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알뜰폰 은행 부수업무 지정 논의...이르면 오는 4일 발표
이동통신유통협회 “금융사 알뜰폰 소상공인 타격”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의 규제샌드박스 사업 특례 기간이 다음 달 만료됨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정식 서비스 승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사업 확장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결정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사진=KB국민은행)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소위원회를 열고 혁신금융 서비스 1호 사업인 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의 최종 승인 여부를 논의했다. 

이날 국민은행은 리브엠이 가계 통신비 절감과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성과를 토대로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승인 여부는 이르면  4일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KB리브엠은 지난 2019년 4월 최초로 지정된 금융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최대 4년(기본 2년+연장 2년)의 사업권을 보장받았다. 2021년 한차례 연장을 거쳐 오는 16일 지정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KB리브엠 가입자 수는 2019년 말 5000명에서 2020년 말 9만 2000명, 2021년 말 22만 8000명, 22년 말 38만 8000명 등 꾸준히 증가했으며, 올해 2월에는 4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1월 말 기준 전체 알뜰폰 이용자는 약 736만 명 수준으로, 리브엠의 시장 점유율은 약 5.6%다. 만약 리브엠이 정식 사업으로 승인되지 않는다면 40만 명이 넘는 소비자들은 새로운 알뜰폰 통신사를 찾아 나서야 해 불편이 예상된다.  

업계는 금융위원회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은행업 부수업무로 지정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경제안정회의에서 “통신과 금융 분야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지만 정부 특허로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이에 따른 폐해가 큰 만큼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통신업 부수 업무 지정이 과점 상황인 통신 시장에 ‘메기 역할’을 하는 알뜰폰 사업자가 나타날 기회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또한 지난해 당국이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주요 안건으로 지정한 바 있어, 비은행권의 업무영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부수업무 지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은행권에선 이번 논의가 비금융 분야에 대한 사업 확장의 기회로 주목되고 있는 반면, 중소 알뜰폰 업체에선 생존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부수업무 지정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모양새다. 

우선 ‘리브엠’이 정식 서비스로 승인되면 다른 시중은행들도 알뜰폰 사업 진출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신한은행은 2022년 K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알뜰폰 요금제를 내놨으며, 하나은행도 지난 2월 초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다. 토스뱅크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알뜰폰 브랜드 ‘토스모바일’을 출시하며 시장에 진출해 있다. 

다만, 이동통신 3사 대리점을 회원사로 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최근 “KB리브엠은 출범한 뒤 혁신 서비스는 보여주지 못하고, 원가 이하 요금제에 의존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알뜰폰 사업이 은행 부수 업무로 지정되면 중소 이동통신사 및 유통 관련 소상공인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정식 사업 승인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KMDA 측은 정식 사업으로 승인할 경우 강력한 규제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를 통해 KMDA는 “돈 장사를 업으로 하는 은행이 금권 마케팅을 하면 중소 이동통신 유통 소상공인들은 경쟁이 안 된다”며 “은행들의 금권 마케팅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리브엠의 가격대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보다는 높고, 이동통신 3사보다는 낮아 중간쯤에 위치를 하고 있다”며 “금융사의 규모가 크다고는 하지만 통신 3사에 비하면 경쟁력이 떨어져 리브엠의 가격을 올릴 경우 이들의 과점을 더 도와주는 형태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신 3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으로, 리브엠뿐 아니라 새로운 업체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입해 경쟁을 좀 더 활성화시키는 방향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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