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해 페인트 업체들과 휘발성화합물 전환 자율협약
환경부와 협약 체결 노루페인트, 오존 발생 도료 유통 덜미
“공업용 유성도료가 자동차 보수용으로 일부 유통된 것 확인”

노루페인트 CI. (자료=노루페인트)
노루페인트 CI. (자료=노루페인트)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노루페인트가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에 유성도료를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와 페인트 업계는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로 수성도료만 사용하는 자율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노루페인트는 뉴스포스트에 “불법은 아니지만 도의적 책임감을 느껴 대대적 내부감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노루페인트 등 페인트 업체와 유성도료 배제 자율협약


정부는 지난해 8월 5일 여름철 오존 발생 저감을 위해 노루페인트 등 도료제조사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함유한 자동차 보수용 유성도료를 함량이 낮은 수성도료로 생산 전환하는 내용의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에서는 국내 자동차 보수용 도료 생산량을 90% 이상 차지하고 있는 9개 제조사와 한국페인트·잉크공업협동조합이 참여했다.

9개 제조사는 △KCC △노루페인트 △강남제비스코 △조광페인트 △삼화페인트공업 △=엑솔타코팅시스템즈 △유니온화학공업 △씨알엠 △PPG코리아 등이다.

자동차 보수용 도료는 외부 충격 등으로 손상된 차량 부위에 판금 수리 시공을 한 뒤 그 위에 도장하는 도료다. 자동차를 도장할 때 도료 안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휘발돼 여름철에 고농도 오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국내에서는 자동차 수리 후에 최종적으로 도장하는 도료로 휘발성유기화합물 함량이 높아 건조가 쉬운 유성도료를 주로 제조해 판매하고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자율협약 체결 이후 환경부는 페인트 기업들의 자율협약을 통해 자동차 보수용 도료가 수성도료로 전환되면 자동차 도장 공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이 줄어 여름철 오존 관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KCC와 노루페인트 등 페인트 기업들은 자율협약에 앞서 지난해 8월 1일부터 자동차 보수용 도료를 기존 유‧수성도료에서 수성도료로 전환하는 생산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날 환경부는 “협약 사업장이 협약내용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적극 지원하고, 필요할 경우 자동차 수리 후 최종적으로 도장하는 도료는 수성도료로 생산하도록 명문화하는 법령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루페인트 등 일부 페인트 업체 자율협약 어겨...불법 아니라 제재 어렵다


노루페인트 공업용 페인트(왼쪽)와 친환경 바이오페인트. (사진=노루페인트)
노루페인트 공업용 페인트(왼쪽)와 친환경 바이오페인트. (사진=노루페인트)

지난해 자율협약을 체결하며 박연재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도료 제조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이번 협약이 성공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고, 도료 제품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철저하게 관리해 국민 건강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이 같은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이 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환경부와 자율협약을 체결한 노루페인트가 자동차 보수용으로 수성도료가 아닌 유성도료를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루페인트의 자동차 보수용 유성도료는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과 충청 일부 지역에서 유통되고 있었다.

노루페인트의 이 같은 자동차 보수용 유성도료 유통은 환경부가 법령개정을 하기 전이라 불법은 아니다. 환경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법령 미비로 법적제재가 불가능해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뉴스포스트 취재에 따르면 노루페인트 본사 사업부는 이를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업계에서 노루페인트 유통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과 정부의 현황조사, 일부 언론사 보도 등이 있고 나서야 사태 파악에 나섰다. 문제는 현재 노루페인트가 유통된 자동차 보수용 유로도료의 수량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자율협약인 만큼 이를 어겼더라도 불법은 아니지만, KCC 등 일부 업체들은 노루페인트가 대국민 건강과 환경보호를 지키기 위한 약속을 어겼다고 반발하고 있다. 뉴스포스트 취재에 따르면 노루페인트와 함께 환경부와 자율협약을 맺은 타 페인트 업체들은 공동으로 노루페인트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법령 정비 전이라 불법은 아니지만, 유성도료 유통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자체 조사결과, 이번 사안에 대해 노루페인트 본사가 의도적으로 유성도료를 유통한 것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확한 수량은 모르지만, 공업용 유성도료가 자동차 보수용으로 일부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과정에 대해 일부 임직원들의 사익 편취인지, 단순 실수인지 본사와 대리점 차원의 대대적이고 철저한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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