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 CCS 보조금 삭감 등 탄소중립 정책 가속화
SK E&S 최대 8760억원 탄소배출 저감 추가비용 전망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공적금융에 호주 현지서 반발

지난달 24일에도 호주 현지 환경단체 비욘드 가스 네트워크가 호주 멜버른 한국 대사관 앞에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내 공적 금융기관을 비판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해당 단체는 윤석열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전달해 원주민들의 터전을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가스전 사업에 반대의 목소리를 전했다. (사진=기후솔루션)
지난달 호주 현지 환경단체 비욘드 가스 네트워크가 호주 멜버른 한국 대사관 앞에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내 공적 금융기관을 비판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해당 단체는 윤석열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전달해 원주민들의 터전을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가스전 사업에 반대의 목소리를 전했다. (사진=기후솔루션)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SK E&S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이 온실가스 배출량 문제로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7일 호주 씽크탱크인 호주연구소(The Australia Institute)는 보고서 ‘새로운 세이프가드 메커니즘과 바로사 가스전 프로젝트’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3월 개정된 연방법인 세이프가드 메커니즘에 따라 바로사 가스전에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최대 9억 8750만 호주달러(약 876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해당 비용이 “바로사 가스전 총 사업비의 20%에 달하는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사업에 8000억 원 규모 금융을 지원하기로 한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의 투자금 회수에도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세이프가드 메커니즘에 따라 신규로 개발되는 가스전은 가스 채굴 과정에서 대기로 유출되는 저류층(reservoir)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고, 그외 가스전 관련 직접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간 4.9% 감축해야 한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호주 가스전 중에서도 저류층 이산화탄소의 함유량이 가장 높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 상쇄에 더 큰 부담을 질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연구소는 SK E&S 등이 규제 당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근거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가스 채굴이 오는 2025년부터 시작되는 것을 전제로 5년간 저류층 배출량 910만 톤을 포함해 총 1316만 톤을 저감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세이프가드 메커니즘은 온실가스 저감 수단으로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을 활용하거나, 기존 호주 내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제(ACCU)나 세이프가드 메커니즘 규정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질 상쇄배출권을 활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호주연구소의 이번 보고서는 현재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CCS 사업이 연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배출량을 모두 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현재의 배출권 가격(톤당 38호주달러)을 그대로 반영하면 5억 호주달러(약 4439억 원)을 상쇄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배출권의 상한선 가격(톤당 75호주달러) 적용 시 987.5억 호주달러(약 8757억 원)까지 지불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 세이프가드메커니즘 도입에 따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선 지난 2월 독일 소재 씽크탱크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규제 도입에 따라 바로사 가스전에 2.5~5.6%부터 최대 10~11%까지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의 주저자인 로드 캠벨 연구이사는 “이번 연구의 비용 추정은 2030년까지 국한했지만, 사업의 실제 비용은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대규모 오염원에 대한 신규 투자는 특히 위험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소민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호주 내 가스전 중에서도 이산화탄소 함량이 높은 바로사 가스전은 이번 호주 정부의 감축 규제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공적 금융기관은 바뀐 여건을 고려해서 지금이라도 승인을 취소하고 금융지원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SK E&S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들의 지원 아래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현지 원주민이 인허가 절차상 문제로 제기한 소송에서 호주 법원이 인허가 취소 명령을 내리며 시추 사업부문이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반대하는 호주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도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호주의 한 환경단체 주호주 대한민국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한국 공적 금융기관의 지원 아래 추진되는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반대하며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의 투자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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