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사상 초유 '서비스 중단 사태'
메신저‧교통‧금융‧메일 등 연동 서비스 장애
카카오, 지난 16일 비상대책위원회 결성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지난 주말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톡 메신저와 이를 기반으로 한 메일, 내비게이션, 택시 호출, 송금 및 결제, 음악, 웹툰 등 모든 서비스가 멈췄다.

카카오 먹통 사태 사흘째

지난 15일 카카오 서버가 있는 경기도 판교의 SK C&C센터(SK판교캠퍼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로 3만2000대의 서버가 모두 셧다운되며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T, 카카오맵, 카카오게임, 멜론, 다음‧카카오 메일 서비스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주말 동안 사실상 중단됐다.

특히 월간 사용자가 4천만 명에 달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10시간 가까이 전면 중단되며 이용자들이 크게 불편을 겪었다. 이는 2010년 카카오톡 출시 이후 12년 만의 최장기간 서비스 장애 사례다. 이용자 A씨는 “지난 토요일 저녁 사진과 대화 전송이 안 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일상 대화라 괜찮았지만 업무와 관련이 있었다면 더 큰 불편을 겪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외에도 카카오톡과 연동된 각종 서비스들 모두 장애를 일으키며 사실상 국민 일상이 마비됐다. 카카오커머스 채널에 입점한 소상공인도 주말 장사에 손해를 봐야 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들도 주문, 상담 등이 중단돼 피해가 컸다. 또한 카카오T 서비스를 이용하는 택시기사, 대리운전기사 등도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피해 규모가 커지자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카카오 마비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의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기 위한 ‘카카오 피해 접수센터’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카카오택시 오류로 영업을 하지 못했던 택시업계도 각 지역별로 피해 신고를 접수한 뒤 손해배상 등 소송에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들도 차질을 빚었다. 홈플러스와 마켓컬리, 스타벅스, KGC인삼공사 등 카카오와 계정 연동 서비스가 멈추면서 선물하기, 쇼핑하기 등 일부 서비스 사용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전날 홍은택 대표를 주축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서비스 정상화 및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 센터장은 “이번 사고로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현재 서비스 정상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며 “관계 당국의 우려를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며 조사와 요청에 성실하게 협조하고, 강도 높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한 보상 정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진=다음 메일 공지 갈무리)
(사진=다음 메일 공지 갈무리)

카카오 “완전 정상화는 시간 걸려”

현재 카카오톡 서비스를 포함해 대부분의 카카오 서비스가 복구돼 정상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상태다. 카카오는 이날 공지를 통해 오전 9시를 기준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스타일(지그재그) 등 대부분의 서비스가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다만 복구 장비 등의 복잡성으로 특히 다음‧카카오 메일과 톡채널의 정상화가 상당 시간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7일 오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3차 ‘방송통신재난대책본부 점검회의’에 따르면 판교 데이터 센터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95%까지 복구됐다.

정부도 카카오 서비스 먹통 대란과 관련해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카카오, 네이버 등 디지털 부가서비스 중단으로 국민께서 겪고 계신 불편과 피해에 대해 매우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카카오 등이 책임 있고 신속한 서비스 복구를 하도록 정부 부처도 노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정확한 원인 파악은 물론, 트윈 데이터센터 설치 등을 포함한 사고 예방 방안과 사고 발생 시 보고·조치 제도 마련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장 중심의 상황실을 장관 주재로 격상해 지휘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 지시 이후 과기정통부는 네트워크 정책 실장 주재였던 재난대응실을 이종호 장관 주재의 방송·통신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카카오 서비스 복구 안내에 관한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가 국민 일상생활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한편 카카오 먹통 사태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오는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장에 증인으로 설 예정이다. 여야 지도부는 카카오가 국민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재난·재해에 대비한 사전 대책 마련의 책임은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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