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 이미정 기자]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그룹 회장이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차(대표 프랑수와 프로보ㆍ사진)의 지원에 나서면서, 르노삼성차가 부활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르노삼성차가 부활의 날갯짓을 채 펴기도 전에 ‘정년 시점’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모호한 정년 시점을 두고 벌어진 노사간의 갈등은 법정공방으로 확대되고 있다.  


모호한 정년 규정 놓고 벌어진 ‘갈등’, 결국 법정공방으로 확대돼
노조 “만 55세가 끝난 해 ‘정년’” 사측 “만 55세 시작된 해가 정년”

르노삼성차의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노사간이 모호한 정년 규정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르노삼성차는 “퇴직자가 낸 정년 결정에 대한 구제심판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7월 16일 서울행정법원에 재심판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노조 “정년규정 적힌 대로 하라”

정년규정 공방은 지난해 정년퇴직을 통보받은 김모 씨가 “정년 기준은 만 55세가 끝나는 날이므로 올해 말 퇴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면서 시작됐다.

르노삼성차는 2000년 노사합의를 거쳐 취업규정을 만들면서 ‘정년은 만 55세가 종료되는 해의 12월 31일로 한다’고 규정했다. 

김씨는 규정만 보면 만 55세가 종료되는 해(만 55세 11개월 30일)가 정년임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만 55세가 시작한 해’를 기준 정년을 적용해 자신에게 부당한 정년퇴직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르노삼성차는 ‘만 55세가 시작된 해’를 기준으로 적용했고, 이같은 산정방식에 따라 2010년까지 16명이 퇴직했다.

하지만 사측은 김씨의 주장에 대해 “규정상에는 만 55세가 종료되는 해의 말일로 적혀있으나, 실질적 정년은 ‘만 55세 시작되는 해’라는 의미로 규정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초심을 맡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르노삼성차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정년 조항이 노사합의와 다르게 착오로 잘못 적혔을 뿐”이라며 “만 55세가 시작되는 해의 말을 정년으로 보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심을 맡은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의 결정을 뒤집으면서, 정년 논란이 재점화됐다. 중노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취업규칙에 적힌 문구 그대로 정년을 처리해야 한다”며 “노사가 만 55세가 되는 해의 말일을 정년으로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유리한 조건 우선 원칙에 따라 오랫동안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근로자들에게 알려진 취업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중노위 판결에 불복한 르노삼성차는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면서, 노사갈등은 가열 양상을 띠고 있다. 현재 노조는 사측의 소송제기에 강하게 반발하며, 법정대응도 불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정년 규정을 지키지 않아 많은 직원들의 퇴직이 앞당겨지고 퇴직금 산정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받았다”며 “더 이상 사측의 일방적인 횡포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조 “노사합의, 무효다”

그러면서 노조 측은 최근 정년 시점과 관련한 노사간의 합의도 ‘허위’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1월 ‘만 55세가 시작되는 해의 말일을 정년으로 정한다’는 노사간의 합의를 했는데, 사측이 사원대표회의 노사협의위원장의 동의만 얻어 일을 진행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어떠한 통보나 개시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의견도 제대로 묻지 않고 임의로 한 노사합의는 무효”라고 밝혔다. 변경한 취업규칙이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있을 경우, 직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정년시점에 대한 직원들의 강경한 대응의 배경은 구조조정설에 대한 불안감도 한 몫 했다. 

▲ 프랑수와 프로보 르노삼성차 대표

르노삼성차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6월 내수판매량이 4,008대에 그치면서 국내 완성 자동차 판매부분 꼴찌로 추락했다. 판매 실적 저하로 르노삼성차의 부산 공장 가동은 며칠씩 멈췄다. 이에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차와 관련해 대규모 구조조정설과 매각설이 심심찮게 돌았다.

지난 7월 방한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그룹 회장의 방문 목적도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도 컸다. 곤 회장은 “2014년부터 닛산의 차세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로그(ROGUE)를 연간 8만대 규모로 부산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라면서 “이를 위해 1,700억을 투자하겠다”고 지원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노조 측은 곤 회장이 내놓은 지원 계획이 실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2014년까지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되냐“면서 “그동안 수천억대의 적자가 날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더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조 측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조만간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란 소문이 무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측에서 순환 휴직을 검토중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르노삼성은 아웃소싱 인력을 내보내는 조직개편과, 공장을 통폐합하는 사업구조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알려진다.

노조 측은 “직원들이 구조조정 우려로 많이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회사는 정년규정을 가지고 꼼수를 부지 말고 직원들을 독려하는 상생의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정년시점 논란에 대해서 조심스런 반응으로 보였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해석상의 차이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법원을 판결을 기다려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중노위의 결정이 옳다고 판결이 나면 그에 맞는 합당한 조치를 할 것이다”면서 “사내 근로자 평균 연령이 현재 30대 초반이어서 정년규정이 만 55세의 끝나는 해로 한다고 해도 퇴직금 부담이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설과 매각설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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