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회계감사원 전문성·자격 규정도 강화…노조 강력 반발

[뉴스포스트=문현우 기자] 정부가 노동 개혁의 첫 단추로 여겨지는 '노동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매해 회계연도 결산 결과를 공표하도록 한다. 양대노총과 같은 대형 노조들이 공표하지 않는 경우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초강수 카드도 내놨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법 및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고, 이날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우선 시행령 개정안에는 노조에 직전 회계연도 결산결과를 회계 공시 시스템에 공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합원들의 정보 접근성을 강화하고 미가입 근로자들에게는 노조 선택권과 단결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노조는 직전 회계연도 결산결과를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에 게시판 공고 등 전체 조합원이 쉽게 알 수 있게 하고, 매해 4월 30일까지 신설되는 공시 시스템에 공표할 수 있다. 새로운 회계 공시 시스템은 오는 9월까지 고용부의 노동행정 종합정보망인 '노동포털'에 구축될 예정이다.

이같은 회계 공표가 의무는 아니지만, 정부는 사실상 벌칙 조항으로서 노조 회계 공시와 세액공제를 연계했다. 조합원 1000명 이상의 양대노총 등 대형 노조들은 내년부터 해당 시스템에 노조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현재  노조를 제외한 병원·학교 등 공익법인의 경우 회계 결산결과 공시를 하는 경우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반면 노조비는 노조의 회계 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세액공제 대상이기 때문에, 기부금 간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해당 조항의 신설로 영향을 받는 조합원들이 210만명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1000인 이상의 대형 노조는 전체 노조의 6% 내외지만, 조합원수로 따지면 전체의 73%인 210만명 정도가 대형 노조에 가입돼 있는 상황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노조 회계를 감사하는 '회계감사원'의 자격도 구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25조는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회계감사원에게 6월에 1회 이상 회계감사를 실시하게 하고, 이 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회계감사원의 구체적인 자격이나 선출 방법은 따로 적시하지 않아 '깜깜이 회계'라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안은 회계감사원 자격을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으로 정했다. 또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경우나 조합원의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는 경우, 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이 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번 개정 시행령안은 40일간 입법예고를 거쳐 8월 중 국무회의에 상정된 후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국고보조금은 회계 감사를 받는 대상으로, 정부가 요구한 '조합비 회계 자료'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이유다.

한국노총은 이날 '국민의힘과 권성동은 악선동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은 지원금에 대해선 이미 회계자료를 보고하고 있"며 "국가보조금에 대해 외부 공인회계사 2명이 포함된 외부 회계감사를 연 2회 실시해 결과를 정부에 제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고 지원과 회계자료 제출은 별개의 사안인데, 이를 연관시키는 자체가 직권남용”이라며 "또한 시·도·지자체 예산은 정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닌데, 이를 대통령실에서 돈을 줘라, 말라 하는 것은 지방자치시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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