.8%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5만 300원에 거래를 마친 KB금융은 0.2% 하락했다. 

(사진=각 사)
(사진=각 사)

통상 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확대되고, 이자이익 증가를 통한 실적 개선 기대 등으로 금융주는 대표적인 금리 인상의 수혜주로 꼽혀왔다. 한국은행이 올 들어 사상 처음 네 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하고, 지난 26일(현지시간) 열린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파월 의장이 큰 폭의 금리인상 지속을 시사했음에도 금융주의 상승 폭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시장에선 경기 둔화로 인한 불안감과 정부의 빚 탕감 정책 및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점보다는 대손비용 등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금융지주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향후 경기 둔화 과정에서 펀더멘탈 및 불확실성은 있지만 주가 하락 폭이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시장에 형성되면서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확산됐다”며 “또 신규 대출금리의 상승 폭이 둔화하고 저원가성 예금이 정체되면서, 순이자마진이 하락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또한 예대금리차 공시로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올리자 시중 자금이 고금리 정기예금으로 이동하고 있다.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이탈에 조달 비용은 증가하지만 대출 금리는 올리기 어려워 은행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증권가는 당분간 좋은 흐름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며, 금융주의 목표가를 일제히 낮추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은행주는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기대감보다는 코스피 지수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로 저원가성 예금이 이탈한 데 이어 이달에도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와 은행 모두 체계적 대응 능력을 갖추지 못한 현 시점에선 금융주에 대한 보수적 접근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