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learning)’은 창의적 열매를 맺게하는 인간 최고의 희열
“배움은 아름다운 것”...지력(智力) 생성하는 동력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문화커뮤니케이터]

인간이 지닌 특성 중 가장 고귀한 것은 어쩌면 ‘배움’에 대한 갈망일 수 있다. 흔히 학교에서 ‘공부’ 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배움은 공부 이상의 더 큰 의미가 내포 돼 있다. 공부가 냄비를 채우는 것이라면 배움은 불을 밝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9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 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초청작 ‘복스 럭스’(Vox Lux) 프리미어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 할리우드 배우 나탈리 포트만이 참석했다. 그녀는 이 뮤지컬 영화에 공동 주연을 맡아 폭넓은 연기를 통해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당시 그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공부를 싫어해요. 하지만 배우는 건 좋아해요. 배운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니까요”라고 말한 바 있다. 이스라엘 출신이라 유대인의 전통에 익숙해서일까. 유대인의 성전 탈무드는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매우 중시하고 있어서 인생의 전체를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으로 여긴다.

유대인들은 배우는 자세를 기준으로 젊음을 규정짓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계속 배우는 열정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을 청춘이라 부른다. 심지어 그들은 배우는 것을 거룩한 의무라고 생각해 평생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성’ 이라고 믿는데 이것은 지식보다도 지혜를 바탕으로 한다. 지식을 지혜를 갈고 닦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지식을 아무리 많이 쌓아도 지혜가 없으면 그것은 많은 책을 등에 짊어진 당나귀와 다를 바가 없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유명 배우 나탈리 포트만도 싫어한 ‘공부’는 아마 누구에게나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공부라는 게 전제가 되면 보편적으로 그것은 능동적이기 보다는 수동적이게 된다. 또 적극적이기 보다는 소극적이게 된다. 어쨌든 공부라는 말은 우리에게 일종의 부담감이나 압박감과 같은 어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한문의 ‘배워 익힌다’는 의미의 ‘學習(학습)’은 한국어, 일본어, 영어의 의미론과는 조금 다르다. ‘배우고 익히는 것’을 그들은 실용적인 차원을 넘어 철학적인 의미의 ‘기쁨’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공자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라 해서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했다. 공자는 배우는 것을 ‘단순한 즐거움’(樂) 수준이 아니라 ‘절대적인 기쁨’(悅)이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공부'는 힘들고 따분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있다. 공부라 하면 우리의 현재의식은 듣는 순간부터 그것을 힘겨운 상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학생들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을 것이다. 암기와 시험이 기반이 된 공부를 통해서는 획일화되고 박제된 지식보유자만 양성하게 된다.

사회발전의 초기 단계에서는 우선 지식의 힘이 컸다. 달리 말해 공부가 통했던 과거 시대다. 하지만 그 차원을 넘어 혁신의 변화무쌍한 세상에 들어서서는 지식만으로는 더 이상 진보를 이루는 것이 한계점에 다다른다.

혁신시대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발견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지력’(智力)을 생성하는 참능력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상황에서 ‘창의성’이 핵심역량이 되는 것이다. 창의적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그래서 타의적이고 맹목적인 지식 습득의 공부가 아닌 자율적이고 지속적이며 희열(悅)을 느끼는 ‘배움’의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학습 곧 ‘배워 실천하는 것’, 그것은 공자의 말대로 개인적으로는 기쁨을 주는 일이며 사회적으로는 미래를 여는 길이다.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뿌리가 필요 하지만 인간은 그 반대다. 배움을 통해 자랄 때에 인간은 뿌리를 내리고 세상에서 사람의 지혜와 안정감을 누릴 수 있다. 그래서 마하트마 간디는 ‘영원히 사는 것처럼 배우라’고 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배움은 결코 마음을 고갈 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 기업에서도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을 중시한다. 애자일 경영의 시대에 끊임없이 배워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어는 현자도 말했듯이 ‘변화는 모든 진정한 학습의 결과’로 주어지는 열매다. 

창의성은 인간만이 누리는 차별화된 특수성으로 이를 통해 인류의 문명이 발달되고 문화가 형성되어 왔다. 매슬로우의 ‘인간욕구론’에 따르면 가장 상위의 욕구는 자아실현인데 이는 창조적인 행위에서 이뤄질 수 있다. 그럴 때 인간은 강한 성공감과 생명력을 느낀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공자는 2500년 전에 배움의 희열을 말했는데 그것은 창의적인 배움을 일컫는 것이었다. 또한 할리우드 배우의 말대로 ‘배우는 것은 아름다운 것’(Learning is beautiful)이다. 아비게일 아담스는 ‘배움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추구하고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필자는 중앙일보·국민일보·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겸 문예진흥실장,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를 역임했다.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로 활동하며 <예술경영 리더십> <경쟁의 지혜>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예술공연 매니지먼트> <긍정으로 성공하라> <석세스 패러다임> 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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