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계열사와 협업 강화해 글로벌 공략
적극적인 해외 소통으로 신용등급 상향 평가
상반기 실적 1위 신한캐피탈에 내줘...아성 흔들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목진원 대표이사의 단독 경영 2년 차를 맞은 현대캐피탈이 순항하고 있다. 조달금리 상승과 연체율 관리 등 캐피탈사의 경영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원팀’ 체제를 강화하며 복합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대캐피탈 신사옥. (사진=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 신사옥. (사진=현대캐피탈)

다만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높은 만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수익 구조 다각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뉴스포스트는 목진원號의 경영 분리 후 2년 동안의 성과와 과제 등을 살펴본다. 


경영 분리 후 현대자동차 전속금융사 역할 집중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등 현대자동차그룹 금융계열사 3곳은 지난 2021년 9월 경영 체제를 분리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59.7%)와 기아(40.1%)의 보유 지분율이 99.8%에 달하는 현대차그룹의 전속금융사(캡티브)다. 현대캐피탈을 이용해 현대차를 구매할 경우 저금리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자동차금융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목 대표는 2021년 4월 취임해 현대캐피탈은 목진원 대표와 정태영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됐다. 같은 해 9월 18년 동안 현대캐피탈을 맡아오던 정태영 대표가 사임하면서 목 대표가 단독 대표이사가 됐다. 이후 현대카드·커머셜과 임원직을 겸직하던 인력들이 자리를 떠나면서 10월부터 본격적인 단독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2022년 9월에는 여의도 사옥을 떠나 서울역 인근 '그랜드센트럴' 빌딩에 새 둥지를 틀면서 현대카드와의 물리적 분리도 마무리했다. 

목 대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협업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성과에 신용등급도 상향 조정


현재 현대캐피탈은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브라질 등 전 세계 14개국에서 총 16개 법인과 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에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위기 속에서도 글로벌 전체 자산 130조 원을 달성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여신전문금융사 '파라미트라 멀티파이낸스(Paramitra Multifinance)'를 인수해 '현대캐피탈 인도네시아'를 설립했다.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자, 현대차그룹의 아세안 공략 전진 기지로 꼽히는 인도네시아로 향하게 된 것이다. 

앞서 현대캐피탈은 2020년 인도네시아에 자문법인을 열고, 시장조사와 금융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새롭게 출범하는 현대캐피탈 인도네시아 법인은 현지에서 다양한 자동차금융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은 차별화된 IR 활동으로 시장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 2회 단독 실적발표회와 본사·해외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하는 하반기 글로벌 IR을 진행한다. 특히 매 분기 현대차 경영실적발표에서 금융 부문 발표를 현대캐피탈 CFO가 직접 나서 현대자동차그룹과 캡티브 금융사간 일체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 같은 행보에  올해 초 국내 신평 3사(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한 데 이어 약 두 달여 만에 신용등급을 AA0에서 AA+로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도 2012년 이후 11년 만에 현대자동차 및 기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조정하며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도 각각 'Baa1 안정적', 'BBB+ 안정적'에서 'Baa1 긍정적', 'BBB+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부진한 실적·수익 다각화 과제


다만 상반기 실적은 아쉽다. 현대캐피탈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88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49억 원)보다 23.1% 감소했다. 대손비용 등을 포함한 영업비용이 대거 증가한 영향이다. 

현대캐피탈의 상반기 말 영업수익은 2조 1708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6022억 원)보다 35.5% 증가했다. 반면 상반기 영업비용은 1조 9364억 원으로 전년(1조 3349억 원)보다 45.1% 늘었다. 이자비용은 5190억 원, 대손비용은 1127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68.7%, 32.3% 늘었다. 

지난 1분기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인 650억을 거둬, 자산 규모 10조 원이 넘는 캐피탈사 6곳 중 가장 크게 감소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만큼 좋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같은 기간 반토막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이다.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 부담이 늘고 해외법인 현대캐피탈뱅크유럽(HCBE)의 자회사인 올레인(Allane SE)의 지분법 손실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1233억 원으로 직전 분기(650억 원)보다 89.7% 늘었다. 영업이익도 전분기보다 40.7% 증가한 1362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상반기 업계 1위 자리를 신한캐피탈에 내준 점은 뼈 아프다. 올해 상반기 신한캐피탈은 6.7% 감소한 191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는 현대캐피탈(1233억 원)이 1위 자리를 지켰지만 KB캐피탈(1054억 원)과의 격차는 단 179억 원이었다. 현대캐피탈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적은 다소 부진했지만, 건전성 지표는 개선되고 있다. 올해 2분기 자산건전성을 보여주는 1개월 이상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각각 0.98%, 2.15%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현대·KB·신한·하나·우리금융캐피탈 등 상위 캐피탈사 5곳의 1개월 이상 연체율 평균치는 1.56%에 달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연체율 관리와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대부분의 캐피탈사가 연체율 악화를 면치 못했지만, 현대캐피탈은 나홀로 성장을 이어갔다.

다만 일각에선 현대·기아차 판매실적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목 대표의 과제로 꼽는다. 

현대캐피탈의 올해 6월 말 기준 영업수익 가운데 리스 수익(46.1%)과 할부금융 수익(15.7%) 등 자동차 금융 관련 수익이 61.8%로 가장 많다. 

이외 현대캐피탈의 자동차금융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개인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판매한 데 따른 대출채권 수익은 18.1%다. 자산 현황을 보면 자산총액 39조 9094억 원 가운데 15조 7323억 원(39.42%)이 자동차할부금융자산이고, 2조 177억 원(5.06%)이 리스채권이다. 대출채권은 9조 346억 원(22.64%)을 기록했다. 

캡티브 자산 비중은 지난 2021년 정태영 회장 시절 70%대 수준에서 목진원 대표의 단독 경영 체제 이후 8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판매 실적이 악화하면 현대캐피탈 수익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수익 구조 다각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은 캡티브 파이낸스사로 오토금융을 영위하고 있고, 캡티브 파이낸스라는 본업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현대·기아 차량을 판매하는 데 있어서의 지원과 소비자에게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는 캡티브 파이낸스사의 본령에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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