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7차례 연속 금리 인상 마무리
이창용 총재 “물가 불확실성 때문...인상 기조 끝난 게 아니다”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3일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이번 동결로 2021년 8월 인상 후 지난해 4·5·7·8·10·11월, 올해 1월까지 7차례 연속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행진은 멈추게 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한국은행은 서울 태평로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우리나라 경제가 2022년 4분기부터 뒷걸음치기 시작한데다 수출·소비 등 경기 지표도 갈수록 나빠지는 등 경기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추가 금리 인상보단 이전 인상의 물가 안정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지난해 4월 이후 금통위 회의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다 이번에 동결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물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해 매회 기준금리를 인상해왔지만 그 이전에는 금리를 인상한 후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해오던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과거의 일반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금리 동결의 이유로 물가를 강조했지만, 경기 침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심지어 올해 1분기까지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도 배당 증가에 힘입어 겨우 26억 8000만 달러(약 3조 3822억 원) 흑자를 냈지만, 반도체 수출 급감 등으로 상품수지는 석 달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2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335억 4900만 달러)도 작년 같은 달보다 2.3% 떨어져 이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전월 동월 대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출 감소,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90.2) 역시 1월(90.7)보다 0.5포인트 떨어지는 등 민간소비도 움츠러들었다.

이날 한은의 동결 결정으로 미국 기준금리(정책금리 4.50~4.75%)와 격차는 1.25%포인트로까지 벌어졌다. 사상 첫 기준금리 8연속 인상은 피하게 됐지만,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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