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의 수장 교체...첫 여성 CEO 이정애
북미·일본 사업 집중했지만 실적 미비
中 봉쇄 규제 완화로 리오프닝 기대

[뉴스포스트=오진실 기자] LG생활건강이 18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최장수 CEO’ 타이틀을 보유한 차석용 부회장 체제에서 벗어나 세대교체를 단행한 모습이다. 후임인 이정애 신임 사장이 향후 LG생활건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LG생활건강)
(사진=LG생활건강)

‘차석용 매직’은 끝…이정애 신임 사장 선임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고 음료 사업부장을 맡고 있던 이정애 부사장을 최고경영자로 내정했다. 이번 인사로 이 사장은 LG그룹의 첫 여성 사장이 됐다.

이 사장은 1986년 입사해 생활용품‧럭셔리 화장품‧음료 사업부장을 거친 실무통이다. 2015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후’, ‘숨’, ‘오휘’ 등을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했다. 특히 ‘후’는 2016년 단일브랜드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18년에는 국내 업계 최초로 연 매출 2조 원을 넘겼다.

취임 이후 17년 연속 실적 상승을 이끌었던 차석용 부회장은 후진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용퇴를 결심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실적 부진으로 인한 교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실적 행진을 이어갔지만, 지난해 말부터는 중국 화장품사업 부문이 고전하며 실적 하락세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2조 231억 원, 영업이익은 5.9% 감소한 241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 6450억 원(-19.2%), 영업이익은 1756억 원(-53%), 2분기 매출은 1조 8627억 원(-7.9%), 영업이익 2166억 원(-35.5%)을 거뒀다.

3분기는 매출 1조 8703억 원, 영업이익 19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 44.5% 감소했다. 특히 3분기 누적 화장품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9.1%, 66.6% 떨어졌다. 화장품 사업 매출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후’의 경우 중국 법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지속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은 "3분기가 화장품 비수기로 꼽히는데 중국 시장에서 간헐적 봉쇄가 이어지면서 소비가 더욱 위축돼 중국과 면세 채널에서의 성장이 어려웠다"며 "중국 현지에서 오프라인 매장 영업 정상화가 지연되고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정부 제재 강화로 온라인 매출도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4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소비 축제인 광군제에서 지난해 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 올해 LG생활건강은 광군제에서 전년 대비 7% 감소한 36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2021년 광군제 매출이 전년 대비 42% 증가했던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기존 주력 채널이었던 알리바바에서는 ‘후’가 럭셔리 뷰티 16위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순위도 하락했다.

LG생활건강 실적 (사진=오진실 기자)
LG생활건강 실적 (사진=오진실 기자)

실적 하락세‧해외 사업…해결해야 할 숙제들

이 신임 사장이 당면한 과제는 ‘실적 회복’이다. 특히 중국 시장 영향으로 뷰티 사업 매출에 타격을 입은 만큼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

앞서 차석용 부회장은 탈중국 전략의 일환으로 북미와 일본 시장 영역 확대에 집중해왔다. 지난 2019년 더 에이본 컴퍼니를 시작으로 피지오겔, 보인카, 더크램샵 등을 인수하며 북미 시장 확대에 나섰다. 일본의 경우 자회사 ‘긴자스테파니’를 통해 ‘후’, ‘숨’ 등 자사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를 현지에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일본 홋카이도에 ‘마이크로바이옴센터’를 설립했다.

하지만 매출 비중은 미비하다. 지난해 기준 LG생활건강의 해외 매출 비중은 34%다. 이 중 중국 매출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하나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여도는 매출 기준으로 각각 25%, 영업이익 기준으로 53%에 이르며 비중국 이익 기여도는 5%다.

다만 LG생활건강의 향후 실적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 LG생활건강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9% 성장한 8조원, 영업이익은 20% 증가한 9200억원으로 전망한다”며 “내년 LG생활건강은 대중국 수요 회복에 따른 이익 체력 회복, 비중국인 미국과 일본법인의 체급 확대 및 흑자 전환 등의 핵심 모멘텀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대책이 완화돼도 단계적인 정상화가 예상돼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우리나라 화장품기업들의 실적도 급격히 개선되기보다 소비와 함께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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